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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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니, 칸에서 경쟁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첫째, 낯섦.

한복집, 트롯음악, 한복을 입은 배우들, 마작 등.

서양인들에게는 여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을 터.

 둘째, 익숙함.

 카톨릭 신부와 뱀파이어라는 설정.

서양인들에게는 익숙한 소재들로, 이에 대한 익숙함과 변주에 따른 궁금증을 유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러한 요소들만으로

이 영화를 온전하게 그리고 기분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가 돼서 쾌락을 추구하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신부의 고뇌를 풀어나간 영화다.

그래서 영화는 주인공이 뱀파이어가 되기 전부터, 이후 최종까지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그렇다면, 그 여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독이 궁극적으로 말하려던 것은 무엇인가.

인간적이면서 근원적인 위의 고민에 대해

이 영화는 과도한 이미지들이 날뛰고 있을 뿐, 이를 고민의 결만큼 짙게 구현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태주(김옥빈 분)가 앞까지는 상현(송강호 분)을 열렬히 쫓다가

갑자기 자신의 남편(신하균 분)을 따라가겠다고 울부짖는 부분에서도 난 당황스러웠고,

이후 상현이 곧바로 태주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 주는 부분 역시

그 과정에서 인물의 비약이 너무나 심해 내 안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관객들을 조롱하는 건지,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다가 톤이 깨지듯 터져나오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들은

불쾌함마저 들게 했다.

예전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도 느꼈던 기분같은..

 

상현과 태주의 캐릭터들도 심층적이지 못 했다.

내 기억 속에서 지금까지 송강호씨가 연기한 것 중에

가장 어울리지 않고, 제대로 형상화되지 않은 역할일 것이다.

특히 태주는 화려한 이미지들을 지니고 있을 뿐,

상황마다 그녀의 반응들이 널뛰듯 해서, 그냥 정신나간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간에 사랑 역시 '치명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그저 과도하게 몸과 피를 탐하는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어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결말처리 역시 진부했다.

아니, 진부한 결말이라도 그것이 개연성을 갖고 관객에게 느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미 앞에서 톤이 깨져버린 이야기를

다시 진지한 분위기로 마무리할 뿐이라서,

나에게는 벌려 놓은 이야기를 마무리에서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감독의 한계를 대면하는 듯 했다.

 

이와 유사하게 <밀양>에서도 종교적인 부분을 건드렸지만

이에 대한 감독의 관점은 신애(전도연 분) 캐릭터와 일련의 사건 전개 속에서

맹렬한 고민과 풍자로 그려주고 있었던 걸 떠올린다면,

십년 동안 고민하고 나왔다는 이 영화는 너무나 미약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소재가 무겁다고 해서, 그것을 진지하게 그리고 관습적으로 그릴 필요는 분명 없다.

하지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으로 한 영화 안에서 가열차게 그려져야 한다.

 

그리고, 난 감독이 선택한 장르가 어떤 것이든,

그것은 관객과의 소통을 향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과도한 이미지들의 나열, 튀는 씬들 몇 만으로는

온전한 하나의 영화로

관객에게 감동을 끌어내기에는 충분치 않음을 확인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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