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 King And The Clow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왕의 남자>는 최근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관객동원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최근에 <청연>과 <태풍> 등 한국 영화만 보더라도 블록버스터가 연일 터져 나왔었는데,

이들 영화는 어느새 잠잠해져 버렸고, 지금 그 자리를 대신 하고 있는 것이 이 영화다.

사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때보다, 긴장감 속에서 영화를 지켜봤고, 지금 역시 한두번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요즘 이렇게 회자되고 있는 데는 몇가지 특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준기라는 양성적 이미지의 배우에 대한 관심,

실제 조선사에서 비운의 왕으로 꼽히는 연산군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

그러면서도 왕 중심이 아닌 광대라는 천민들 중심의 놀이판이 궁궐내의 절대 권력자 앞에서 행해진다는 점,

화려한 영상미 등 이 영화는 단순히 스케일이 크고, 자본이 많이 들어가야만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요즘의 충무로판에 보기좋은 일침을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산군과 관련해 지루하게 이야기로 풀려질 수 있는 과거들이-폐비 윤씨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녹수와의 러브스토리 등- 마당극이나 그림자 놀이 인형극 등의 문학적 장치들을 통해 상징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할 수 있다.

거기에 이준기라는 배우의 양성적 이미지의 독특함도 이 영화에서 빛을 이루지만, 연산군이라는 때론 아기이며, 때론 폭군이며, 때론 한량같은 이미지를 정진영이라는 배우가 그 내공으로 넘나들고 있음은 다시 한 번 떠올릴만 하다.

거기에 광대들의 입담이나, 마당극에서의 과장과 사실을 넘나드는 해학, 줄타기가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고민- 반허공이라는 대사 속- 등도 이 영화를 맛깔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2%가 부족하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다.

위에서의 여러 뛰어난 부분이 있음에도 거기에서는 연산군과 장생, 공길 사이의 삼각관계가 중심을 이루고, 나머지 부분들으 오히려 뒤로 물러난 감이 크다.

그리고, 공길(이준기)이 왜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개연성 제시가 미흡하다. 그저 공길이 아름답고, 그 춤사위에 관객도 같이 어울린 모습이랄까.

이에 반해, <패왕별희>에서는 쳉데이(장국영)가 동성애적인 경향과 샬루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개연성이 영화 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거기에, 문화대혁명을 중심으로 한 중국 현대사가 주인공들간의 러브스토리 못지 않게 밑바닥을 흐르고 있음은, <왕의 남자>의 아쉬움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감독이 어설프게 무리하지 않고, 처음 설정부터, 공길의 양성적 아름다움과, 주인공들의 삼각관계 광대들의 놀이판에 집중했기 때문에, 어설프지 않게, 2% 부족하지만 멋진 영화라는 느낌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삼각 관계 역시, 흥미위주로 과도하게 다둘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유혹에 말리지 않고, 적당히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은 박수를 보낼만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에서의 색감을 비롯한 영상미가 무엇보다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음을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장생이 줄타기를 하고 있을 때, 연산군이 활을 당기고, 줄과 장생사이로 활을 지나가던 장면, 장생이 장님이 되고 공길이 연산군 앞에서 손목을 긋고 인형놀이를 보이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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