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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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진보, 하지만 역시 당신도 마초?

거의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얘기만 나오는 타임라인이기는 하지만, 한 때 내 트위터 타임라인은 <나꼼수>에 대한 비아냥과 분노로 가득찼던 적이 있었다. 정의로운, 진보적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비키니 시위를 폄하했다는 이야기, 과열된 <나꼼수> 팬덤들에 대한 비아냥, 골방토크의 한계 운운하는 말들이 나올 때마다 난 이리저리 흔들렸었다. 뭐 지금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중이다. 사실 정봉주는 재밌긴 하지만 입이 방정이라 크게 덤태기 쓰기 쉬울 것 같고(진중권에게 시기하는거냐고 한 인터뷰는 어이가 없었다.) 김용민의 욕설도 마냥 듣기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물론 개인적으로 만나면 예의바르고 조용한 분일 것 같기는하다ㅠㅠ) 이도저도 아닌 중립으로 객관성을 지키려 할 때마다 남자친구의 '쿨한척하는 회색분자' 이야기가 왕왕 머릿속에서 울리곤 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역시 좋네 

게다가 초판 한정 사인본으로 냅다 지르고는, 읽지 않았다. 좋은 책일수록 아껴두었다 읽으려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사놓고 보니 책장에 꼽아놓은것만으로 만족이 됐던것도 같다. 그러다 결국 산 지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 초판본을 지르던 열기도 식고 위의 심정, 즉 어디 얼마나 마초적인가 보자. 하는 눈으로 읽고 나니 오히려 더 좋았다는 결론. 글을 참 잘 쓴다 이사람.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내용이 가볍지는 않았지만 금방 읽었다.

 

|공부도 되는 내용들

지금까지 NL이나 PD에 대해 아무리 들어도 헷갈렸었는데 정리가 됐다. 혼란스러웠던 두 집단 사이의 대북문제 관련 입장 차이나 그걸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단순히 MB 까는 내용만 있었으면 정말 실망했을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앞쪽으로 압축해서 간단하게 끝내고 진보정당과 보수정당, 앞으로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 등을 제시하는 부분이 멋있었다.

 

또 삼성문제. 찜찜해하면서 불매운동을 바라봤던 나에게는 좋은 해답이 되었고, 기업가가 잘나서 남긴 이익으로 비자금 만드는게 뭐가 나쁜건지? 에 대한 대답도 읽을 수 있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족벌체제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악영향도 좀 더 노골적으로 들여다 봤고.

 

통일 문제에 대한 시점도 마음에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통일에 대한 영상물을 보며 왜 통일을 해야 할까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굶주리는 북한 사람들이 불쌍하고 북한의 공산주의체제는 나쁜 것이니까"라는 대답을 학교에서 원했던것 같아 그렇게 썼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이 정도 수준의 프레임이라면 통일은 힘들 것이다. 사람은 자신에게도 이익이 있어야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 드니까.
분단상태애서 지불되는 무기 구입비용,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 민간에 이양되는 군 가산점제도, 남녀간의 싸움, 반도국으로 느끼는 한계 등등, 실제로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면서 알게모르게 치러지는 손해에 대해 정확하게 자각해야겠다고 느꼈다.

 

|기억에 남는 문장

사람들이 대통령을 선택할 때 논리를 동원하는 건, 그 사람에게 꽂힌 마음을 정당화할 도구로 쓰는 거지, 논리의 귀결로 누군가를 선택하는 게 아니다.  
 P.73 

 

 권력의 진짜 힘은 누군가를 치는 데 있는게 아니라, 충분히 칠 만한 정보를 가지고도 치지 않는 데 있다. 
 P.125 

 

 비자금이란 게 자기 돈을 자기가 가져간 게 아냐. 남의 돈을 훔친 거라고. 이건 절도야. 
 P.154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 노예근성이 있다고. 원래 우리 인간의 삶이란 게 불확실하잖아.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자기보다 큰 존재에게 기대고 싶어 해.  
 P.163 

 

 불매운동은 개개인을 딜레마에 빠지게 만들어. 삼성이 나쁘다는 주장을 접하긴 했지만 그래도 난 1위 기업에 입사하고 싶어. 내가 그 거대한 부조리를 직접어떻게 할 수는 없고 당장 나한테 더 중요한 건 거대 기업에 입사하는 거니까. 삼성이 나쁘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하는 사람들조차 품질이 더 우수해서 쓰고 있는 삼성 제품이 분명히 있거든. 그럼 그런 사람들은 죄의식을 느끼거나 자기 합리화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게 된다고. 삼성과 이건희를 동일시하는 전략의 성공이 사람들에게 그런 딜레마를 안긴 거지. 삼성 제품 불매운동이 효과적이지 않은 요인 중 하나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삼성 물건을 좀 불매한다고 해서 이건희에게는 전혀 타격이 안 가요. 
 P.167 

 

 자신의 권력의지는 어떠하고 정치적 욕망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그리고 그 욕망과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합치시킬 것인가 
 P.190 

 

 종교가 유지되는 근본적인 힘이 결국 죄의식이거든. 누구도 그 율법을 다 지키고 살 순 없다고.(중략)
죄인이 되지 말라고 요구하지만 아무도 도달할 수 없기에 모두가 죄인이 되고, 모두가 죄인이기에 종교가 유지되는 거라고.(중략) 그렇게 모두를 절대적인 진보 가치를 외면한 죄인으로 만들어버리지. 그래서 불편한 거야. 그 죄의식 마케팅이. 
 P.192 

 

 윤리의 문제는 결국 얼마나 선명한가의 문제로 이어지지. 그건 정치가 아니라 종교의 영역이라고.

지_우리는 올바르기 위해 사는 건 아닌데.

김_정당이란 기본적으로 내 욕망을 어떻게 수용하고 대리하고 구현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조직인데, 우리 진보는 내 욕망을 어떻게 통제하고 절제할 것인가에 대한 요구만 있다고.  
 P.193 

 

 그건 순전히 대남용 제스처일 뿐이지. 우린 북한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는. 일반인들이야, 시사평론가야, 개별 정치인이야 얼마든지 3대 세습에 대해 비판적 논평을 할 수 있지만, 그리고 그게 옳지만, 정당 차원에서는 그게 옳기만 해서 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는 거지. 
 P.196 

 

 외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상대국이 절대 취할 수 없는 스탠스를 협상의 첫 번째 조건으로, 그것도 공개적으로 내세운다는 건 그 협상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거거든. 
 P.200 

 

 또 그런 섬 의식은, 우리가 갇혀 있고 세계가 바깥에 있다는 폐쇄 공포와 우린 세계의 구석에 있다는 변방 의식을 낳기도 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그러므로 끊임없이 밖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위기감으로 연결되기도 했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 거지. 공짜가 없다는 게 모든 일엔 반드시 대가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대가를 지불하면 그로 인한 이득도 반드시 있다는 소리거든 
 P.206 

 

 박근혜는 아버지가 상징하는 것의 계승자야.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삶, 안정적이며 지속되는 성장, 사사롭지 않은 국가. 진보진영은 그런 상징이 사기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사기라고 말한다고 해서 이미 상징이 된 걸 해체할 수는 없다. 
 P.265 

 

 우리가 겪는 무수한 일상과 삶의 갈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자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 그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인지 받아들이고 하나의 독립적 인격체가 되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절차지.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고 나서야 자신만의 균형 감각을 획득하는 거다.
겪어도 모를 순 있다. 하지만 겪지 않은 건 아는 게 아니라 아는 척이다. 
 P.268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점철되어 있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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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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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온다

직장에서 일을 한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직종도 두번이나 변했지만, 슬럼프는 자주도 온다.

류노스케 스님은 예전에 <생각 비우기 연습>으로 처음 만났는데, 개인적으로는 아ㅡ이런 책은 좋긴 하지만 사서 보고 싶지는 않다. 싶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내용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뭐랄까. 역시 난 좀 더 이리저리 궁리하고 뜯어보는 책을 사야 돈이 덜 아깝다고 여기는가 싶다.

그런데 이렇게 실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류노스케 스님 책을 다시 찾게 된 것은 도서 11번가에 연재중인 <김미선님의 곰의 책 읽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김미선님의 곰의 책 읽는 이야기> http://webzine.11st.co.kr/browsing/BookWebzineSubAction.tmall?method=getBookWebzineCont&contClfCd=1080201

 

만화란 참 대단하다. 수려한 문장으로 아무리 서평을 써도 쉽게 와닿지 않던 내용이, 쉽게 다가올 뿐 더러 진짜 사서 당장 읽어보고싶게끔 만든다. 북폴리오에서 네온비님이 연재하는 책 소개 카툰도 마찬가지로 무척 효과적인 듯 싶다.

아무튼 마침, 생각이 엄청 많았을 때 찾게 된 <생각 비우기 연습> 처럼 행복하게 일하는 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때 난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엄청난 수의 문장을 저장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쪼잔한 자존심 따위에 얽매이지 않으며 당당한 마음가짐을 가지고서 눈앞의 해야 할 일에 언제나 몰두하는 사람은 그 태도나 마음에서 풍기는 기운에 번뇌가 없고 깨끗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연스레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P.32 

 

 충실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은 일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일부러 생각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충실하지 못하며 불안하고 스트레스에 파묻혀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은 다음과 같은 비명을 지른다.
"대체 뭘 위해서...."
마음의 호수에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 위기상황에 빠져있다는 신호라고 파악하면 된다. 
 P.47 

 

 일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손에 닿지 않고 거창하면서 고매한 철학적 사고는 도움이 되기는 커넝 자신에게 해가 되는 뇌속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P.51 

 

 아무리 타인의 평가 따윈 필요없다고 허세를 부려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그 꿈이 실현되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만큼 인간은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98 

 

 뭔가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그걸 항해서 매진해야만 한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루어진 학교 고육이나 미디어의 선동으로 만들어진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에 살던 농민들은 커다란 야망을 지니고 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일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하고 있는 노동에 제대로 몰두할 수 있었다. 현대인들처럼 "보람이 있는 일을 해야 해" "나는 훨씬 멋진 일을 할 수 있을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고민거리를 만들지도 않았다.
목표가 굳이 있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거창하고 환상에 가까운 목표를 세우려고 할 바에는 오히려 목표라는 것이 없이 단지 그때그때 주어진 일만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편이 훨씬 마음에는 유익하다고 대답하겠다.  
 P.102 

 

 설령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 일에 제대로 정성을 쏟아서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른 멋진 곳에 있을 거라며 허공에 붕 뜬 마음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없는지에 대한 자기 이해는 실제로 도전해 보는 과정에서 성공이나 실패를 통해 비로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104 

 

 공부나 놀이, 운동 등 무슨 일이 되었든 머리만 이리저리 굴리지 말고 몸과 마음을 완전히 일치시켜서 파고들면 스트레스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즐거움은 얼마든지 솟아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아주 짧은 한 순간에 집중과 몰두를 할 수 있다면 일이나 놀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정말로 집중해서 몰두할 수 있을 때에는 일과 놀이가 모두 똑같다. 그런 상태에서는 일하고 있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놀고있는 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란 것이 완전히 사라지고 단지 몰두하여 파고드는 것이 즐겁다는 현상만이 발생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일이나 놀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P.114 

 

 마음을 과거에 일어난 일로 물들이지 않고 미래에 벌어질 일을 걱정하느라 머릿속에 마음을 담아 두지도 않는다. 모든 감각들 속에 마음을 확실하게 고정시켜 놓는다. 
 P.105 

 

 마치 배가 바다를 건너서 항구에 들어왔을 때 미래나 과거라는 망망대해로 표류하지 않도록 안정감있는 닻을 내리듯이 마음을 지금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현실 감각에 묶어두도록 한다. 
 P.118 

 

 마음속 깊은 곳에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매우 훌륭하며 재능있는 사람이다라는 자기 이미지를 숨겨두고있는 사람일수록 그런 자기 이미지를 파괴하는 일들이 발생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고 불쾌감을 넘어 슬픔까지 느끼게 된다. 오만의 번뇌가 굳건하게 둥지를 틀고 있을 수록 온종일 자기 이미지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아주 작은 실수에도 자기 이미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니 그럴 때마다 매번 충격을 받고 침울해진다.
 P.121 

 

 의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그 자리에서 당장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한다. 
 P.131 

 

 눈앞에 있는 재미없어 보이는 일이 사실은 정말 재미있는 일을 찾기 위한 씨앗이 되는 셈이다. 
 P.146 

 

 지금 내 몸이 있는 곳, 그 순간에 집중한다. 
 P.150 

 

 아주짧은순간동안만 우리를 아드레날린처럼 자극적인 연료에 의해 날뛰게 만들지만, 그 후 곧바로 스트레스성 독성물질로 남아 의욕을 완전히 꺾어 버리는 욕망, 분노, 미망을 삼독이라고 한다.  
 P.189 

 

 우리는 무언가에 몰두하여 강한 충실감을 느낄 수 있게 되면 '자신'을 전혀 실감할 수 없게 된다. 
 P.223 

 

 결국 일하는 이유는 '진지하게 몰두할 수 있는 것'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계가 걸려있지 않은 것들에 매일매일 진지하게 몰두하기란 상당히 힘이 든다. 
 P.227 

 

 다자이 오사무는 "계속 놀기만 하는 것은 괴로움이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처음 한순간에는 그 즐거움에 푹 빠질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금세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놀이에 따르는 강한 자극에는 바로 질려 버린다. 그러면 '대체 나는 뭘하고 있는거지?'라며 허무한 마음이 든다.
한마디로 말해서 놀이에는 지속적으로 몰두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에 반해, 소위 좁은 의미에서의 일이라는 건 마음만 통제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몰두하기가 쉽다. 
 P.230

 

이 무수한, 좋은 문장들 속에서 제일 좋았던 건 '마치 배가 닻을 내리듯, 지금 내 몸이 있는 곳에 집중한다.' 는 문장이었다. 읽은지는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드문드문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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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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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셜로키언은 아니예요.

셜록홈즈.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탐정. 취미는 바이올린과 코카인. 특기는 기민한 머리회전과 뛰어난 관찰력, 왠만한 싸움꾼 못지않는 권투실력, 각국의 언어 구사능력, 다른 사람 기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등등. 난 분명 셜로키언이라는 매니아들 앞에서는 이름도 못 내밀만한, 정말 평범한 셜록홈즈 독자다. 뭐 어릴 적부터 어린이 용으로 나온 셜록홈즈 단편집을 읽었고, 집에는 황금가지 완역본 전집세트가 가지런히 꽂혀있으며, BBC에서 옛날옛적에 나온 셜록홈즈 드라마도 찾아보고, 몇 년 전에는 < HOUSE M.D>에 빠져 있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주드로와 로다쥬가 열연한 미국판 <셜록홈즈> DVD를 구입했으며 BBC에서 나온 섹시한 <셜록>도 봤지만. 셜로키언까지는 아니다. 단연코.

 

|그런데 왜 눈에서 눈물이나지...

셜록재단이 인정한 유일한 셜록 팬픽이라고는 했지만 그래봤자 팬픽이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짱 재밌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용 전개상에 있어 전혀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고 왓슨의 셜록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아주 잘 드러나 있었으며, 왓슨이 다치는 것에 대한 과도한 셜록의 반응(...)도 볼 수 있었다.

늙은 왓슨이 100년 후에 공개될 것을 전제로 금고에 묵혀두었다 세상에 나온 이 작품은, 그래서 허드슨 부인이나 모리어티, 레스트레이드 경감, 마이크로프트 등 다른 캐릭터들의 후일담을 간간이 곁들인다. 아. 오히려 이런 배려 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났고 셜록홈즈며 그 주변인물들이 정말 죽은것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나도모르게 홈즈/왓슨은 항상 긴박한 모험속에 있어야 한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겨왔나보다.

 

|단,
책을 빌려준 친구의 기이이이이이이이이스으으으응전결 이라는 소감처럼, 마무리가 너무 폭풍처럼 짧게 몰아치며 끝난다 ㅠㅠㅠㅠ 그리고 본문 중간중간의 홈즈의 탈옥 부분은 좀 뻔해서 읽는 도중에 알아차려 버려 아쉬웠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ㅠㅠ 물론,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나 모험의 속도감은 최고다. 단 두꺼운 책 분량에 비해 사건해결 부분이 지나치게 빈약한 것은 아닌가 싶은 게 불만이라면 불만.

 

|기억에 남는 문장

그는 따뜻하게 나를 맞이했고,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는 순간 꿈에서 깨어난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사랑하는 마리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그라의 진주를 판 돈으로 켄싱턴에 집을 사서 이사한 지난 2년이 없었던 시간인 듯 했다. 내가 아직 독신으로 홈즈와 함께 이 집에 살며 또 한 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하고 파헤치는 짜릿함을 더불어 만끽하고 있는 듯 했다.  (왓슨의 독백 중)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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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사냥꾼 3대 무기 내 몸을 살리는 시리즈 4
이희성 지음 / 씽크스마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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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지 웃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제목이었다. 뱃살..장난아니다 정말로.

어떻게 빠질 생각도 안 드는 뱃살이다 ㅠㅠ 옛날에는 뱃살은 안 먹으면 빠진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마치 내 자신이 뱃살이 된 것만 같아서....아 집어치우고 아무튼. 전직 복서 분이 쓰신 내용이라 체중조절에는 도통한 분이다! 저자의 약력이나 경험담이 무척 진솔해서 한 번 읽기 시작하니 엄청 집중해서 읽게 됐다.

 

|실제로 해 보니

오래 씹어 먹는 게 생각보다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어렵다. 나도 모르게 같이 먹는 사람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스피드를 올릴 때도 많다. 또 원래 밥 먹을 때는 물을 잘 안 마시는 편인데, 밥 먹고 난 후 1시간 동안 마시지 말라니 마치 고문 같았다. ㅠㅠ 물은 책마다 마시라 많이 마시라 먹고싶은만큼마셔라 차가운거 뜨거운거 하도 말이 많으니..그냥 내 몸이 원하는게 최고인 듯도 싶고

 

|기억에 남는 문장

 살이찌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음식을 먹는것의 의미를 확장합니다. 기분이 나빠서 먹고 기분이 좋아서 먹고 슬퍼서 먹고 애인과 헤어져서 먹고 직장을 그만두어서 먹고 음식점 간판때문에 먹고 티비와 요리 프로그램때문에 먹고 산에가서 먹고 동물원에 가서 먹고... 
 P.90 

 

 식사 중에는 어떤 물도 마시지 마세요. 물은 최소한 식사 한시간 전과 한시간 후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국물도 먹지 말고 콜라도 먹지 마세요. 
 P.31 

 

 제대로 먹으면 뱃살은 찌지 않습니다. 뱃살이 쪘다면 당신의 식습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배가 고프면 잘 먹되 천천히 잘 씹으세요. 그리고 배가 불러온다 싶으면 그 순간 먹는 것을 중단하세요. 이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식습관을 다이어트로 왜곡시키지 마십시오. 
 P.89 

 

 음식은 음식일 뿐입니다. 음식은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도 아니고 외로움이나 무료함을 달래 주는 도구도 아닙니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먹으면 배불러지고 많이 먹으면 살이찌며 때론 맛있고 때론 맛없는 말 그대로 입으로 들어오는 먹을것일뿐입니다.

동물이나 어린이들은 필요한만큼만 먹고 그 이상은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들은 스트레스나 문제를 먹는것과 연결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어른들은 포만감이 주는 만족감에 중독되어있습니다. 
 P.89 

 

 날씬한 사람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아예 음식에 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편식을 하는 경우도 많고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쏙쏙 빼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이야말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다만 뚱뚱한 사람들과 달리 음식으로 꼭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자기가 먹고 싶을 때 어떤 것이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맛 자체에 탐닉합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뚱뚱한 사람들은 빨리 먹고 많이 먹기 때문에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P.86 

 

 앞으로는 당신의 입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무관심해지세요.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까다롭게 따지는 고급 레스토랑 고객처럼 먹도록 하세요. 당신은 무엇이든 당신이 원할 때 먹을 수 있는 권리와 돈이 있다고 믿으십시오. 배가 부를때까지 먹음으로써 더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지 마세요. 
 P.87 

 

 날씬한 사람들은 체중 조절을 위해 종종 굶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반대로 식사를 거르면 오히려 살 찌는 체질이 되기 쉬우니 바빠도 챙겨먹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날씬한 사람들은 바쁜 일이 있으면 밥 생각이 아예 사라지는 사람들입니다. 먹는 것에 무관심하니까 몇시간이 지나서야 자기가 밥을 안 먹었다는 걸 깨닫는 것입니다. 
 P.88 

 

 어리석은 일이란 똑같은 일을 하고 또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P.115 

 

덧) 책 내용은 진짜라고 생각하고 무척 자극이 됐는데, 저자분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기 수련원 같은 느낌이라 살짝 실망했다. 내 자신의 잘못된 편견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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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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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바로 읽었다

금방 읽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흥미가 동해서 바로 읽었다.

그런데 대담집이라고 해서 그냥 가볍게 스쳐 구입했는데 열어보니 정말 대담집이었다! 기본적으로 주거니 받거니지만 인터뷰식으로 진행이 된다. <닥치고 정치> 정도의 통렬한 문장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고 ㅠㅠ 두꺼운 책 두께와 가격에 비해 너무나도 큰 텍스트 크기와 덤벙한 자간에ㅠㅠㅠ 13,000원 정가는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했기에 정가보다 약간 저렴하게 살 수는 있었지만..서점에서 들춰봤다면 안 사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번 읽어 보세요

대담집을 제대로 읽은 것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저런 부분에서 실망은 들었지만 내용은 좋다. 물론 듣기 좋은/ 입에 바른 소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스스로 중소기업을 일으켰고, IT분야에 해박할 뿐 아니라 실무 지식도 풍부하며, 비록 학벌은 평범하지 않지만 아이들 교육문제나 물가 대책, 복지정책, 기업의 육아휴직 문제, 노동문제, 대기업 족벌체제 문제 의식등을 확실히 갖고 있는 분이라 그런 점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물론 그 외에도 통일 문제나 안보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구는 입바른 소리라고 하는데, 저런 누구나 듣고 싶어하는 얘기조차 속시원하게 진실성을 담아 얘기한 정치인이 몇이나 된다고? 물론, 정치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가 모르는 곳에서 묵묵히 애써온 분들도 훨씬 많을 것이다.

 

|책을 넘어서서

요새 대선을 앞두고 나오는 후보 검증 수준의 기사는 너무 더럽다. 네거티브 전략도 지나치면 독이 될텐데 잘 모르는 듯 하다. 안철수는 대선 출마를 밝힌 것도 아니고 그저 책을 한 권 냈을 뿐이다. 그런데도 반응이 엄청나고 그래서인지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다/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면 될 걸. 내연의 여자가 있다는 둥 기업가 시절 뇌물을 줬다는 둥 단란 주점에 갔다는 둥 실제로 조금만 찾아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부풀려진 이야기들이 둥둥 떠다닌다.

 

그저 나는 지난 12년간 받아온 공교육에 근거하여 군부독재는 정말 나쁜 것이라고 배웠고, 무수한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정점에 누가 있었는지 수업도 들었고 시험도 치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은 가치판단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것만은 변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게 죄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덧) 한 가지 사족이라면 이런 책이야말로 e-book으로 읽기 적당하지 않나 싶다. 아 역시 크레마가 갖고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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