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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교류사
정수일 지음 / 사계절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전문적인 책을 놓고서 내가 잡은 행운... 어쩌구 하는 것은 좀 낯설은 짓이다. 하지만 22강 더불어 숲 학교의 강의가 정수일 교수로 진행된다는 정보와 함께 참여 권유를 받고서 좀 어려운 결단을 하고 참석하였다. 무식하게도 난 그때까지 정수일 교수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다. 280km의 긴 등교길을 거쳐서 학교에 갔는데 세계에서 가장 긴 등교길이란 운영자의 익살스런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는 부산에서 부터 오기도 하였으니, 등교길은 정말 길다. 학교 종이 땡땡 치면서 단순한 학교운영 시간은 큰 외침이 없이도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30여명의 적은 인원 들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아님 기대치가 높은 참여자들의 자율성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그건 모르겠다.
나는 강의를 들을 준비 자세의 하나로 "문명은 충돌하는가?"의 주제에 부합되는 책을 부랴부랴 샀다. 이 책이 바로 내가 선택한 책이다. 670여쪽의 방대한 분량이 버겁게 느껴지긴 하였으나 도전의식도 생겼다. 저자를 만나기 전 삼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뿐이고 내가 스무시간 이상의 시간을 독서에 할애해야 하는데 가능한가의 질문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희망을 걸고 시도했다. 서문과 전체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서장에서 동양과 서양의 구분을 먼저 해놓고 문명과 문화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문명교류가 자생적 속성으로는 보편성과 개별성으로, 외면적인 부분은 모방으로 전파와 수용의 과정을 통해 문명교류가 이루어 진다고 하였다.
1장은 문명 교류의 시원으로 1.인류의 출현과 이동(드리오피테쿠스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등의 호모 사피엔스와 크로마뇽인 등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2. 비너스상과 문명교류(비너스 상에 대한 분류가 일목요연함.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 감상하세요) 로 구성되었고, 2장은 신석기 문화의 교류로 1. 신석기 문화와 문화권으로 거석문화, 채도, 빗살무늬 토기, 세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용어가 좀 구식인듯 하고 한자어 설명이 많은 게 좀 흠이지만, 사진과 도해 그리고 비교 분석표에 이르기까지 정성과 공을 들인 흔적이 구석구석 배어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을 자료집으로 이용하면 매우 좋을 듯 합니다.(2-5. 위의 네 유물에 대한 설명) 3장은 청동기 문화의 교류로 1. 청동기와 청동기 문화에서는 청동기란 구리와 주석이 섞인 혼합물로 이루어진 것으로 주물이 용이하고 내식성이 강하며 인 규소 니켈 등을 섞는 경우도 있으며, 아연이 섞인 것은 황동이라 했다. 청동기 시대는 시간적으로 극히 짧아 시대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신석기와 섞이든지 아님 철기와 섞여 과도기적인 성격이 강하므로 금석병용과 다금속 시대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청동기 편재성과 공유성의 결여로 인하여 보편사로 잡기 어렵다는 점은 비단 우리나라에 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2.청동기의 전파과정은 우리나라에 청동기가 전파된 부분을 설명하였다. 4장은 보석 문화의 교류로 1.보석문화 2.옥의 교류 3.유리의 교류 4. 기타 보석류의 교류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리에 대해 잘 알게 된 점이 인상깊다. 유리가 보석으로 사용된 점 하며 우리나라에 많이 나타나는 유리기의 부분을 실크로드와 연결하여 경주까지 확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저자의 설명이 감격적이었다.(강의 후 뒷이야기에서 들었음) 사실 교역로란 많은 사람과 사물이 움직이는 통로이자 공간인데 중국에서 그치고, 우리나라는 중국을 통해서만 받는다고 생각하는 편견은 사고의 편협성때문에 가져진 것은 아닌지 반성도 많이 되었다. 5장은 유목기마민족과 문명교류로 1. 유목기마민족의 출현 2. 스키타이와 문명교류 3. 흉노와 문명교류 4. 북방 유목기마민족 문화와 한국으로 구성되었으며, 스키타이계통의 유물들과 우리 문화의 연관성에 대한 확인과 흉노에 대한 설명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흉노와 훈의 활동을 보다 자세히 알고 동양의 확장에 대한 자료로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6장은 로마와 한의 교류로 1. 로마와 한의 상호 이해 2. 로마와 한의 교역 3. 헬레니즘과 동서교류 4. 비단의 서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건과 반초일가의 노력이 서역개척에 큰 공을 세운 점은 개인이 역사를 움직이고 바꾼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감동을 주었다. 7장은 서역 개통과 문명교류로 1. 서역개념 2. 서역개통 3. 서역 문물의 동전 4. 서역문물의 한반도 전래로 구성되었는데, 서역의 유물이 한반도에 전래된 내용 중 경주 출토 압수쌍조문 석조 유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교과서에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았다는 간단한 설명과 사진만 나와있어 궁금하던 부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우습게도 경주를 참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며 그때마다 경주 박물관을 찬찬히 살펴보고 다녔음에도 이 석조물을 실물로 확인해 본 적이 없다. 8장은 종교의 교류로 1. 불교의 전파 2. 고대 동방 기독교의 전파로 티벳불교에 대한 설명이나 기독교의 동전에 대한 설명들은 다른 데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좋은 정보였다. 특히 교리적으로 위배된다고 해서 네스토리우스교에 대한 무관심이나 혹은 고대 동방기독교라는 경교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은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9장은 1. 실크로드의 개념과 의의 2. 초원로 3. 오아시스로 4. 해로로 구성되었는데 관심이 동서로에만 집중되어 있지만 실크로드의 3대 간선과 5대 지선이란 부제로 마역로, 라마로, 불타로,메소포타미아로, 호박로 등의 남북로를 설명하고 3대 간선이 우리나라에 까지 연결될 수 있는 점을 명도전과 고기록을 통해 증명하는 저자의 지극한 노력에 절로 머리가 수그러들었다. 후기에서 인생의 노정이 엿보이며 문명교류사를 통해 공생공영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낸 이 책과 앞으로 나올 "중세문명교류사" 그리고 "근현세 문명교류사"도 속히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많은 내용들을 정독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하나하나 더듬어 볼수록 좋은 자료를 정성껏 쓴 저자의 정열에 깊이 감동을 받았으며, 강의를 통해 본 저자의 겸손하신 태도와 작은 질문에도 열의를 가지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시는 모습은 경의를 가지고 대하기에 충분하였다. (깊이 감사한다.) 가장 빨리 읽어낸 이책, 따라서 좀 엉터리로 읽기는 하였겠지만, 내게는 참으로 행운의 책이 되었다.(20050609 읽기 시작, 20050613 일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