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 Psych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히치콕을 떠올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와 대등하게 이 영화 싸이코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 영화를 보고 얘기 꺼내는 밤..

우선, 기억에 남는 다섯 신을 꼽고 얘기를 더 풀어보자.

 
하나. 그 유명한 욕조신

돈을 갖고 도망 나온 마리온이, 처음으로 혼자만의 여유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샤워를 하는 신. 어느새 화면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소리와 이 순간, 안도의 웃음을 흘리는 마리온의 표정이 지배한다. 그리고 순간, 불투명한 샤워커텐 뒤편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실루엣.

그리고 화면을 어느새 지배하는 마리온의 비명.

참고로, 마리온이 욕조에 들어가 샤워를 시작해서, 욕조 바닥에 쓰러져 죽을 때까지 몇 컷일까.

그 짧은 러닝 타임동안 40컷이 넘는 편집으로 히치콕은 이 욕조신을 처리하고 있고,

 이러한 편집 방식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로, 계속 샤워기 물이 흐르는 사이로, 욕조 구멍이 뱅그르르 클로즈업되고, 마리온의 눈으로 순간 옮겨가는 편집 역시 혀를 내두르게 되는 부분이다.

 
둘. 늪에 차가 빠지는 신

검은 늪 위로, 서서히 잠겨드는 마리온의 차.

늪 안으로 느리게 차는 잠겨가고, 그만큼, 노만의 얼굴에는 소름돋는 웃음이 서서히 번져간다.

차가 늪 안으로 완전히 빠졌을 때는, 그 장면을 바라보던 나 역시, 노만의 괴이한 웃음에 잠식 당하고 말았다.

 
셋. 사립탐정과 노만의 만남

이미 이야기 진행 속에서, 관객들은 노만이 마리온의 죽음에 깊이 개입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의 어머니가 죽인 것으로 판단 내린 정도로)

그리고, 이후 수사 의뢰를 받고 모텔로 찾아 온 불청객 사립탐정.

탐정은, 하나하나 마리온에 대해 묻고, 노만은 태연한 척 하면서, 불안감을 동시에 내비친다.

탐정이 질문을 던질 때, 이 순간, 카메라는 노만의 얼굴을 아래에서 위로 비춘다.

 굳어 있는 그의 얼굴이 탐정이 볼 수 없는 시선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멋진 신.

 
넷. 과일 창고신

노만의 어머니를 찾아 동생의 행방을 물으려던 언니는, 갑자기 집으로 올라오는 노만을 발견하고, 쫓기듯, 지하 과일 창고까지 내려간다.

거기에는 의자에 뒤돌아 누군가 앉아 있다.

마리온의 언니는 의자쪽으로 다가가고, 그리고 욕조에서 최후를 맞이한 동생처럼

이어지는 언니의 비명.

이 신은, 마리온의 언니가 모텔에서 노만의 집 안으로, 다시 윗층에서 아래층까지 이동하면서, 서서히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점층적으로 키우다가 마침내 클라이막스로 터지는 부분이다.

욕조신만큼이나 이 영화의 대표적인 신.

  

다섯. 마지막, 기어다니는 파리와 노만의 웃음신

경찰서에 잡혀 온 노만은 혼자 독방에 남아 있고, 아무 말이 없는 노만의 화면과 노만 어머니의 목소리가 중첩된다.

노만이 이중성격장애임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는, 압축적인 신.

특히 마지막에 정면 카메라를 향해 괴기스런 웃음을 던지고 있는 노만의 표정은 어떤 흉물스런 마스크보다도 호러스럽다. (마리온이 차를 타고 도망갈 때,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찾느라 던지는 대사들이 중첩되어 나오는 신이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영화의 사운드와 실제 상황이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암시적 신이다.)

 *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는 '겉과 속'의 이중성이 원형의 구멍을 통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음이 흥미로웠다.
앞서 언급한 욕조의 둥근 샤워기,  욕조의 구멍, 마리온의 증거를 간직한 변기, 박제가 된 듯 멈춰버린 마리온의 깊은 눈, 마리온을 훔쳐보던 노만의 눈과 벽의 내밀한 구멍, 미라로 부재하는 노만 어머니의 깊은 눈의 구멍까지,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그 형태들을 강조하고 있고,

이는 그 원형의 구멍 안에 존재하는 다층적인 속의 테두리를 보여주는 듯 하다.

결국, 이러한 겉의 원형 테두리는 노만의 사이코적인 내면 세계가 관객들에게 충격적으로

제시되는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마지막 경찰서에서 노만의 과거사와 그의 정신 상태를 한 신으로 일축해 버리는 부분은 너무 설명적이라 아쉽다.

마지막으로, 거친 살해 장면 없이도, 관객들을 공포의 극점까지 이끌었다는 점은 이 영화의 여전한 존재이유이고,

이에 반해, 마지막에 등장하는 구구절절한 설명 방식은 현대 영화에서는 보다 장면화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당분간은 히치콕의 영화들을 좀 더 성의있게 살펴보려 한다. ^^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

마루에서였나, 이 영화를 처음 보았고,

그 후, 지금까지 마리온 자매의 찢어질 들한 비명의 공명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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