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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는 이 일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뛰어들게 됐지.
이젠 벗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우린 참 이상한 존재야. 우리 자신에게조차 말이야
- 데미언의 대사 중에서
아일랜드를 떠올릴 때면, 난 내 고향을 떠올리곤 한다.
막연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짙은 땅, 사람의 정신을 일으켜 세우는 강한 바람까지..
그리고, 그 땅의 노래들은 왜 이렇게 저릿저릿한가.
놓칠 뻔 했던 이 영화를, 오늘 운좋게 <나다>에서 보고,
그 짙은 초록 색감과 굽힐 줄 모르는 두려움을 넘어선 강한 신념에
내 정신은 흔들렸다.
때때로 이렇듯,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할말이 없는 영화들이 있다.
덕분에 오늘 영화 보고 나서, 합주를 할 때는 갈대처럼 조그만 소절에도 난 꺾여 들었다.
모든 신념을 잃어버린 시대가 지금이 아니던가.
무언가를 붙잡고 매달리고 싶지만,
이미 그런 절대적인 것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안 그런 척, 유희하고, 소비하고, 고개를 돌릴 뿐이다.
허상이었다 할 지라도, 자신의 목숨까지 던질 수 있다는 건 명백히 또 행복한 일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