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모메 식당 - Kamome Din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침 일찍 부지런 떨며 일어나 조조로 이 영화를 만났다.
요즘 마음이 배고팠던 탓인지, 영화제목에 이끌려 갈매기(카모메)처럼 나도, 아침 일찍 작은 이 식당에 들어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나에게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과속으로 질주하는 신들을 배치하여 나를 롤러코스터 태우지도 않았고,
빽빽히 치장하여 나를 숨막히게 하지도 않았다.
영화는 소박 단순했고,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 같았다.
'살찐 동물들을 보면 애정이 생기고, 사람들의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는
초반 주인공 사치에의 나레이션만으로도 이 영화가 갖는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생각해 본다.
사람이란 과거에 걸어온 길- 성공으로의 탄탄대로였든, 구불거리는 난코스 길이였든-에 얼마나 현재와 미래를 얽매는 존재인가.
거기다 요즘은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과 불안에 대한 대비까지 철저히 해야 함을 강요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어느새 우리들은 '현재'와,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라는 화두를 화석으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씩 센티멘탈해져서 자신들의 화석을 보며 서글퍼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삶의 여유와 사람들간의 따뜻한 마음 나눔이 그 치유책임을 속삭이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고 살아갈 뿐이라던 사치에의 말, 다양한 색을 지닌 사람들을 한결같이 미소 지으며 환영하는 그녀의 열린 마음은 영화 끝까지 싱그럽다.
그녀는 슬픔이 흘러 나올 때는 그 슬픔 속에서 허우적대기보다
갑자기 '배고프다'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손수 정성으로 꽁꽁 눌러 만든
오니기리를 내놓는 것이다.
그러면, 마법처럼 그녀와 이웃들의 마음 속 허기는 달아나고, 서로가 동그란 웃음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불쑥 다시 새해가 시작되었다.
거창, 잡다한 계획보다는 나도, 이 영화의 메시지처럼 앞으로는 소박, 정갈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안다.
그런 소박한 삶에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인정이 함께 해야 함을..
갑자기 영화 속 단골메뉴였던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다.
또로록 거리며 떨어지는 커피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 향기에 젖어들어도 행복하겠다.
사족) 영화 마지막, 드디어 카모메 식당에 남녀노소 사람들이 가득 자리를 메우고, 사치에는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행복한 표정으로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이후 평소처럼 수영장에 있는 그녀의 모습이 줌인되고 독백이 흘러나온다.. '아빠, 드디어 식당에 사람들이 가득 찼어요'
순간 화면은 줌아웃 되면서, 그녀 주변에 수영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박수를 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 신은 정말 따뜻하고 멋진 신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묵묵히 하고, 그 소박한 꿈을 이루었을 때만큼 사람이 예뻐 보일 때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