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 맺음에서 바라보는 각도가 사뭇 다르다. 자신을 변호하기 바쁜 사람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없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기식으로 해석할 능력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딱하다는 생각도 아니고, 그저 아무런 생각이 안들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전횡과 폭력에 대하여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히기 어려웠던 몇번의 기억이 그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작은 웃음으로 이별을 하기에는 나의 관계맺음이 되돌아보게 되는 것인데...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도 자기변명도 참 여럿이다. 그래도 기도는 해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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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열하일기
이규태 / 신원문화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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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신열하일기  첫째/압록강을 건너(출발에 앞서-압록강을 건너-첫야영지 상첨자-국경촌 고려문-봉황산 안시성-가업 이은 역관촌-기지촌 설류참-벼농사 지역 답동-집단무덤 고려총)

둘째/요동벌을 품에 안고(전승 기념 요양 백탑-사행길 안전을 빈 관제묘-효종의 채소밭-폐허가 된 조선관=청태종의 고궁-삼학사 형장-조선인 노예 시장 -유조구의 담배 농사-김응하 장군 전사지)

셋째/산하관을 향해(북진묘 보천석-만주 군벌 이성량 패루-영원성의 혈투-오호도 국화녀상-강녀묘 망부석-산해관 전적지-조선현을 찾아-조선인 집단촌 고려보)

넷째/황제의 도시 북경(도교 사원 동악묘-사행길 숙박소 옥하관-금지 구역 관상대-포교의 산실 동천주당-서책 골동품 상가 유리창-숭정제 자살나무-동육궁의 비애-굴욕의 습례정-천안문 석사자-남천주당의 성화-황색 신앙의 기원-끝을 맺으며)와 제2부 양자강 역사기행으로 이루어진 이규태의 신 열하일기는 새로운 느낌보다는 중국을 찾는 안내서 같은 책이다. 적당한 이야깃거리가 있고 민족성과 애국심에 호소하는 우파적 냄새가 매우 짙음에도, 구간구간 안내로의 표가 있어서 공감각화 시키는 좋은 자료에 끌려 다 읽었다. 하기야 한때는 그의 책을 매우 재밌게 읽었던 적도 있었다. 아스라한 기억이지만...

  한국인에 대한 의식구조니 정서구조니 해서 다작을 한 그의 시시콜콜한 이야깃거리의 집적은 풍부하지만 우리가 역사에 대해서 배우는 것은 역사적 지식과 편향성은 아니라고 믿는다. 좀더 넓은 눈으로 바라보며 민족과 국가와 세계를 이야기 할 수는 없을까?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이규태의 신열하일기로 변했다. 유머와 웃음의 날카로운 당대 비판이 진부한 역사여행안내서로 툭, 떨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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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의 2강 -「도강록 : 그대, 길을 아는가?」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8-08-18 16:19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것처럼 '소리'는 각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성이 달라지면 그 사람의 분위기가 달라 보이고, 달라진 분위기는 그 사람이 맺고 있는 여러 관계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책을 소리내어 함께 읽는 것은 그 자리에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하나의 '연대'를 구성하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이하 『열하일기』)강의에서는 좋은 구절을 수업에 참가...
 
 
 
리심 - 하 - 파리의 조선 궁녀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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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탁환은 그의 옮겨지는 직장만큼이나 소설의 힘이 자주 바뀌어지는 작가이다. 표현이 어색하지만, 다작활동하는 작가중에 그의 소설만큼 많은 작품을 읽은 경우도 드물다.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속에 들어있는 치밀한 문헌고증 때문이었다. 역사 교과서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고 배경이 살아움직여 운동력있게 상상하기에 좋은 작품들이다. 진지하게 노력하는 작가는 많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을 치열하게 하는 작가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작가의 말에서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는 좌충우돌 30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설이다. 감히 주장하건대, 이 소설을 쓰기 전 김탁환과 쓴 후 김탁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골방의 몽상과 현장의 생생함을 아우르는 '취재형 작가'로 불혹의 10년을 활활 태우겠다. 아직도 내겐 젖은 장작이 많다 라고 하였다. 사실과 허구의 결합을 시도하는 그의 작업의 공통성외에 작은 단편적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리심이란 19세기말의 조선 여성의 흔적을 찾아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여 생생하고 활기찬 소설을 완성하였다는 점에서 분명 작가의 만족도가 높은 소설이 마련된 것이리라.

  리심이 머물렀던 시기의 파리의 시가지 지도라든지 탕헤르의 지도 등을 소설속에서 살펴보면서, 프랑스의 기록물 관리 능력이 부럽기조차 하다. 물론 그 기록물을 세심히 조사해서 햇빛 속으로 드러낸 많은 이들의 수고도 놀랍지만...

  구라파를 처음 밟은 조선 여성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리심의 자살은 애닯으나 이해가 간다. 그보다 한세대 후의 개화기 여성들이 짊어졌던 생조차도 자살이나 파탄자로서 정신분열을 일으켰는데... 봉건사회 속에서 여성이 근대화의 물결을 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요즘의 젊은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애 닯 다!

  소화하기 버거운 것들이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근대의 시작에서 비중있는 인물을 다 만난다는 것 - 3000매의 장편 소설 속에서 한 시대의 뒤범벅된 사상들을 다 소화하려는 시도는 버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실성을 벗어나 버린 것 같은 무거움을 느끼게 한다. 리심의 작은 몸을 작게 그렸으면 좋으련만, 5년만의 외유에서 리심이 세계를 혹은 대한제국을 다 짊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가혹한 행위인 듯 하다. 그의 세계를 너무 넓혀놓지 않았으면... 이를테면 이승만과 독립협회에서 만난다든지, 김옥균을 이해하는 사람이 홍종우와의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다든지... 너무 작위적이지 않을까?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사람은 행위한다. 세계를 품고 똘레랑스를 몸에 익히기에는 파리의 체류가 너무 짧았고, 조선의 궁녀로서의 삶이 너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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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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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이면 누구든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집의 경우는 팔순이 넘은 어머니께서 우울증을 들먹이시면서 가슴이 에리시단 말씀을 종종 하신다. 처음엔 가볍게 웃었다. 무슨 그 연세에 우울증??? 마치 우울증이란 청년기나 장년기에만 겪을 수 있는 특별한 질병이란 듯이 말이다. 그런데 신체적으로 허약해지고 독립적인 생활을 못하게 되는 60이 넘은 나이에 가장 많이 겪는 것이 우울증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 우울증 혹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가장 흔한 질병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특이한 정신과의사인 이라부의 환자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된 조직폭력배, 서커스단 곡예사, 의사, 3루수 프로야구선수 그리고 여류작가 - 무척 특이한 직업들이다. 정신질환하고는 별로 관계없을 듯한 발작과정과 징후를 보면서 이상한 의사의 직설적인 퇴치방식이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역시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만들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힘을 느낀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리얼하게 터치하는 때문일까?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닌데 - 물론 그런점에서 관심을 끌만한 캐릭터들이다 - 풀어가는 방법도 특이한데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임에 틀림없다고 믿을 수 있게 하는 것, 그의 소설에는 이런 것들이 살아있다. 그래서 만화와도 다르고 다른 사람의 소설과도 다른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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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 - 밥퍼 목사 최일도가 가슴으로 써내려간 가족 이야기
최일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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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퍼 목사 최일도가 가슴으로 써내려간 가족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내려놓기"란 책을 읽다. 300쪽이 채 안되는 얇은 부피에 비해 가족의 소중함을 진솔하게 밝힌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물론 가족의 개념은 한 이불 속에서 혹은 한 집에서 생활하는 작은 가족의 개념을 벗어난다.

  588이야기나 혹은 밥퍼의 이야기를 읽던 것이 언제였던지.. 한 십년쯤 된 이야기 아닌가 모르겠다. 수녀였던 아내의 이야기외에도 청년으로 자란 큰 아들 산이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집 둘째 하고 비슷한 둘째 가람이의 이야기, 45세란 노산의 과정을 겪고 세상에 별처럼 태어난 별이의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가족이 노력하면서 가족을 아름드리로 성장시키는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것은 최목사님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야기이지만 가슴으로 써 내려간... 이란 비장한 느낌보다는 삶, 그 자체라는 사실로 설명되어야 더 투명할 것 같은 모습들이다.

  어디서든지 넓은 안목으로 삶을 확장시키는 모습이 멋지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목사님과 목사님의 작은 가족, 그리고 넓은 의미의 가족 공동체가 더 활기차게 세상을 변화시키며 희망이란 이름을 키워가는 건강함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원하는 공동체의 변혁들이 이루어지길 나 또한 꿈꾼다.

  감사한다. 이런 책을 읽게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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