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내가 가지고 온 책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물질적 삶>이다.
솔직히 가방에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만원 지하철 안에서 책을 펴기란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다.
남부터미널에서 역삼까지는 마의 구간이라 정말로 앞사람과의 거리가 코 앞일 경우가 많다.
게다가 최근 노안이 시작되려는지 책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쉽사리 초점이 잡히질 않는다.
지하철을 타는 시간보다 갈아 타는 시간이 더 많은 짧은 거리도 문제다.
그러한 연유로 주로 전자책을 보거나 부피가 작은 단편 소설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이 책 안에는 <M.D의 제복>이라는 짧은 글이 등장하는데, 옷을 입는다는 것에 대한 뒤라스의 개인적인 생각이 쓰여 있다.
'뒤라스 룩'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늘 같은 방식으로 옷을 입는 뒤라스의 스타일을 보고 어느 패션 디자이너가 그 이름으로 옷을 발표해서 '뒤라스 룩'이 생겨났다고 한다.
나도 올해 들어 매일 출근을 하며 옷을 다르게 바꿔 입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여러번 생각해 본적이 있었던 터라, 만약 내가 입기 편하고 나한테 어울리며, 어떤 이미지까지 부여해 주는 적확한 옷차림이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뒤라스 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검색해 보았는데. 나오는 사진들은 이런것들.
뭔가. 최화정을 연상시키는 룩이랄까.
나는 개인적으로 치마를 잘 안 입기에 도전해볼 것 같지는 않지만 어쩐지 매일 비슷한 옷을 입는다는 것에 대한 편안함과 안정감에 대해 공감하며 오래도록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