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달라진 풍경 하나.

 

날씨가 추워지면서 유모차를 가지고 삼삼오오 몰려 나오던 애기 엄마들이 안 보이면서,

역시 삼삼오오 몰려 다니며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한잔씩을 앞에 두고, 그 보다 2배, 3배는 되는 따뜻한 물을 리필로 요청하며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이 늘었다.

내가 동경하는 40대.

아이는 이제 엄마의 손이 세세하게 필요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남편의 퇴근 시간은 점점 늦어져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나이.

보통 이 시기에 갱년기도 사추기도 우울증도 많이 찾아온다고 하지만 나는 왠지 이 나이가 기다려진다.

 

아무튼,

가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이야기의 소리들이

마치 꿈결처럼 내용은 파악되지 않은 채 고저만 있는 노래소리같이 들려온다.

 

"우리 시어머니가..."

"우리 남편은..."

"우리 아이는.."

"박근혜가.."

"그래서 결론은 살을 빼야.."

 

20평 남짓한 가게는 갑자기 드라마의 무대가 되었다가 치열한 법정이 되었다가 소우주가 된다.

 

40대.

이제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나이.

살아온 세월이 보이기 시작하고, 앞으로 살아갈 세월도 그려지는 나이.

 

자신의 이야기는 쏙 뺀 채,

부모와 남편과 자식과 나아가 사회 걱정 뿐인 아줌마들의 대화를 들으며,

내가 기대하고, 바라는 40대의 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기다림의 유형학

- 예를 들어서 여러분들은 지금 이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이어서 여러분들은 학생 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고, 먹는 동안에는 다음 강의가 시작하기를, 그리고 그 강의 시간 동안에는 집에 갈 시간을 기다립니다. 물론 여러분들은 그동안 주말을 내내 기다리고, 더 나아가 방학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은, 학생 여러분, 수없이 많은 층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통틀어서 말하자면, 여러분은 학사 학위를 받고, 학업을 마치고, 일자리를 찾기를 기다립니다. 여러분은 더 나은 날씨, 행복한 시간, 위대한 사랑을 기다립니다. 모든 단계의 기다리는 시간을 우리는 온갖 볼일들로 보냅니다. 뭔가를 알아챘나요?(의도적으로 길게 늘인, 긴 사이 시간.) 인생은 기다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기다림을 사람들은 인생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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