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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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랫만에 소설을 집어들었는데... 낯익은 은희경의 소설이 눈에 쉽게 뜨여서 읽게 되었다. 쉽고 부드럽고 쓱쓱 읽히는 소설을 원했는데, <의심을 찬양함 - 고독의 발견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날씨와 생활 - 지도 중독 -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로 이어지는 짧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구토를 하듯 싫증을 내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실처럼 어슬렁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80년 광주와 젊음을 함께 보낸 사람으로서 90년의 젊음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엔 관심 둘 거리를 발견하지 못한 상실이 존재했었다.

제길헐, 삶은 왜 이다지도 칙칙하다냐?  소설조차도...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이 눈에 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로 말하자면, 질문과 고민이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인 채로 아름답고 낯설고 (섣부른 전망을 거절한다는 의미에서) 끝내 허망하기까지 하다. 한 단어도 빼놓지 않고 다시 적겠다. 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하다. 초기 은희경의 소설들은 면도칼 같아서 읽는 중에 여러 번 당신을 긋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것은 기꺼이 즐길 만한 통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소설은 칼이 아닌 척하는 칼이어서 당신은 베이고 있는 줄도 모르는 채로 깊이 베이게 될 것이다. 쉽게 알아보기 힘든 어떤 힘이 밀고 들어와, 조용히 빠져나가고, 마침내 피 흐를 때, 비로소 당신은 거것이 칼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면도칼도 못되는 소설들의 중구난방 속에서 오랜만에 느끼는 묵직한 통증에 경의를 표한다.' (224쪽)

  나이를 먹어가면서 안정성이란 이름으로 얻어지면서 상실한 것들에 대한 어슴푸레한 기억들, 아까운 청춘이란 이름도 붙지 않게된... 낯설음 그것이 허망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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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Illustrated Edition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번역감수,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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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동안 정가에서 많이 쓰여진 말이 코드였다. 코드가 맞지않아서... 어쩌구...

  다빈치 코드는  소설계의 빅뱅 댄 브라운(Dan Brown)의 소설로 전세계의 젊은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베스트 셀러이다. 같은 이유에서 종교계의 반발이 만만치않았었다. 주변에서 이 소설을 읽고자 줄을 섰던 때도 벌써 3-4년쯤 된 것 같다. 추리소설은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서 또 읽으려는 사람이 많은 때를 피해서 빌리려다 보니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이만큼 시간이 걸렸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만큼 현학적이거나 구조가 복잡한 편이 아니라서 편안히 쉽게 읽어갔다. 장의 구분이 많은 데다가 짧게 끝나 여백이 많은 덕에 두권을 채워도 가벼운 600쪽쯤 되는 분량이라서 하룻밤새에 읽을 수 있었다. 긴장감이나 추리의 여지는 팽팽한 편은 아니었다.

  기호학과 고대 비밀제의 그리고 원시 기독교의 여러 흔적들을 통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르부르 박물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핵심은 기독교를 떠나지 않고... 막달라 마리아를 이야기하든 그밖의 소제이든 기독교의 영향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결국 유럽과 기독교란 서구중심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소설이다. 유럽 여행을 프랑스와 런던을 중심으로 다녀본 기억이 있다면 훨씬 생동감 있게 전해졌을 듯 한데... 낯설게 쉽게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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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란다
채만식 원작, 박상률 엮음, 김세현 그림 / 진달래산천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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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조선 땅에 살고 있는 아이들 가운데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간도성에서는 1940년 이전에 벌써 9할이 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물론 시설이 넉넉하지 못하고 선생의 실력도 낮고 수도 부족해 가르치는 수준이 두루 보잘것 없기는 했다.     만주에서는 간도로 흘러간 조선 사람들, 특히 이민 간 농민들의 교육열이 높았다.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들 생각했다.    "우리는 못 배우고 가난하다. 못 배우고 가난하기 때문에 만만하게 여겨졌다. 만만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땅 기름지고 기후 좋은 고국에서 살지 못하고 쫓겨왔다. 그러기에 기후와 땅이 거친 만주로 흘러와 강냉이에 조밥을 먹으면서 고생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왕 못 배우고 가난하여 만만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지만 자식들에겍까지 이 고생을 차마 이어지게 할 수는 없다. 자식들은 이 고생에서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자면 만만치 않아야 한다. 만만치 않자면 부자가 되거나 공부를 해서 보잘것없는 처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자가 되게 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공부쯤은 뜻 하나로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오냐, 공부시키자. 나는 뼈가 휘고 가죽이 닳아도 좋다. 자식들 공부시켜 보잘것없는 처지에서 벗어나게 하자. 그래서 이 거친 만주살이의 고생에서 벗어나 고국에 돌아가서 어엿이 살도록 하자.'    (31-32쪽)

- 간도는 조선의 수많은 애국 지사와 독립군들이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하여 일본과 싸우다 쓰러지며 피로 쓴 역사입니다. 여러분! 이 간도의 역사는 또한 왜사람들에게 기름지고 살기 좋은 고국을 빼앗기고, 백옥 같은 쌀밥과 조상의 뼈가 묻힌 선산을 빼앗기고 들어온 여러분의 역사입니다. 여러분은 강냉이 조밥을 먹으면서 영하 30도의 추위에 떨어야 하는 이 거친 오랑캐의 땅으로 쫓겨왔습니다. 그런 뒤 10년, 20년, 50년 죽도록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니 간도의 역사는 바로 여러분의 눈물과 피로 쓴 것입니다!"           (60쪽)

- 백성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고 마음 둘 곳을 가지지 못했다. 백성들은 반 곽을 다 그어도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이지 못하는 국산 성냥을 팽개치면서 이것이 해방이고 독립이냐고 두런거렸다.      살찌는 축은 집이며 물자 따위를 넘겨받아 팔아먹는 장사치들과, 이 장사치들이 들이미는 뇌물로 자기 배를 채우는 군정의 벼슬아치들이었다. 순사들이 휘두르는 힘도 일제 시대를 우습게 볼 정도로 높아졌다.           (149쪽)

박상률 다듬고 김세현이 그린 채만식의 "소년은 자란다"를 읽다. 해방공간에 무턱대고 희망을 안고 쏟아져 들어온 일가가 바스러지는 삶을 황폐하지만을 않게 그렸다. 소년은 자란다. 꿈을 가지고 자란다.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달랑 둘만 남은 남매가 뭉쳐서 살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자란다. 아프다. 풍요롭지 않음으로 인해서가 아니다. 생존의 처절함으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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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덥다. 밤에 잠을 편히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몇번을 깨어 일어났다 누웠다 하면서 더위를 식히느라 애를 썼다. 자리가 뜨거운채로 채 식지않은 대기의 공기를 마시러 일어나 앉는다.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오는 것일까? 어느새 빗줄기가 그리워진다. 삼복더위 한 중간에 와 있으니 적어도 보름은 참고 견디어야 할텐데, 몸이 더 축나지 않을까 저으기 걱정이 ...

  여름 보충학습 100시간을 해대느라 헉헉거리고 있다. 막바지 며칠 안남았긴 하지만 교사도 학생도 모두 모두 지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우리 교육현실이 이런 모습을 벗어날 수 있는 때가 언제쯤일까? 독서가 중요하다는 외침을 아무리 해보아도 독서를 위한 배려조차 하루 한시간쯤 인색한 시간비우기가 이루어질 뿐.... 그조차도 수학과 영어에 매달린 아이들의 소외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고 원만한 관계 속에서 정말 필요한 아이들과 신나게 수업하고 찾아보고 토론하고 무엇보다 책읽기와 심층적 사고가 살아 숨쉴 날은? 어쩜 안오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나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골백번 되뇌어도 지친 모습에 주말엔 링거를 맞으러 병원에 가게된다. 일주일을 버티는 힘이 주사액에 있다면 이건 정말 미친짓이다.

  소위 좋은 인문계 학교의 지난한 현실은 2007년 여름에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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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애덤 스미스의 뺨을 치다 21세기 역사 오디세이 1
오귀환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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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은 방식의 글쓰기를 읽으면서 좀 정신이 없었다. 21세기 역사 오디세이란 타이틀이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역사 속에서 탐색하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옮기고자하는... 젊은 층을 위한 글쓰기란 생각이 들었는데 익숙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그것은 기존의 틀을 해체하면서 가져볼 수 있는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역사, 고구려의 경우 동북공정에 관한 글인데 중국인의 반응까지 헤아리면서 '악비의 벽에 부닥치다'라는 장으로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는 식의 자유로움이 열린 사고를 가능케 한다. 바다의 지배자에서 나타나는 정화와 장보고의 묶음도 마찬가지 중국과 우리나라는 적대적이거나 얼굴을 붉히면서 싸워가야 할 나라라기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묶어가면서 공존해야 할 관계로 만나게 된다.

  중국인보다 훨씬 자유롭고 대국적인 자세가 눈에 띄어 좋다. 물론 이런 열린 사고는 비단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에서만 비롯된는 것은 아니다. 동양과 서양이 그리 만나고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면서 열린 세계로 확장되어가는 모습이 만족스럽다. 젊은 이들이 읽으면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넓은 그물을 짜맞추며 세계화의 진정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나올 수 있는 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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