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서 - Betwe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의 시작..

  처음에 인희가 바다를 마주하고, 신의 기운을 느끼며 이를 눈물로 거부하는 장면,
그리고 옆에서 이해경 선생님의 그 안타까운 시선과 표정을 만나던 순간부터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영화는 스물 여덟의 인희가 이유없이 몸이 아프고, 집안에 계속 불행이 찾아오고, 여러 일들을 예언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이해경 선생님을 찾아가 신내림굿을 받고, 무녀의 삶을 수용하게 되는 과정을 중심 내러티브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 주변으로, 마당에서 자주 장군을 보며 신기를 갖고 있는 한 남자 아이의 운명이라든지, 자신의 신기를 젊은 시절 인지했지만, 어머니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어서 수십년간 무병을 키워오던 한 중년의 여성이 내림굿을 통해 중병에서 완쾌되는 등, 이해경 선생님을 중심으로, 그녀에게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는 남녀노소를 넘어서, 평범하게, 그리고 그렇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수용하는 모습들이며, 그 과정에서 본인 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들의 눈물까지도 신비화시키거나 극적으로 과도하게 보여주지 않고, 다큐멘터리의 장르에 맞게 덤덤하게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덤덤한 카메라의 시선은, 결국, 오리엔탈리즘을 최대한 배재시키려고한 감독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이고,

이에, 오히려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네들의 삶에 대한 뜨거움과 눈물을 감정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샤머니즘이란 소재는 자칫하면 흥미 위주로 전달될 수 있고, 또 신비화해서 그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영화를 예매하고서도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난 하나의 관점을 놓칠 뻔 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재미'라는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사람의 인생과 이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눈물과 진심으로 보여준 영화였기 때문이다.


PLUS)

 영화 상영이 끝나자,

 이창재 감독과 이해경 선생님, 관객들간의 질의응답시간이 주어졌다.

 이해경선생님은 이미 <혼의 소리>, <몸의 소리>라는 책을 쓰셨을만큼

막연한 예상과 달리, 굉장히 논리적인 분이셨다.

(우리는 흔히 무당하면, 화려한 화장과 범상치 않은, 눈빛 등을 떠올리지 않는가)

 
'직업'이 아닌 '운명'이기에 이 길을 가고 있다는 이해경 선생님은

이창재 감독의 영화 촬영 제의를 받아들이게 된 것은

<샤머니즘>이나 무당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특히 오늘날 젊은 사람들-을 깨고 함께

소통하고 싶은 생각에서 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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