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간 - 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김찬호 옮김 / 민음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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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교수님의 추천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부제별로 짧은 내용들을 토막토막 이어가면서도 전체적으로 일관된 줄기를 잇고 있고, 간결체의 서술을 통해서 명쾌한 느낌을 주면서도 그다음에 계속되는 의문의 꼬리를 이어가는 연결이 맘에 들었다. 인간은 자연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거창한 구호나 이상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경제, 사회적 조건에 의해 반응한다는 저자의 거침없는 논리가 충격과 신선함을 제공하고 또 한편으로는 뻔한 느낌도 주었다.

일반독자에게는 매우 거리감을 느끼게하는 인류학 분야에 재미있고 쉬운 책이 발간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서 만물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삼라만상의 지배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동물 속에서 작을 수 밖에 없는 인간임을 생각하고 겸허함을 수용할 수 있다면 자연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삶이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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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수 있는 용기
파커 J. 파머 지음, 이종인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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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생활이 이제 이십여년 되어가다보니 잘하지도 못하면서 뭔가 나만의 테크닉이 있는 것처럼 자기기만을 하면서 적당한(?)선에서 타협을 하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한때는 교사가 되는 것이 너무 거창해서 정말 해낼수 없겠다는 오만을 부려본 적도 있고 또 겸허하게 스승은 못되어도 좋은 선생 소리는 들어야 되겠다는 다짐을 적잖이 했건만 지내놓고 보니 많은 부분에서 후회가 된다.

이 책은 교육대학원 수업중에 소개를 받은 책으로 우선 제목이 근사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니, 가르친다는 것은 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데... 하지만 가르치기 싫어지는 마음을 갖고서 가르침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가르칠 수 있는 용기가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보니 우리가 가르침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거나 혹은 학생이나 사회의 여건 탓으로 교육실패나 교육부재의 책임을 돌리면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인 행동은 테크닉 싸움을 벌이듯 시야를 좁혀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나로 인하여 배움에 얼마나 진저리가 났을까? 정말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책을 노트에 정리해보면서 또한 주변의 선생님들에게 권해 읽도록 하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작은 교사 공동체를 통해서라도 실천성의 영역에 진보가 있도록 해야 하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정말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필독을 권하고 싶다. 아울러 학생들에게도 교사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지 않도록 간절한 호소에 귀기울여 주기를 청하고 싶다. 세대간의 격차를 좁히기도 힘들뿐더러 우리 세대와는 전혀 다른 속도감있는 이 세대와의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길을 교사들이 찾아내기도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서로의 노력을 통해 함께 접근해가고 함께 더불어 행동하는 학교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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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죽이기
강준만 / 개마고원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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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론을 주도할 만한 지식인 그룹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식욕을 사랑하며 사물에 대한 객관성과 합리적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또한 충청권을 벗어나지 않고 살고있는 사람이다. 개인적인 접촉이나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신화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또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편에 속한다. 또한 절대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정계복귀는 물론 대통령에 당선된 정치상황의 변화도 현실 속에서 이미 수용된 상황에서 나는 이책을 펼치게 되었다.

저자의 다작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호의에서 세권의 책을 읽어보았다. 대중문화에 대한 글과 지식인에 대한 글 그리고 이책인데 공통적인 논지는 언론이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비판의 늘 날카로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언론의 대중성과 상업주의 공익성의 추구, 그리고 언론과 지식인의 관계 등을 한 매체와 연결지어 확산시켜가는 관심과 영역의 확장성이 다작의 부정적 측면을 커버해 주었다. 그리고 지향해야할 점이 단순하고, 명쾌하게 직설적으로 쓰여져서 좋다. 계속 군더더기말처럼 동일한 주제의 반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성을 요구하고 있기에 지루한 느낌이 적었다.

본서로 들어가서, 김대중이란 인물을 통해 언론과 지식인이 나가야 할 방향을 밝혔다는 닫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내 사고와 선택의 기저를 들여다보니 저자가 4부에서 인용한 지식인 그룹가운데 낯익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건 내가 사회가 지향해야할 점에 대해 무심하게 살면서 아예 지식인들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늘 그렇잖아'라는 냉소주의로 일관했음을 반영하고 있었다. 비판자로서의 내 몫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관심하게 살았다는 자아비판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지역감정에 대한 논제를 일상성 속에서 말할 때에도 역시 양비론적 태도를 많이 보인듯하고 스스로 진보적 사고를 한다고 여기면서도 기실 지식인의 낭만적 지도자론을 들을 때마다 속이 후련한 반론을 한번도 못해본 것 같다.

정치적 혐오증이 팽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궁극적 행태는 정치'라는 말이 생각난다. 일관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따뜻한 배려를 하며 겸손과 온유를 행하는 인간이고자 원한다면 잠자는 이성과 무지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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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의 생산과 교역
이현혜 지음 / 일조각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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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원 수업중에 날마다 좋은 책을 한권씩 선정하여 대강이라도 읽고 발표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선택한 책의 하나가 이현혜교수의 <한국 고대의 생산과 교역>이었다. 의문의 꼬리를 쫓아 개별논문들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하여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복원하였고 역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저자는 청동기 자료를 활용하던중 청동기를 제작, 소유할 수 있는 경제기반에 주목하게 되어 생산력 변화요인을 찾고, 정치 사회적 발전관계를 밝히고자 정치집단간 각종관계가 성립, 유지되는 이면에서 물자교역이 중요메카니즘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교역에 관심을 쏟았다고 머리말에서밝혔다.

제목을 호기심을 끌만했다. 고대사부분에서 생산과 교역을 단행본으로 묶어 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 생각, 그리고 그동안 축적된 학문적인 바탕을 따진다하더라도 하나의 시론적 도전에 지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을 갖고서 보았다.

목차를 살펴보면서 기 발표논문을 모아놓은 느낌보다는 목차를 정하고 계획된 틀안에서 짜놓은듯한 조직성과 통일성이 보였다. 전반적인 이해로부터 관심을 집중시켜 세부적인 곳으로 시선을 향하게 하는 방법을 활용한 느낌이 들었다. 고고학적 자료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을 터인데 사료의 부족을 어떤 방법으로 메꾸어가며 고고학 논문과 차별화될까 또 상상력을 통한 고리연결은 어떻게 전개될까 생각하였다.

제1편은 농업생산력과 기술변화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경제생활과 역사발전의 상호관계를 밝히고자 농업기술에 대한 설명을 지나칠 만큼 상세하게 하고 있다. 진전이 거의 없는 것 같은 농업사회에서도 인간생활의 변화된 모습을 생생하게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를 끌었다. 특히 인상적인 해석은 16쪽의 황해도 송림 석탄리 유적과 경기 여주 흔암리 유적출토 유물을 통해 기경구가 나오지 않는 것은 목제였기 때문일 것으로 보며 기경구가 목제였다면 휴경기간이 그만큼 단축되었다는 증거로 본 점과 깬돌도끼를 주목하면서 동남아 원주민들의 민족지자료를 근거로 화전경작에서 사용된 구지구로 추정한 점이다. 초기작업이라서 설명시에 조선시대(31쪽)나 유럽의 연구성과(32쪽)를 들고 있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많이 제시한 점(pp.58-62)도 눈에 띄었다.

제2편은 다양한 방법적 시도를 하고 있는데, 세형동검의 문화기반을 기원전4-3세기의 대동강유역과 충남.전라지역으로 보고 근거를 제시하며 청동기유물의 동향을 살핌에 중요 주거지유적 출토유물일람표를 활용하여 그지역의 토착사회가 적극적으로 청동기를 필요로하고 이를 획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모으고 설명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인상적인 부분은 교역을 증명하는 문헌사료를 제시(93쪽)하여 교역품이나 경로등을 발견할 수 없는 사실의 간극을 메꾸는 방법으로 훌륭하게 생각이 들었다. 과학적 연구를 통한 청동기 성분분석표의 활용이라든지 앞으로의 과학적 연구의 도움을 기대하면서 실증을 통한 실상접근으로 한국고대사회의 본질적인 이해에 한걸음 더 접근하길 기대한다.

중요 유물로 상당히 비중있게 다룬 보습자료의 경우는 이경의 실시와 전개과정에서 고구려 및 신라의 경우 근거가 빈약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알려진 것이 6세기의 것이라면 저자가 다루는 시대에 비중있게 다룰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개개의 유물이나 유적의 성격을 밝히던 기존의 연구에서 진일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구체화시키려는 저자의 노력이 연결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국가형성의 요인을 밝힘에 있어서도 교역의 구체적인 사실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자세가 진지하였으나 객관성의 치밀함을 얻기란 현재의 자료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한국고대사의 선진 연구로서의 자리매김에 좋은 점수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연구에 관심을 갖고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 개인적인 작업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 같고 한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읽고 관심을 가짐으로써 다음 연구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진일보된 형태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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