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치학 사전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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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이렇게 무식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책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수용하는 나로서는 당대의 정보와 해석을 담은 좋은 책들을 만나는게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이제 1/4을 읽은 시점이니까 천천히 진행해보자. 정치하면 짜증이나 혐오감을 먼저 떠올리는 이유는 TV 등의 매체때문이라고 한다. 선거기간마다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과 상호 비방을 일삼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오히려 조장하게 된다는 것은 일리가 있게 들린다. 만일 상품광고를 그렇게 하였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상품 불매운동을 벌여 아마도 망하게 되었을 거라는 것도 수긍이 가는 일이다. <제1장 정치이론 사상 개념> 의 장에 소개된 스무개의 주제 가운데 책을 읽어본 것이라곤 두세 개 밖에 안된다. 심하다. 정치기사를 자세히 검색하는 편도 아니기때문에 낯설은 이름에 낯설은 용어가 낯을 심하게 가리게 한다. 인내를 요하면서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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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등교길을 허걱거리면서(280km) 달려가 땡땡 종이 치는 숲속 교정에 빙 둘러 앉아 학교의 일정이 시작됩니다. 가장 나이든 다양한 학생들이 각처에서 모여들어 삼십여명의 연령 성별 제한 없는 사람들이 모여든 학교의 수업이 시작됩니다.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정보와 열정과 우선순위의 결정만이 존재하는 학교입니다. 내린천 물소리는 우렁우렁 울리고 태고의 숲들이 둘러싸여 이룬 정적은 사람을 작고 예쁘게 만들어 줍니다.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둘러보고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돌아보면 어찌 아름다운지....

  강연으로 이루어진 학습은 참 진지했습니다. 열성을 다해 들려주시는 수준높은 강의를 경청하고 아주 어리석은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않고 정성껏 답해주시는 선생님은 하룻동안의 선생님이 아니라 스승님이 됩니다.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내용밖에 들리지 않지만,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뒷풀이로 이루어진 다양한 생각과 사고의 편린들이 공간에 어지럽게 떠돌아도 거슬리지 않음은 더불어 숲의 학교가 가진 넉넉함인 듯 합니다. 뒷풀이 뒤의 더불어 술 학교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별들이 쏟아지는 모습은 상상 속에 그려보고 말았지만요. 여전히 흘러가는 내린천의 물소리와 살가운 공기 달려드는 풀벌레 그리고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그곳의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치며 형제애 같은 애정을 나누었습니다. 대여섯 살의 어린 아이로 부터 예순이 훌쩍 넘어버린 어르신들까지 말입니다.

  교과서는 제멋대로입니다. 하지만 가져온 책들을 펼쳐보며 저자의 사인도 받아 흐뭇한 표정으로 가슴에 품어보는 그 지극한 즐거움 - 아시죠?

  두꺼운 책을 다 읽어내는 데는 좀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책에 대한 지극한 열정이 샘솟는 느낌을 저는 느꼈습니다. 오만한 독서로부터 겸손한 독서로의 전환이라고나 할까요?

  돌아오는 길에 운두령 고개길에 내려서서 백두대간의 구비구비를 바라보며 어느새 마음은 백두대간의 길들을 밟고 있더군요. 작은 나라라고 하는데 어쩜 이리도 기막힌 경치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반겨주고 있는지....?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되더군요. 작은 기쁨은 작은 내 몸을 골고루 적셔주고 탄력성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정말 좋은 학교의 동창생이 되지 않으시렵니까? 9월의 신영복 교장선생님 강의에서 2학기 개강을 하며 만나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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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시민강좌 제36집
일조각 편집부 지음 / 일조각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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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시민강좌는 내게 있어 역사의 동향을 알게하는 중요한 책의 하나이다. 이런 저런 잡지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으로 매번 구입을 하면서 즐겨 보는 편이다.

  이번 호를 보면서 다른 호와 구별되는 것이 있다면, 국운을 좌우한 외교정책이란 표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상황이 아무것도 좌우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해 종속적인 상황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기호에 알맞는 편에서 선택적 표현을 많이 한다. 아니 어느 누구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런 선택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떤 점에서 타당할까?

  청과의 외교 실상과 병자호란(오수창)을 읽으면서 조선의 입장이나 상황이 병자호란을 설명하는데 매우 제한적인 의미 밖에 지니지 못한다는 점과 전란 발발 후 항복에 이르는 과정을 주도하고 그 뒤처리에 공을 세운 최명길의 정책이 빛을 바래고, 김상헌이 대표하는 척화, 반청론을 이은 이념이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그가 지배층 대다수의 의견을 결집하여 정치에 반영하였던 때문이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국가 전체의 의견을 말함에도 늘 지배층의 의견만으로 그 전부를 차지하며 역사적 진실과는 먼 길을 우회하게 만드는 것, 그걸 보면서 역사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 그러나 외면한다고 우리 역사가 달라지는 게 아닌만큼 역사적 진실을 잘 살펴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안생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그걸 나도 모르겠다. 일단은 진실에 가까이 서보는 것, 내가 사는 세상을 열심히 관찰하고 비판해 보는 것 그리고 내 삶의 일관성을 세우고 삶의 향방이 바르게 가는 지 계속 살펴보는 것 - 이런 정도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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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교류사
정수일 지음 / 사계절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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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적인 책을 놓고서 내가 잡은 행운... 어쩌구 하는 것은 좀 낯설은 짓이다. 하지만 22강 더불어 숲 학교의 강의가 정수일 교수로 진행된다는 정보와 함께 참여 권유를 받고서 좀 어려운 결단을 하고 참석하였다.  무식하게도 난 그때까지 정수일 교수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다. 280km의 긴 등교길을 거쳐서 학교에 갔는데 세계에서 가장 긴 등교길이란 운영자의 익살스런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는 부산에서 부터 오기도 하였으니, 등교길은 정말 길다. 학교 종이 땡땡 치면서 단순한 학교운영 시간은 큰 외침이 없이도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30여명의 적은 인원 들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아님 기대치가 높은 참여자들의 자율성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그건 모르겠다.

  나는 강의를 들을 준비 자세의 하나로 "문명은 충돌하는가?"의 주제에 부합되는 책을 부랴부랴 샀다. 이 책이 바로 내가 선택한 책이다. 670여쪽의 방대한 분량이 버겁게 느껴지긴 하였으나 도전의식도 생겼다. 저자를 만나기 전 삼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뿐이고 내가 스무시간 이상의 시간을 독서에 할애해야 하는데 가능한가의 질문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희망을 걸고 시도했다. 서문과 전체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서장에서 동양과 서양의 구분을 먼저 해놓고 문명과 문화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문명교류가 자생적 속성으로는 보편성과 개별성으로, 외면적인 부분은 모방으로 전파와 수용의 과정을 통해 문명교류가 이루어 진다고 하였다.

  1장은 문명 교류의 시원으로 1.인류의 출현과 이동(드리오피테쿠스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등의 호모 사피엔스와 크로마뇽인 등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2. 비너스상과 문명교류(비너스 상에 대한 분류가 일목요연함.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 감상하세요) 로 구성되었고, 2장은 신석기 문화의 교류로 1. 신석기 문화와 문화권으로 거석문화, 채도, 빗살무늬 토기, 세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용어가 좀 구식인듯 하고 한자어 설명이 많은 게 좀 흠이지만, 사진과 도해 그리고 비교 분석표에 이르기까지 정성과 공을 들인 흔적이 구석구석 배어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을 자료집으로 이용하면 매우 좋을 듯 합니다.(2-5. 위의 네 유물에 대한 설명) 3장은 청동기 문화의 교류로 1. 청동기와 청동기 문화에서는 청동기란 구리와 주석이 섞인 혼합물로 이루어진 것으로 주물이 용이하고 내식성이 강하며 인 규소 니켈 등을 섞는 경우도 있으며, 아연이 섞인 것은 황동이라 했다. 청동기 시대는 시간적으로 극히 짧아 시대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신석기와 섞이든지 아님 철기와 섞여 과도기적인 성격이 강하므로 금석병용과 다금속 시대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청동기 편재성과 공유성의 결여로 인하여 보편사로 잡기 어렵다는 점은 비단 우리나라에 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2.청동기의 전파과정은 우리나라에 청동기가 전파된 부분을 설명하였다. 4장은 보석 문화의 교류로 1.보석문화 2.옥의 교류 3.유리의 교류 4. 기타 보석류의 교류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리에 대해 잘 알게 된 점이 인상깊다. 유리가 보석으로 사용된 점 하며 우리나라에 많이 나타나는 유리기의 부분을 실크로드와 연결하여 경주까지 확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저자의 설명이 감격적이었다.(강의 후 뒷이야기에서 들었음) 사실 교역로란 많은 사람과 사물이 움직이는 통로이자 공간인데 중국에서 그치고, 우리나라는 중국을 통해서만 받는다고 생각하는 편견은 사고의 편협성때문에 가져진 것은 아닌지 반성도 많이 되었다. 5장은 유목기마민족과 문명교류로 1. 유목기마민족의 출현 2. 스키타이와 문명교류 3. 흉노와 문명교류 4. 북방 유목기마민족 문화와 한국으로 구성되었으며, 스키타이계통의 유물들과 우리 문화의 연관성에 대한 확인과 흉노에 대한 설명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흉노와 훈의 활동을 보다 자세히 알고 동양의 확장에 대한 자료로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6장은 로마와 한의 교류로 1. 로마와 한의 상호 이해 2. 로마와 한의 교역 3. 헬레니즘과 동서교류 4. 비단의 서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건과 반초일가의 노력이 서역개척에 큰 공을 세운 점은 개인이 역사를 움직이고 바꾼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감동을 주었다. 7장은 서역 개통과 문명교류로 1. 서역개념 2. 서역개통 3. 서역 문물의 동전 4. 서역문물의 한반도 전래로 구성되었는데, 서역의 유물이 한반도에 전래된 내용 중 경주 출토 압수쌍조문 석조 유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교과서에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았다는 간단한 설명과 사진만 나와있어 궁금하던 부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우습게도 경주를 참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며 그때마다 경주 박물관을 찬찬히 살펴보고 다녔음에도 이 석조물을 실물로 확인해 본 적이 없다.   8장은 종교의 교류로 1. 불교의 전파 2. 고대 동방 기독교의 전파로 티벳불교에 대한 설명이나 기독교의 동전에 대한 설명들은 다른 데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좋은 정보였다. 특히 교리적으로 위배된다고 해서 네스토리우스교에 대한 무관심이나 혹은 고대 동방기독교라는 경교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은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9장은 1. 실크로드의 개념과 의의 2. 초원로 3. 오아시스로 4. 해로로 구성되었는데 관심이 동서로에만 집중되어 있지만 실크로드의 3대 간선과 5대 지선이란 부제로 마역로, 라마로, 불타로,메소포타미아로, 호박로 등의 남북로를 설명하고 3대 간선이 우리나라에 까지 연결될 수 있는 점을 명도전과 고기록을 통해 증명하는 저자의 지극한 노력에 절로 머리가 수그러들었다. 후기에서 인생의 노정이 엿보이며 문명교류사를 통해 공생공영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낸 이 책과 앞으로 나올 "중세문명교류사" 그리고 "근현세 문명교류사"도 속히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많은 내용들을 정독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하나하나 더듬어 볼수록 좋은 자료를 정성껏 쓴 저자의 정열에 깊이 감동을 받았으며, 강의를 통해 본 저자의 겸손하신 태도와 작은 질문에도 열의를 가지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시는 모습은 경의를 가지고 대하기에 충분하였다. (깊이 감사한다.)   가장 빨리 읽어낸 이책, 따라서 좀 엉터리로 읽기는 하였겠지만, 내게는 참으로 행운의 책이 되었다.(20050609 읽기 시작, 20050613 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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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道 - 전5권 세트 상도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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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드라마로 인기를 몰았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물론 드라마를 잘 안보는 나는 한장면도 본 기억은 없다만 세간에 널리 회자되어지던 임상옥에 대해 소설로 그것도 최인호의 소설을 통해 만나본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요즈음 많은 소설을 읽고 있었던 때문에 소설가에 특징에 따라 느슨하거나 치밀한 긴장감을 느끼게도 되고 문장력의 차이 등도 쏙쏙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최인호는 다작의 소설가로 우리와 친숙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나는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으나 "별들의 고향"을 70년대에 읽었던 기억, 그리고 "겨울 나그네" 정도를 본 것 같다. 쉽게 읽혀지면서도 이슈를 제공하였던 작품들이 아니었나 한다.

  상도란 작품은 1,2권을 읽을 때까지는 추리소설의 느슨한 구조를 보는 것 같은 느낌 - 현장 묘사보다는 부연 설명이 많고 현재와 과거를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형식이 좀 거부감을 주었다. 하지만 5권으로 구성되어 읽는 데 부담이 없었기때문에 여유있는 마음으로 넘겨보았다. 갈수록 치밀함이 살아나고 인물에 대한 매력이 느껴졌다. 조선 후기 역사속의 인물군과의 연결은 - 이를테면 홍경래, 김정희 등 - 역사적 사실성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없었고 시대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인물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매력은 강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주인공 임상옥이 남긴 가포집과 계영배를 통해서 알아낸 전기구조는 시공을 넘나들면서 화려하게 전개된다만,  '편한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라는 게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다. 나이를 들어가면서 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관점에서 신분을 초월해 사귀고 오래 교제했던 늙은 벗(가포=임상옥)을 위해 추사가 남긴 상업지도 - 가포시상은 장엄미를 느끼게 했고, 인생의 큰 스승이었던 석숭 큰 스님과의 만남과 인연도 매우 귀하게 여겨졌다.  임상옥이 겪어야 했던 인생의 신고들은 소설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스멀스멀 사라지는 느낌, 사랑을 느꼈던 송이가 서울로 와서 의녀의 삶을 살다가 천주교에 귀의하고 의연한 죽음을 죽는 것도 시대를 표출하는 한 방편이었겠으나 모든 것이 불가의 인연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짙게 들었다.

  나의 삶은 한줄로나 엮을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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