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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빨리 후기를 써서 (이 책이 얼마나 재미난 지를) 동네방네 알리고 싶었는데, 또 너무 좋다 보니 빨리 읽기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야금야금 아껴 읽다 완독하는데 한달이나 걸렸다.) 준쿠도 서점 도쿄 본점에서 일을 하던 저자는 오키나와 지점 오픈을 계기로 나하로 전근을 오지만, 이후 서점 직원일을 그만두고 그곳에 정착해 자그마한 헌책방을 연다. 나머지는 그냥 그 헌책방을 혼자서 꾸려 가는 이야기다. 그게 뭐가 재밌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애매한데 정말로 재밌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지역 사랑, 그리고 책사랑, 오키나와에서 팔리는 책, 안 팔리는 책, 오키나와 지역의 출판 상황과 유통 과정, 지역 문화와 언어, 역사 등 발로 뛰며 하나하나 배워 가는 저자와 함께 나도 배웠고 (비록 내 일상 속에서 쓰여질 지식은 아니라 해도, 예를 들면 1879년까지 오키나와는 류큐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다가 일본에게 침략당해 강제로 편입된 것, 이후 1952년부터 미군의 지배하에 있다가 1972년 다시 일본으로 복귀된 사연, 오키나와 사람들의 각별한 지역 사랑과 오키나와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시행착오 끝에 점점 모양새를 갖춰 가는 헌책방 울랄라를 지켜 보면서 나 역시 뿌듯함을 금치 못했다. 초보인 저자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주는 정이 넘치는 오키나와 헌책방 조합 선배님들, 헌책 경매 시장에 참석해 처음으로 낙찰받은 일, 매일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이웃 가게 주인들 (특히 자주 등장하는 쓰케모노 가게 주인과 가쓰오부시 가게 주인)과 정겨운 시장 풍경, 태풍이 오는 바람에 (한층 더 분위기 있게) 진행된 헌책방 앞 첫 거리공연 이벤트, 비싸서 안 팔리던 책이 우연히 들린 (그 책의 작가와 동명인) 외국인 손님에게 좋은 값에 팔린 이야기, 등 그저 소소한 일상을 묘사한 것 뿐인데 읽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롭다. `책이 좀 많습니다`와 `소소책방 책방일지`도 재밌게 읽었는데 아무나 헌책방을 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들 글솜씨가 여간이 아니다. 그나저나 헌책방과 부엉이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울라라 서점도 부엉이 로고를 쓰고 소소책방도 부엉이 로고다. 부엉이의 뛰어난 시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팔릴 책들을 엄별해서 들여야 하므로) 검색을 해보니 대체로 부와 복의 상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