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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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이 왜인기가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상실의 시대는 너무 어릴 적에 읽어 공감을 할 수 없었고,

직접 찾아 읽은 해변의 카프카는 더더더욱 이해가 안 갔고,

1Q84는 재밌긴 했으나 푹 빠져서 찬양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른바 하루키 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역시 나는 주류랑은 약간 다른가봐. 하는 자조적인 생각도 하고, 역시 나는 매니아 기질이 풍부한 것 같아 싶어 살짝 비틀어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 매력적인 하루키의 글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좋다고 하던데. 나도 이제서야 그쪽 부류에 들어서나 보다. 읽는 재미는 물론이고 이 요상한 개그센스가 너무 좋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웃어본적은 정말 오랜만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시사적인 화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 자신에게 있어 까마귀떼란 모든 사회적 틀이며 단단한 벽과 거기에 부딪치려는 알이 있다면 자기는 언제나 알의 편"이라는 그의 말 한 마디로 인해 자유인이면서도 책임있는 문학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고 아름답고 멋진 사람. 난 그와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그가 한국에서 사인회를 연다면 나도 이탈리아 여인들처럼 볼에 키스를 부탁하고 싶다. 안 해줄래나?

 

|재미있었던 문장

한번은 그렇게 받은 레드와인을 따다가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새하얀 카펫에 내용물을 쏟아 호텔에 민폐를 끼친 적이 있다. 기껏 서비스를 해주었더니만 그런 꼴을 당하다니, 호텔도 참 못할 노릇이다. 그 호텔 컴퓨터 고객 정보에는 '무라카미에게는 절대 레드와인을 갖다주지 말 것'이라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P.40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나이키 본사에 갔는데, 문득 깨달은 사실! 맙소사, 내가 갖고 간 것은 뉴발란스 옷과 신발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나이키 본사의 코스를 달리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몹쓸 짓이다. 게다가 내가 달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는데.
내가 원래 잘 잊어버리고 센스가 없는 편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멍청이다.
P.66

 

나이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꼭 필요할 때 혼자서 살짝 머리끝쯤에서 떠올리면 된다.
P.112

 

*덧_원제는 무라카미 라디오2/커다란 순무 어려운 아보카도인데 둘 다 안에 수록 된 소제목들인데 참 느낌이 다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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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고 따뜻하게
이시은 지음 / 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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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뭔가 새로운 책이 없을까?하고 두리번 거리던 중

최근에 달 출판사를 알게 되었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출간한 출판사이자 두 책의 저자인 이병률 시인이 대표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에세이쪽에서 이것저것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리스트업하다가 나중에는 자주 보이는 출판사 이름으로 검색해서 책을 찾고는 했는데, 그 중 눈에 띈 책이 이 곳. 그리고 이 책.

 

|한국의 카피라이터가 일본의 서정적인 광고 카피들을 소개하다

일본 광고를 좋아한다. 물론 일본도 연예인만 앞세운 요상한 광고들을 많이 찍긴 하지만. 주요 교통수단인 JR 역사 내 혹은 전철 실내 곳곳에 붙은 인쇄물을 통해 기억에 오래 남는 문장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런 광고들 중에는 정말 좋은 카피들이 많다. 매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20대 청춘들을 응원하는 리쿠나비, 직장인의 기를 세워주는 조지아커피, 정말 그곳에 가면 꿈과 모험의 세계가 펼쳐질 듯한 디즈니랜드 등등. 내 눈으로 직접 봐 왔던,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 나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 생각나게끔 하는 그런 카피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은, 어느덧 4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내 유학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간단하게 장바구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역시나 별 것도 아닌 문장 하나에 펑펑 울고 말았다.

 

|단순히 카피를 나열한 것만은 아니다

저자가 카피라이터인만큼, 카피를 고른 이유, 내가 생각하는 진심, 광고에서 전하고 싶었던 마음 등을 자신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가족과 우정, 삶에 대해 가볍게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읽기 쉬운 문장들. 슬램덩크, 드래곤볼이 좋아 일어를 배웠다는 저자에 대한 반가움에 애정이 더 생기는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2011년 책인데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저자가 깊게 영감을 받은 광고들이 한 시대에 국한된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옛날 광고들이 많다. 이 책으로 일본 광고의 최신트렌드를 잡고자 한다면 실패일듯.

또 유난히 철도/술 광고 카피가 많다. 물론 저자 스스로도 밝혔고 취향 문제겠지만 좀 더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다뤘어도 좋았을 법 싶다. (물론 철도/술 광고는 진짜 최고다 ㅠ 크 특히 청춘18티켓이나 풀문 티켓 등..우리나라에도 이처럼 다양한 철도여행이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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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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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온다

직장에서 일을 한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직종도 두번이나 변했지만, 슬럼프는 자주도 온다.

류노스케 스님은 예전에 <생각 비우기 연습>으로 처음 만났는데, 개인적으로는 아ㅡ이런 책은 좋긴 하지만 사서 보고 싶지는 않다. 싶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내용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뭐랄까. 역시 난 좀 더 이리저리 궁리하고 뜯어보는 책을 사야 돈이 덜 아깝다고 여기는가 싶다.

그런데 이렇게 실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류노스케 스님 책을 다시 찾게 된 것은 도서 11번가에 연재중인 <김미선님의 곰의 책 읽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김미선님의 곰의 책 읽는 이야기> http://webzine.11st.co.kr/browsing/BookWebzineSubAction.tmall?method=getBookWebzineCont&contClfCd=1080201

 

만화란 참 대단하다. 수려한 문장으로 아무리 서평을 써도 쉽게 와닿지 않던 내용이, 쉽게 다가올 뿐 더러 진짜 사서 당장 읽어보고싶게끔 만든다. 북폴리오에서 네온비님이 연재하는 책 소개 카툰도 마찬가지로 무척 효과적인 듯 싶다.

아무튼 마침, 생각이 엄청 많았을 때 찾게 된 <생각 비우기 연습> 처럼 행복하게 일하는 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때 난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엄청난 수의 문장을 저장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쪼잔한 자존심 따위에 얽매이지 않으며 당당한 마음가짐을 가지고서 눈앞의 해야 할 일에 언제나 몰두하는 사람은 그 태도나 마음에서 풍기는 기운에 번뇌가 없고 깨끗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연스레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P.32 

 

 충실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은 일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일부러 생각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충실하지 못하며 불안하고 스트레스에 파묻혀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은 다음과 같은 비명을 지른다.
"대체 뭘 위해서...."
마음의 호수에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 위기상황에 빠져있다는 신호라고 파악하면 된다. 
 P.47 

 

 일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손에 닿지 않고 거창하면서 고매한 철학적 사고는 도움이 되기는 커넝 자신에게 해가 되는 뇌속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P.51 

 

 아무리 타인의 평가 따윈 필요없다고 허세를 부려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그 꿈이 실현되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만큼 인간은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98 

 

 뭔가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그걸 항해서 매진해야만 한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루어진 학교 고육이나 미디어의 선동으로 만들어진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에 살던 농민들은 커다란 야망을 지니고 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일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하고 있는 노동에 제대로 몰두할 수 있었다. 현대인들처럼 "보람이 있는 일을 해야 해" "나는 훨씬 멋진 일을 할 수 있을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고민거리를 만들지도 않았다.
목표가 굳이 있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거창하고 환상에 가까운 목표를 세우려고 할 바에는 오히려 목표라는 것이 없이 단지 그때그때 주어진 일만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편이 훨씬 마음에는 유익하다고 대답하겠다.  
 P.102 

 

 설령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 일에 제대로 정성을 쏟아서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른 멋진 곳에 있을 거라며 허공에 붕 뜬 마음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없는지에 대한 자기 이해는 실제로 도전해 보는 과정에서 성공이나 실패를 통해 비로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104 

 

 공부나 놀이, 운동 등 무슨 일이 되었든 머리만 이리저리 굴리지 말고 몸과 마음을 완전히 일치시켜서 파고들면 스트레스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즐거움은 얼마든지 솟아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아주 짧은 한 순간에 집중과 몰두를 할 수 있다면 일이나 놀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정말로 집중해서 몰두할 수 있을 때에는 일과 놀이가 모두 똑같다. 그런 상태에서는 일하고 있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놀고있는 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란 것이 완전히 사라지고 단지 몰두하여 파고드는 것이 즐겁다는 현상만이 발생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일이나 놀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P.114 

 

 마음을 과거에 일어난 일로 물들이지 않고 미래에 벌어질 일을 걱정하느라 머릿속에 마음을 담아 두지도 않는다. 모든 감각들 속에 마음을 확실하게 고정시켜 놓는다. 
 P.105 

 

 마치 배가 바다를 건너서 항구에 들어왔을 때 미래나 과거라는 망망대해로 표류하지 않도록 안정감있는 닻을 내리듯이 마음을 지금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현실 감각에 묶어두도록 한다. 
 P.118 

 

 마음속 깊은 곳에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매우 훌륭하며 재능있는 사람이다라는 자기 이미지를 숨겨두고있는 사람일수록 그런 자기 이미지를 파괴하는 일들이 발생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고 불쾌감을 넘어 슬픔까지 느끼게 된다. 오만의 번뇌가 굳건하게 둥지를 틀고 있을 수록 온종일 자기 이미지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아주 작은 실수에도 자기 이미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니 그럴 때마다 매번 충격을 받고 침울해진다.
 P.121 

 

 의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그 자리에서 당장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한다. 
 P.131 

 

 눈앞에 있는 재미없어 보이는 일이 사실은 정말 재미있는 일을 찾기 위한 씨앗이 되는 셈이다. 
 P.146 

 

 지금 내 몸이 있는 곳, 그 순간에 집중한다. 
 P.150 

 

 아주짧은순간동안만 우리를 아드레날린처럼 자극적인 연료에 의해 날뛰게 만들지만, 그 후 곧바로 스트레스성 독성물질로 남아 의욕을 완전히 꺾어 버리는 욕망, 분노, 미망을 삼독이라고 한다.  
 P.189 

 

 우리는 무언가에 몰두하여 강한 충실감을 느낄 수 있게 되면 '자신'을 전혀 실감할 수 없게 된다. 
 P.223 

 

 결국 일하는 이유는 '진지하게 몰두할 수 있는 것'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계가 걸려있지 않은 것들에 매일매일 진지하게 몰두하기란 상당히 힘이 든다. 
 P.227 

 

 다자이 오사무는 "계속 놀기만 하는 것은 괴로움이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처음 한순간에는 그 즐거움에 푹 빠질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금세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놀이에 따르는 강한 자극에는 바로 질려 버린다. 그러면 '대체 나는 뭘하고 있는거지?'라며 허무한 마음이 든다.
한마디로 말해서 놀이에는 지속적으로 몰두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에 반해, 소위 좁은 의미에서의 일이라는 건 마음만 통제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몰두하기가 쉽다. 
 P.230

 

이 무수한, 좋은 문장들 속에서 제일 좋았던 건 '마치 배가 닻을 내리듯, 지금 내 몸이 있는 곳에 집중한다.' 는 문장이었다. 읽은지는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드문드문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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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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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

교과서에 실렸던 <그 남자의 집> 이후로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스스로 찾아본 건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좋은 책이라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도 워낙 예전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것도 일부러 읽을려던 게 아니라, 새로 산 크레마 터치에서 도서관 앱을 만지다가 시범적으로 빌려 본 책이었다. 

 

|장르 소설만 읽다가..

어릴 적 부터 소설이든 동화든 닥치는대로 읽는 건 좋아해서, 새학기에 국어책을 읽으면 항상 앞장부터 뒤져 재밌어보이는 건 미리 한 번 씩 읽어보고는 했다. 한 문장에 몇 몇 가지 색으로 줄이며 단어풀이를 산 만큼 달아야 하는 고전문학도 좋아했다. 그런데 내 눈으로 책을 고르고 읽게 되고서부터, 즉 대학에 들어오면서 한국 소설은 잘 안 읽게 되었다. 해외문학에만 봐도 읽을 책이 너무 많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질리게 읽었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다. 게다가 한국 근대문학은 너무 처연했고 가난한데다 침침했다. 전쟁의 수마,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과 갈등, 지식인들의 나약함, 친일파 등등 오히려 우리 자신의 일이라 그런지 담담하게 읽기가 힘들었던 탓도 있었다. 아무튼 그랬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었더니, 눈에 단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글과 묵직한 힘

박완서 선생님의 기억에 의지해서 쓰여진 자전 소설인 이 책은, 그래서인지 5~6살적 할아버지와 시골에서 살았던 <야성의 시대> 부분에서 힘이 넘친다. 아름다운 표현, 피부로 다가오는 묘사, 기억을 일깨우는 촉감과 소리들이 마치 먼 옛날 할머니가 해 주던 옛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그립고 따뜻했다. 문장 하나 하나가 번역 문학에서느 느끼지 못하는 감동을 준다. 

게다가 한국사에서 제일 격동적이였던 신시대와 구시대의 대립이며(농지 위주의 전통 농경 사회 해체) 6/25로 이어지는 이데올로기 전쟁 등. 이 글과 작가 자체가 한국 근현대사 평범한 시민들의 산 증인이었구나. 정말 큰 분을 잃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진짜 고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 사람에겐 누구나 죽었다 살아나도 흉내 못 낼 것 같은 게 있는 법인데 나에겐 그게 집단의 중심이 되는 것이었다.  

-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에 수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책을 읽다가 문득 창 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 둘이 만났다 하면 그렇게도 죽이 잘 맞아 온종일 수다를 떨어도 미진했었는데 그 날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뜨악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서로 마음이 어긋나고 있다는것을 의식하고 그걸 어떻든지 만회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 고서도 남아 있지 않지만 그릇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엄마와 숙모들이 요샛말로 스트레스를 풀고 나서 맛본 건강한 즐거움은 죽는 날까지 그 분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 그때까지의 독서가 내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에서 붕 떠올라 공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재미였다면 새로운 독서체험은 현실을 지긋지긋하도록 바로 보게 하는 전혀 새로운 독서 체험이었다.  

- 때로는 사춘기 소녀의 상상력이 무르익은 중년의 실생활보다 더 외설스러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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