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이 많고 사건들이 끊임없이 터진다. 소소한 스케일의. 그리고 쉴 틈 없이 산만하게. 요 며칠간 일본 소설을 내리 세 권을 읽었는데 흔히 말하는 `같은 옷 다른 느낌`말고 `다른 옷 같은 느낌`? 배경,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해피엔딩으로 진행되는 공식은 똑같은? 드라마틱한 상황 발발, 해결사 투입, 주인공과 해결사의 우연한 만남, 갈등 해소, 뻔한 해피엔딩,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이 일어나기 전 완전 티나게 깔아놓은 떡밥들. 물론 그 뻔한 엔딩 보려고 집어든 책이지만 세 권 까지는 아무래도 무리였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끝까지 읽어낸 이유는 1. 헌책방이 무대니까 2. 앞으로 책을 살 때는 더 신중하자는 배움을 가슴 속 깊이 새기기 위해. 리뷰가 많고 평점이 높은 작품이면 내 개인적인 취향과도 맞을 거라는 발칙한(?) 상상은 이제 접겠다.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있어서 몇 자 적어 봤다.

˝책은 저절로 자기 주인을 찾아간다˝, 메이지 18년서부터 대를 이어 문을 열어온 이 도쿄밴드왜건 헌책방의 가훈 (.. 들 중에 하나)

˝책이란 건 때가 되면 제 주인의 손에 자연스레 찾아드는 게야. 자네같이 돈 자랑하며 사 모으는 놈한테는 먼지 한 톨도 안 팔아!˝ 주인인 칸이치 영감이 책방에 들른 돈 많은 헌책 애호가에게 호통을 친다. ˝우선 한 권 사서 그것에 대해 독후감이 됐는 리포트가 됐든 써와 봐. 잘 썼으면 또 사가게 해주지.˝ 돈 많은 젊은이는 할아버지 명령대로 매번 독후감을 가져와 허락을 받고 책을 사간다.

˝오늘은 비번인가?˝ ˝네. 게다가 마누라가 친구들하고 여행을 가서요.˝ ˝그래서 오늘은 실컷 헌책방 순례를 하는 건가?˝ 오구오구 ㅎㅎㅎ 칸이치 영감과 가야노 형사님의 대화. 나도 남편이 바쁜 날엔 느긋하게 헌책방 순례에 나서는데. (같이 가면 나보다 한참 먼저 끝내고 자꾸 가지고 보채서 구경하는 내내 불안함.)

아. 15소년 표류기 얘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초등학교때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소년들이 키를 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짙은 파란색 표지였다. 축약본이었을까..) 내 주위에는 그 책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파리대왕 읽은 사람은 많지만. 나는 반대로 파리대왕을 아직 안 읽었다. 그냥 반가운 마음에 별 것 아닌 장면이지만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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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1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이 많지 않은 헌책 애호가라서 주인한테 쫓겨나지 않겠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