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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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난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이틀 동안 고작 여섯 시간을 자고서 온갖 잡다한 일들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찍 자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택배가 하루만 늦게 왔어도 지금쯤 꿀잠을 자고 있을 텐데. 그만큼 서민의 글은 치명적이다. 과로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당장 읽게 만드니까. 읽기 시작하는 순간 수면욕구가 싹 가시는 신비를 체험했다.

 

그야말로 단숨에 읽었다. 이제는 자볼까 싶은 마음도 잠시. 서평집을 읽고 그냥 자려니 왠지 모를 찜찜함이 밀려왔다. 뭐지? 몽롱한 상태에서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집에 대한 서평을 쓰려니 이만저만 어색한 게 아니다. 독후감, 말 그대로 읽은 후 느낀 것을 적어 본다.

 

하나, 새로울 게 없지만 새롭다. 나는 지금껏 서재에 올라온 서민의 리뷰는 죄다 읽었다. 월간 인물과사상도 구독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글은 없는 셈이다. 심지어 원래 글의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까지 알아차릴 정도였다. (그런데도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한 부분에서 빵 터지거나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땐 소름이 돋았다.)

읽은 글을 또 읽어도 새롭다니?! 그의 서평 덕택에 읽은 책이 몇 권 생겨서다. 동일한 서평인데도 책을 읽기 전에 본 것과 읽은 후에 본 것이 이토록 다른 것이 놀랍다. 직접 경험해 보시길.

 

, 저자의 서평 쓰기에 눈길이 간다는 점. 처음 읽을 땐 서민이 말하는 책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이 책 재밌겠네, 읽어야 겠다' 이런 식이다. 두 번째 읽으니 그의 글쓰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곳곳에서 재치 있는 표현을 발견하고는,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걸 저렇게 연결하다니!’라며 혼자 감탄했다.

책의 서문(‘책을 내면서’)에 저자는 자신의 서평집이 가진 장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서평집을 내는 분들은 대개 리뷰를 아주 잘 쓰지만,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탓에 글들이 무지하게 쉽다. 독자로 하여금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내 서평집의 가장 큰 순기능이리라.”(9)

책을 다 읽고 그냥 자려 했을 때 느꼈던 왠지 모를 찝찝함이 바로 이거였나 보다.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누르려 해서 생긴 찜찜함? 아무튼 이 책은 서평 쓰기의 좋은 예문모음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 지름신이 강림할 우려가 있다. 아무래도 서평인지라, 해당 책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곤 한다. 이 순간에 정신줄을 놓으면 장바구니에 책을 마구 담게 되는데, 흥분한 나머지 무리해서 결제한다면 재정난과 가족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등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그래도 주문한 책들을 읽으면서 충분히 즐거울 테지만, 혹시 모르니 이 책을 읽기 전엔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도록 하자.

 

그런데 제목이 왜 <집 나간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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