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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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보다는 선생님의 홈피를 - 제자가 만들어 주었다는 - 기웃거리다가 강의노트를 다운받아서 읽었던 기억이 오래되었습니다. 선생님을 뵐 기회가 여러번 있었을 것 같은데도 전혀 뵌 적이 없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오래전부터 가르침을 받고 관계를 맺어왔던 것 같은 생각은 여전합니다.

  책 이름은 "나의 동양고전 독법 - 강의"로 나왔군요. 선생님은 59학번이시지만 저는 59년 출생입니다. 저희 시대 교육이 그렇듯이, 동양의 고전속에서 새로운 길이 모색되기 보다는 서양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재단하고 가치를 판단하고 심지어는 삶의 모든 가치를 서구화 = 근대화의 등식으로 바라보도록 교육된 때문에 아직도 동양의 고전은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한없이 부드럽고 온유한 선생님의 따뜻함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서론과 시경의 강의를 살필 작정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새롭고 신선한 것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에 뭉클함이 차오르는 것은 제가 선생님을 향해 마음을 열어놓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때문이겠지요. 동양과 서양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점과 그것들이 합일되는 방법들을 모색해보고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루 하루 강의를 듣고 보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최소한 열흘 이상 이어져야 완결될 수 있겠지요. '고전을 읽겠다는 것은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 자루로 마주 서는 격'이며 '고전 독법 역시 과거의 재조명이 생명이라고 생각'하신다 했지요. 그리고 또 강의 전 과정이 '화두를 걸어놓고 진행한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내 아이들에게 넘겨줄 미래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의 실천적인 미래 담론을 놓고 고민하면서 읽겠습니다.(20051125 수능이 끝난, 한가한 가을 하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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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도시 외 - 한국소설문학대계 54
이동하 지음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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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도시로 들어온 것은 국민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자녀 교육을 염두에 두고 직장을 옮기신 아버지의 결정으로 인해서다. 내 눈에 비친 도시는 많은 차량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분주한 발길로 인하여 낯설어 보였다. 나의 존재가 얼마나 작았던지.... 상대적으로 도시는 얼마나 거대했던지, 도시에 나보다 먼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이 내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스스로 기가 죽었던 것이다.

  내 아이들은 시골을 모르는 채 도시에서 자라났고 도시에서 성장하고 있다. 내가 바라본 도시와 내 아이들의 고향인 도시는 얼마나 다를까?

  이 동하의 "장난감 도시"에서 체험된 사실들은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이 개입되어 생존의 문제가 치열하며 살아남기만도 버거운 무겁고 희망없는 삶의 편린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한번의 경험만으로도 끔찍할 것 같은 악다구니같은 삶의 모습들이 무기력과 함께 널부러져 무채색의 어두운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단편적이고도 비연속적인 소년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도시는 장난감과도 같고 '허기가 몰아오는 가벼운 현기증과 명징한 의식'(1부, 12토막)으로 추억하는 과거는 가벼운 현기증보다 구토의 배설물과 함께 뒹구는 듯한 끔찍스러움으로 다가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폐함 속에서 발견되는 명징성을 엿보게 되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삶의 건강성일까 아님 생명력이 갖는 근원적인 밝음일까?  강씨 이발관의 바뀐 상호에서만 언뜻 발견되는 희망이란 단어에서 화자는 되레 어둡고 허전한 좌절감을 느끼며 여왕개미와 병정개미의 잔인하고 기이한 질서의 세계를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212쪽)고 밝히고 있다.

  무거운 현실감이 더 많이 들어서인지 감동의 맛도 깔끔하기 보다 무겁다. 작가는 장난감 도시에서 작은 삽화들로 삶이 지닌 본질적 허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마치 내가 장난감이 되어 거대한 도시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압사당하는 느낌을 종종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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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간 창비시선 152
백무산 지음 / 창비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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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시인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이 있을까? 백무산의 시 세계는 그것들을 보여준다. 시의 영역과 세계는 얼마나 확장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는지를 보여준다. 아픔과 상처의 아문 모습이 단호하고 단단하게 보여진다.

  천천히 오래도록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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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 이제하 소설전집 1
이제하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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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하의 '태평양'을 소개한 글을 읽고 그의 소설집 중 1,2권을 언뜻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소설보다도 낯설고 밀쳐두었다가도 또 슬그머니 끌어안게 되는 이상한 힘을 느낀다. 그건 내가 이 소설을 불편해 하면서도 낯설은 서술과 묘사에 대해 도전하게끔 만드는 매력을 느끼기 때문일게다.

  작가 소개를 보면 미술을 하였고 '시와 소설 그림 영화평론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작품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에 보기 드문 르네상스적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왔다.'고 하였고 이상문학상, 한국일보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그의 소설의 아름다움은 문체적 특성이 나타내는 환상적 이미지와 그 여운에 존재한다(송재영)' 고 하였다.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하기 힘든 것은 여늬 소설과 비슷한 상황이 설정되었어도 작중인물들의 행위와  사고의 뒤집기가 상상을 초월하게 만든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밝히듯이 "선인들이 의연히 밟고 간 길의 끝에서 어디에도 안주를 못 하고, 될수록 낯선 데로 이끌리고, 그러면서도 앞은 믿지 못하는 불안과 공포"때문은 아닐른지.....   개운치가 않고 답답하기는 한데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어봐도 명료하지 않음은 우리 인생의 곳곳에서 발견하는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함 때문일까?

  어쨌든 당분간 간헐적으로 그의 소설을 계속 읽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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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고 강물 흘러
이청준 지음 / 문이당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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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가 아닐까? 이청준의 여러 소설들을 미친듯이 읽어댔던 것은.... <당신들의 천국> <이어도> <황홀한 실종> <춤추는 사제> <잔인한 도시> 등등....  최인훈의 소설과 이청준의 소설 그리고 그 후에는 박경리, 박완서의 소설과 젊은 시절을 보냈다.

  늘 청년과 같이 준수한 모습을 보였던 작가의 사진은 어느새 흰머리 성성한 할아버지가 되었고, 글도 물이 흐르듯 잔잔하고 또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완숙함이 느리게, 느리게 지나간다. 일평생을 글장이가 되어 글과 함께 살아가면서 보여주는 삶의 표정들을 바라보는 맛은 즐겁고 담백하다. 내 삶의 부질없음 혹은 못마땅함을 나타내는 것조차 느린 속도로 조용히 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삶이란 늘상 치열하기만 한 것도 아닐 것이고 또 통통 튀는 것만도 아닐 것이다. 추함과 고운 모습을 다 보고 난 뒤에 걸러지듯 남는 것, 그게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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