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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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테오에게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잖니.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아무것이든 그려야 한다.
너는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비어 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캔버스의 백치같은 마법에 홀린 화가들은 결국 바보가 되어 버리지.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 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1884. 10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글들 중 하나를 올린다.
자신을 '개'라고 규정하기도 했을 정도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그리고 현실적인 삶이 보장되지 않는 화가라는 끝이 없는 삶의 과정에서 그는 고통스러워 했고,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워 했었다.


하지만, 그가 동경했던 '해바라기처럼'
그리고 숱하게 남아있는 그의 자화상에서
그가 내렸던 결론은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용기였고,
결국 그의 영혼도 그림에게 주었다.


평범함 속에 자신을 숨기려 든다는 말.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의 착각이며,
결국 용기있는 사람은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은,
삶 속에서 무디어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충고가 될 만하다.





고갱과의 다툼 속에 자신의 귀를 자르고,
또 숱하게 이어졌던 발작과 이에 대한 스스로의 두려움.

결국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비극적 결과로 끝을 맺은 고흐지만,
사람들에게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강한 느낌을 전달하고, 이를 색채들 속에 투영하려했던 치열한 그의 고민은
분명 쓸쓸한 노력으로 끝나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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