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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道 - 전5권 세트 ㅣ 상도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드라마로 인기를 몰았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물론 드라마를 잘 안보는 나는 한장면도 본 기억은 없다만 세간에 널리 회자되어지던 임상옥에 대해 소설로 그것도 최인호의 소설을 통해 만나본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요즈음 많은 소설을 읽고 있었던 때문에 소설가에 특징에 따라 느슨하거나 치밀한 긴장감을 느끼게도 되고 문장력의 차이 등도 쏙쏙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최인호는 다작의 소설가로 우리와 친숙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나는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으나 "별들의 고향"을 70년대에 읽었던 기억, 그리고 "겨울 나그네" 정도를 본 것 같다. 쉽게 읽혀지면서도 이슈를 제공하였던 작품들이 아니었나 한다.
상도란 작품은 1,2권을 읽을 때까지는 추리소설의 느슨한 구조를 보는 것 같은 느낌 - 현장 묘사보다는 부연 설명이 많고 현재와 과거를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형식이 좀 거부감을 주었다. 하지만 5권으로 구성되어 읽는 데 부담이 없었기때문에 여유있는 마음으로 넘겨보았다. 갈수록 치밀함이 살아나고 인물에 대한 매력이 느껴졌다. 조선 후기 역사속의 인물군과의 연결은 - 이를테면 홍경래, 김정희 등 - 역사적 사실성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없었고 시대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인물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매력은 강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주인공 임상옥이 남긴 가포집과 계영배를 통해서 알아낸 전기구조는 시공을 넘나들면서 화려하게 전개된다만, '편한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라는 게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다. 나이를 들어가면서 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관점에서 신분을 초월해 사귀고 오래 교제했던 늙은 벗(가포=임상옥)을 위해 추사가 남긴 상업지도 - 가포시상은 장엄미를 느끼게 했고, 인생의 큰 스승이었던 석숭 큰 스님과의 만남과 인연도 매우 귀하게 여겨졌다. 임상옥이 겪어야 했던 인생의 신고들은 소설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스멀스멀 사라지는 느낌, 사랑을 느꼈던 송이가 서울로 와서 의녀의 삶을 살다가 천주교에 귀의하고 의연한 죽음을 죽는 것도 시대를 표출하는 한 방편이었겠으나 모든 것이 불가의 인연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짙게 들었다.
나의 삶은 한줄로나 엮을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