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등교길을 허걱거리면서(280km) 달려가 땡땡 종이 치는 숲속 교정에 빙 둘러 앉아 학교의 일정이 시작됩니다. 가장 나이든 다양한 학생들이 각처에서 모여들어 삼십여명의 연령 성별 제한 없는 사람들이 모여든 학교의 수업이 시작됩니다.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정보와 열정과 우선순위의 결정만이 존재하는 학교입니다. 내린천 물소리는 우렁우렁 울리고 태고의 숲들이 둘러싸여 이룬 정적은 사람을 작고 예쁘게 만들어 줍니다.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둘러보고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돌아보면 어찌 아름다운지....

  강연으로 이루어진 학습은 참 진지했습니다. 열성을 다해 들려주시는 수준높은 강의를 경청하고 아주 어리석은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않고 정성껏 답해주시는 선생님은 하룻동안의 선생님이 아니라 스승님이 됩니다.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내용밖에 들리지 않지만,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뒷풀이로 이루어진 다양한 생각과 사고의 편린들이 공간에 어지럽게 떠돌아도 거슬리지 않음은 더불어 숲의 학교가 가진 넉넉함인 듯 합니다. 뒷풀이 뒤의 더불어 술 학교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별들이 쏟아지는 모습은 상상 속에 그려보고 말았지만요. 여전히 흘러가는 내린천의 물소리와 살가운 공기 달려드는 풀벌레 그리고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그곳의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치며 형제애 같은 애정을 나누었습니다. 대여섯 살의 어린 아이로 부터 예순이 훌쩍 넘어버린 어르신들까지 말입니다.

  교과서는 제멋대로입니다. 하지만 가져온 책들을 펼쳐보며 저자의 사인도 받아 흐뭇한 표정으로 가슴에 품어보는 그 지극한 즐거움 - 아시죠?

  두꺼운 책을 다 읽어내는 데는 좀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책에 대한 지극한 열정이 샘솟는 느낌을 저는 느꼈습니다. 오만한 독서로부터 겸손한 독서로의 전환이라고나 할까요?

  돌아오는 길에 운두령 고개길에 내려서서 백두대간의 구비구비를 바라보며 어느새 마음은 백두대간의 길들을 밟고 있더군요. 작은 나라라고 하는데 어쩜 이리도 기막힌 경치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반겨주고 있는지....?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되더군요. 작은 기쁨은 작은 내 몸을 골고루 적셔주고 탄력성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정말 좋은 학교의 동창생이 되지 않으시렵니까? 9월의 신영복 교장선생님 강의에서 2학기 개강을 하며 만나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