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의 생산과 교역
이현혜 지음 / 일조각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교육대학원 수업중에 날마다 좋은 책을 한권씩 선정하여 대강이라도 읽고 발표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선택한 책의 하나가 이현혜교수의 <한국 고대의 생산과 교역>이었다. 의문의 꼬리를 쫓아 개별논문들을 하나의 주제로 연결하여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복원하였고 역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저자는 청동기 자료를 활용하던중 청동기를 제작, 소유할 수 있는 경제기반에 주목하게 되어 생산력 변화요인을 찾고, 정치 사회적 발전관계를 밝히고자 정치집단간 각종관계가 성립, 유지되는 이면에서 물자교역이 중요메카니즘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교역에 관심을 쏟았다고 머리말에서밝혔다.

제목을 호기심을 끌만했다. 고대사부분에서 생산과 교역을 단행본으로 묶어 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 생각, 그리고 그동안 축적된 학문적인 바탕을 따진다하더라도 하나의 시론적 도전에 지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을 갖고서 보았다.

목차를 살펴보면서 기 발표논문을 모아놓은 느낌보다는 목차를 정하고 계획된 틀안에서 짜놓은듯한 조직성과 통일성이 보였다. 전반적인 이해로부터 관심을 집중시켜 세부적인 곳으로 시선을 향하게 하는 방법을 활용한 느낌이 들었다. 고고학적 자료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을 터인데 사료의 부족을 어떤 방법으로 메꾸어가며 고고학 논문과 차별화될까 또 상상력을 통한 고리연결은 어떻게 전개될까 생각하였다.

제1편은 농업생산력과 기술변화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경제생활과 역사발전의 상호관계를 밝히고자 농업기술에 대한 설명을 지나칠 만큼 상세하게 하고 있다. 진전이 거의 없는 것 같은 농업사회에서도 인간생활의 변화된 모습을 생생하게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를 끌었다. 특히 인상적인 해석은 16쪽의 황해도 송림 석탄리 유적과 경기 여주 흔암리 유적출토 유물을 통해 기경구가 나오지 않는 것은 목제였기 때문일 것으로 보며 기경구가 목제였다면 휴경기간이 그만큼 단축되었다는 증거로 본 점과 깬돌도끼를 주목하면서 동남아 원주민들의 민족지자료를 근거로 화전경작에서 사용된 구지구로 추정한 점이다. 초기작업이라서 설명시에 조선시대(31쪽)나 유럽의 연구성과(32쪽)를 들고 있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많이 제시한 점(pp.58-62)도 눈에 띄었다.

제2편은 다양한 방법적 시도를 하고 있는데, 세형동검의 문화기반을 기원전4-3세기의 대동강유역과 충남.전라지역으로 보고 근거를 제시하며 청동기유물의 동향을 살핌에 중요 주거지유적 출토유물일람표를 활용하여 그지역의 토착사회가 적극적으로 청동기를 필요로하고 이를 획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모으고 설명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인상적인 부분은 교역을 증명하는 문헌사료를 제시(93쪽)하여 교역품이나 경로등을 발견할 수 없는 사실의 간극을 메꾸는 방법으로 훌륭하게 생각이 들었다. 과학적 연구를 통한 청동기 성분분석표의 활용이라든지 앞으로의 과학적 연구의 도움을 기대하면서 실증을 통한 실상접근으로 한국고대사회의 본질적인 이해에 한걸음 더 접근하길 기대한다.

중요 유물로 상당히 비중있게 다룬 보습자료의 경우는 이경의 실시와 전개과정에서 고구려 및 신라의 경우 근거가 빈약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알려진 것이 6세기의 것이라면 저자가 다루는 시대에 비중있게 다룰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개개의 유물이나 유적의 성격을 밝히던 기존의 연구에서 진일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구체화시키려는 저자의 노력이 연결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국가형성의 요인을 밝힘에 있어서도 교역의 구체적인 사실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자세가 진지하였으나 객관성의 치밀함을 얻기란 현재의 자료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한국고대사의 선진 연구로서의 자리매김에 좋은 점수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연구에 관심을 갖고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 개인적인 작업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 같고 한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읽고 관심을 가짐으로써 다음 연구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진일보된 형태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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