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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 North by Northwes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일단,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명석함으로 승부하는 플롯 단서들과 시구절 같은 대사들의 성찬에 감탄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치밀한 플롯 속에서 인물들이 그 플롯을 위해 정신없이 기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대한 처음 좋은 느낌은 일부 퇴색된 게 사실이다. 플롯 중심과 캐릭터 중심 중에 어느 하나만을 옳다고 할 수 없고, 그 둘이 독립적이지도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만을 위해 비틀고 집어 넣어 엔딩까지 전력질주하는 느낌은 관객들에게 영화가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주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속 세 가지의 신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1. 케플란을 기다리는 로저가 벌판에서 헬리콥터에게 추격을 받는 신
당시 영화들은 극적 긴장감을 유발시키기 위해 보란 듯이 긴장어린 음악으로 이를 알려주곤 했다. 하지만, 이 신의 시작은 반대로 정적 속에 놓여 있다. 거기에다 방이 뚫려 있는 막막한 벌판(공간성) 위에 홀로 서 있는 로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극단적인 위기감을 유발시킨다. 또한 헬리 콥더가 이동을 하면서 로저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부분들은 사운드의 강약과 함께 점층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수평으로 무한 비행하던 헬리콥터가 도로 트럭에 수직으로 충돌하는 부분은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을 응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 경매장의 위험 속에서 빠져 나오는 로저 캐릭터의 행동
반담 일행들에게 꼼짝없이 당할 위기에 처한 로저. 갑자기 경매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들어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마구 불러대기 시작한다. 일부러 소란을 피우고, 마지막에는 그를 제재하던 무고한 사람에게까지 주먹 한 방 날린다. 이를 통해 로저는 반담일행의 위기로부터 멋지게 탈출,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퇴장한다. 인물의 성격을 구축했으면, 이를 이야기 속에서 명확하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만큼, 작가가 뛰어나야함을 느끼게 해 준 신.
3. 러시모아산 암벽에서의 추격 신
미국 대통령들이 새겨진 암벽. 그 차제가 거대하고 비주얼한 장소이다. 거기에 주인공들이 매달려 위험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설정은 영화 속 공간의 설정이 얼마나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할 수 있는가를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