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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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책을 구매하는 데 광고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친구에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자가 왔다. 이유인즉, "광고 많이 하길래, 읽어 보고 싶더라"는 것. 나도 책 광고에는 귀가 얇은 편이기에 친구 마음이 이해된다.

 

사실 나는 유시민의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건 친구의 말과 광고 때문이다. '30년 베스트셀러 영업 기밀!'이란 문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이 책은 '유시민처럼 글쓰기를 하는('글을 잘 쓰는') 방법'을 담고 있다. 여기서 글쓰기는 문학 장르를 제외한 '논리적 글쓰기'를 말한다. 책 내용은 크게 글쓰기에 임하는 태도(자세), 글을 쓸 때 지켜야 할 철칙 및 유의점, 추천도서, 출간 예정작 소개로 이루어져 있다.

 

'글을 잘 쓰는 법'을 알려주려는 목적을 띈 책인 만큼, 독자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한다면 이 책은 100%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그 목적에 충실한가? 책이 표방하는 목적과 '30년 베스트셀러 영업 기밀!'이라는 광고 문구는 책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 좋다. 마치 이 책을 읽고 나면 글을 잘 쓰는 엄청난 비결을 알게 될 것만 같다. 이러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내가 직접 읽고 평가한 책의 장단점을 적어볼까 한다.

 

먼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 읽기 좋다는 의미다. 어려운 단어도 별로 없고, 내용도 복잡하지 않다. 예시도 있고, 에피소드도 있어 재밌다. 이 점이 사람들이 유시민의 책(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추천도서를 나열한 부분이다.(153~164쪽) 도서목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도서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여느 추천도서목록과는 달리, 도서 내용을 질문 형태로 나타냈다. 나는 이 점이 신선했다.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지침이 되리라 생각한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질문의 형태로 책 내용을 되새겨 본다면 주제, 논제, 키워드, 핵심 내용 등을 파악하는 데 좋을 것이다. 더불어 질문하며 읽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장점은 번역문과 난해한 글에 대해 예문과 수정문을 동시에 수록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분량은 적지만 의미 있는 부분이다. 번역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는 책이나 글도 많고, 인터넷 서점에서 번역서 밑에 달린 댓글만 보더라도 유용한 정보(호불호를 표현한 것일 지라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난해한 글'에 대한 평가는 번역서에 대한 것보다 찾기 힘든 것 같다. 심하게 난해하고 모호한 책은 먼저 읽어 본 사람이 그 점에 대해 언급해 주면 유용하지 않을까.

 

이제 단 점을 몇 가지 짚어 보자. 첫 번째 단점은 에피소드가 과도하게 실렸다는 것이다. 예문도 정치적인 것이 많다. 정치적인 것을 다뤘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예시문을 글 자체로 살펴보는 것을 넘어 정치적 맥락과 그에 대한 저자의 견해 혹은 변명이 등장해서 논점을 흐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게 문제다. 본인의 경험담도  자주 나오는데 글쓰기와 관련한 경험담이니까 상관은 없다. 하지만 '본인만의 경험담'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좀더 다양한 사례를 수록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에피소드와 관련해서 덧붙일 것은, 유시민의 책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아 지루했다는 것이다. 재탕 삼탕의 느낌.

 

또 하나의 단점은 치명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너무 평범하다는 것.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만큼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과는 달랐으면 했다. 글쓰기 책을 몇 권만 읽어 봐도 알겠지만, 글쓰기에 왕도나 비법 같은 건 없다는 것이 모든 책이 핵심적으로 말하고 있는 바다. 그래서 글쓰기 책은 대동소이한 방법들을 담고 있다. 책마다 다른 점은 저자에 따라 에피소드, 경험담, 예문 등이 차이난다는 것이다. 나는 앞서 에피소드와 경험담이 많은 게 이 책의 단점이라 했는데, 어쩌면 사람들은 저자의 에피소드와 경험담을 읽으려고 글쓰기 책을 구입하는 건지도 모르겠다.(지난 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도 에피소드가 더 눈에 띄는 책이다.)

 

결국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은 저자의 경험담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한 글쓰기의 철칙이나 방법은 다른 글쓰기 책에도 나오니까. '기밀'이랄 수 있는 건 저자만의 경험담인 셈이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260쪽)라는 문장에서 묘하게 허탈한 느낌을 가졌던 사람은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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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4-2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이면의 심리가 느껴 지더군요...쓰기 전에 읽기라는 충고가 포인트겟고...맺힌 게 많았겟죠.정치판에서...ㅎㅎㅎ 잘봤어요.

cobomi 2015-04-23 01:0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전 유시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책은 별로더라구요... 글이 쉽고 막힘없긴한데.. 노정태 책 <논객 시대> 에서 유시민 부분 읽고 공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시민은 정치 얘기할 때가 가장 논리적이고 힘있는 듯해요ㅎㅎㅎ

cyrus 2015-04-23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시민이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지 글은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그가 쓴 책을 감명깊게 읽었고, 글쓴이로서의 유시민의 행보를 좋아하지만요. 논객으로서의 이미지에 강한 탓에 글 잘 쓴다는 이미지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cobomi 2015-04-23 17:10   좋아요 0 | URL
그럴 수도 있겠네요.저도 유시민이 정치 얘기하는 데만 익숙해서, 내가 그 사람 글을 제대로 못 보는 건가 싶어요.

해피북 2015-04-23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을려고 준비해뒀는데 많은 도움 되었어요 유시민 저자의 책이 집에 몇권되는데 아직 한권도 읽지 않았던 탓에 쉬이 손이가지 않았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