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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온다
직장에서 일을 한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직종도 두번이나 변했지만, 슬럼프는 자주도 온다.
류노스케 스님은 예전에 <생각 비우기 연습>으로 처음 만났는데, 개인적으로는 아ㅡ이런 책은 좋긴 하지만 사서 보고 싶지는 않다. 싶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내용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뭐랄까. 역시 난 좀 더 이리저리 궁리하고 뜯어보는 책을 사야 돈이 덜 아깝다고 여기는가 싶다.
그런데 이렇게 실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류노스케 스님 책을 다시 찾게 된 것은 도서 11번가에 연재중인 <김미선님의 곰의 책 읽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김미선님의 곰의 책 읽는 이야기> http://webzine.11st.co.kr/browsing/BookWebzineSubAction.tmall?method=getBookWebzineCont&contClfCd=1080201
만화란 참 대단하다. 수려한 문장으로 아무리 서평을 써도 쉽게 와닿지 않던 내용이, 쉽게 다가올 뿐 더러 진짜 사서 당장 읽어보고싶게끔 만든다. 북폴리오에서 네온비님이 연재하는 책 소개 카툰도 마찬가지로 무척 효과적인 듯 싶다.
아무튼 마침, 생각이 엄청 많았을 때 찾게 된 <생각 비우기 연습> 처럼 행복하게 일하는 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때 난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엄청난 수의 문장을 저장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쪼잔한 자존심 따위에 얽매이지 않으며 당당한 마음가짐을 가지고서 눈앞의 해야 할 일에 언제나 몰두하는 사람은 그 태도나 마음에서 풍기는 기운에 번뇌가 없고 깨끗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연스레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P.32
충실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은 일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일부러 생각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충실하지 못하며 불안하고 스트레스에 파묻혀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은 다음과 같은 비명을 지른다.
"대체 뭘 위해서...."
마음의 호수에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 위기상황에 빠져있다는 신호라고 파악하면 된다.
P.47
일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손에 닿지 않고 거창하면서 고매한 철학적 사고는 도움이 되기는 커넝 자신에게 해가 되는 뇌속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P.51
아무리 타인의 평가 따윈 필요없다고 허세를 부려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그 꿈이 실현되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만큼 인간은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98
뭔가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그걸 항해서 매진해야만 한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루어진 학교 고육이나 미디어의 선동으로 만들어진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에 살던 농민들은 커다란 야망을 지니고 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일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하고 있는 노동에 제대로 몰두할 수 있었다. 현대인들처럼 "보람이 있는 일을 해야 해" "나는 훨씬 멋진 일을 할 수 있을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고민거리를 만들지도 않았다.
목표가 굳이 있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거창하고 환상에 가까운 목표를 세우려고 할 바에는 오히려 목표라는 것이 없이 단지 그때그때 주어진 일만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편이 훨씬 마음에는 유익하다고 대답하겠다.
P.102
설령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 일에 제대로 정성을 쏟아서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른 멋진 곳에 있을 거라며 허공에 붕 뜬 마음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없는지에 대한 자기 이해는 실제로 도전해 보는 과정에서 성공이나 실패를 통해 비로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104
공부나 놀이, 운동 등 무슨 일이 되었든 머리만 이리저리 굴리지 말고 몸과 마음을 완전히 일치시켜서 파고들면 스트레스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즐거움은 얼마든지 솟아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아주 짧은 한 순간에 집중과 몰두를 할 수 있다면 일이나 놀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정말로 집중해서 몰두할 수 있을 때에는 일과 놀이가 모두 똑같다. 그런 상태에서는 일하고 있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놀고있는 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란 것이 완전히 사라지고 단지 몰두하여 파고드는 것이 즐겁다는 현상만이 발생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일이나 놀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P.114
마음을 과거에 일어난 일로 물들이지 않고 미래에 벌어질 일을 걱정하느라 머릿속에 마음을 담아 두지도 않는다. 모든 감각들 속에 마음을 확실하게 고정시켜 놓는다.
P.105
마치 배가 바다를 건너서 항구에 들어왔을 때 미래나 과거라는 망망대해로 표류하지 않도록 안정감있는 닻을 내리듯이 마음을 지금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현실 감각에 묶어두도록 한다.
P.118
마음속 깊은 곳에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매우 훌륭하며 재능있는 사람이다라는 자기 이미지를 숨겨두고있는 사람일수록 그런 자기 이미지를 파괴하는 일들이 발생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고 불쾌감을 넘어 슬픔까지 느끼게 된다. 오만의 번뇌가 굳건하게 둥지를 틀고 있을 수록 온종일 자기 이미지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아주 작은 실수에도 자기 이미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니 그럴 때마다 매번 충격을 받고 침울해진다.
P.121
의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그 자리에서 당장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한다.
P.131
눈앞에 있는 재미없어 보이는 일이 사실은 정말 재미있는 일을 찾기 위한 씨앗이 되는 셈이다.
P.146
지금 내 몸이 있는 곳, 그 순간에 집중한다.
P.150
아주짧은순간동안만 우리를 아드레날린처럼 자극적인 연료에 의해 날뛰게 만들지만, 그 후 곧바로 스트레스성 독성물질로 남아 의욕을 완전히 꺾어 버리는 욕망, 분노, 미망을 삼독이라고 한다.
P.189
우리는 무언가에 몰두하여 강한 충실감을 느낄 수 있게 되면 '자신'을 전혀 실감할 수 없게 된다.
P.223
결국 일하는 이유는 '진지하게 몰두할 수 있는 것'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계가 걸려있지 않은 것들에 매일매일 진지하게 몰두하기란 상당히 힘이 든다.
P.227
다자이 오사무는 "계속 놀기만 하는 것은 괴로움이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처음 한순간에는 그 즐거움에 푹 빠질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금세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놀이에 따르는 강한 자극에는 바로 질려 버린다. 그러면 '대체 나는 뭘하고 있는거지?'라며 허무한 마음이 든다.
한마디로 말해서 놀이에는 지속적으로 몰두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에 반해, 소위 좁은 의미에서의 일이라는 건 마음만 통제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몰두하기가 쉽다.
P.230
이 무수한, 좋은 문장들 속에서 제일 좋았던 건 '마치 배가 닻을 내리듯, 지금 내 몸이 있는 곳에 집중한다.' 는 문장이었다. 읽은지는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드문드문 떠올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