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시절 동창의 소식을 들었다.


- 어쩌면 죽었는지도 몰라.


무의식 중에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유난히 유난스러운 일의 중심에 잘 서 있었던 그 아이를 떠올리면, 아직도 이상한 죄책감과 함께 불편한 기분이 든다. 

뭔가 내가 좀더 참아줘야 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떠남으로 해서 그 아이에게는 정말 아무도 남지 않게된 것은 아닐까.


유독 혼자서는 제대로 잘 서 있지 못했던 아이.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기대있던 아이.

자신의 행복은 상대방에게 달려있다는 듯한 방관자적인 태도.

현실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던 아이.


나를 마지막으로 모두와 연락을 끊고, 이름도 바꾼 채 상관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던 그 아이의 소식은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곳에서 들려왔다.


- 새아빠는 돌아가셨고, 치매에 걸린 엄마와 둘이 살고 있대.


이 나이쯤 되면 들을 법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조금 충격이었다.

그런데, 충격이라고 느껴진 포인트가 이상했다.

새아빠가 돌아가신 것도, 엄마가 치매에 걸린 것도 아니고,

엄마랑 둘.이.살.고.있.대.가 기괴하게 느껴졌다.


의붓 오빠를 제외하면 외동딸이니 당연히 본인이 모실 법한 일이지만 시설에 모시지 않고, 본인이 혼자 치매 엄마를 모시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 있다고.


왜 그 아이는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을까.


물론,

사람들도 만나고, 대학원도 다니고(사회복지과의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 나이에..), 남자도 만나겠지만, 치매에 걸린 엄마와 둘이서 산다니.


학창시절,

의붓 아빠의 폭행으로 부터 보호해 주지 않은 엄마.

의붓 아빠와 그 자식(국제 변호사)에게 딸을 부끄러워 했던 엄마.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고 손목을 그은 딸을 대학 때 사귀던 예전 남친에게 맡긴 엄마.


누구보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치매에 걸린 엄마와 단둘이서 함께 사는 그 아이의 마음은 무엇일까. 지금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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