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보이는 세계사 - 교과서와 함께 읽는 20세기사
최재호 지음 / 창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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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마음으로 쓰고자 '맑은 고딕체'를 선택하다.      감사하게도 공저자의 한분을 아는 관계로 책선물을 받았다. 덕분에 책이 나오자마자 펼쳐보게 되었고, 여유있는 방학동안이라서 훨씬 공들여 읽을 수 있었다. 현대사로 한정하긴 하였으나 세계사인지라 분량은 만만치 않았고, 언뜻 훑어본 참고문헌은 현대사에 낯설은 나를 당혹케 하였다. 마음으로는 현대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나라와 관련이 깊은 강대국의 소식에만 관심을 두었을뿐 세계의 각처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지구촌시대에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놀고 있었다고나 할까. 자못 반성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분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우와 600쪽은 안넘는다. 요새는 왜 이런 책만 만나냐??? - 적절한 사진자료와 깔끔한 편집이 읽는 부담을 줄여주었고 팁처럼 인물이나 책, 문화와의 만남이 장마다 준비되어 있어 흥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읽는다면 어떨까(?) - 괜찮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겠거니... 흠, 흠... 

  새로운 각도로 세계와 만남을 주선하다,      유럽사 중심의 역사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은 최근에 들어와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쓰여진 책들을 살펴보면 중심인물이 없는 듯한 자잘한 나열식의 스토리에 식상하게 되고 또 주목받지 못하던 주변국의 실패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서 과연 새로운 각도의 세계사 서술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이 책의 자잘한 부분도 그런 면이 없진 않았지만, 흔히 구미사 중심으로 서술하는 역사보다는 서로다른 목소리로 다양한 색깔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이 책을 다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어찌보면 저자의 몫이기보다 독자의 자세의 변화와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기 IMF 구제 금융을 받으면서 신자유주의로 나아간 우리나라와 반대의 말레이지아 마하티르 정부의 선택, WTO체제에 대한 억지수용과 NGO차원의 저항적 태도에 대한 생각,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등 멋진 지도자를 만나게 된 것도 이 책의 덕분이다. 물론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이런 인물에 주목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듯도 하다. 수많은 민주적 역량을 가진 지도자와 굴절, 그리고 더 많아보이는 독재자와 탐욕스런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역사의 귀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읽고 생각하는 동안 슬며시 고개 든 의문들.     차례를 보면 1부 제국의 시대로 부터 8부 미완의 시대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시대구분을 하였는지 의도를 밝혀주었더라면 훨씬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 1-4부까지는 정치적 비중이 큰 느낌의 제목이 5-7부는 경제적 비중이 큰 느낌으로 선제한 것인가 싶다. 그런데 4부와 5부의 내용이 비슷한 측면이 많아서 부의 성격을 잘 밝히도록 좀더 한 쪽으로 몰아놓았으면 각장마다 선명한 이미지들이 잘 그려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에 보이는 한국이 보이는 세계사는 뒷장으로 갈수록 세계속의 한국의 모습이 잘 안들어왔다-서술한 분량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근대화를 추구하는 모습과 열망은 잘 잡혔으나, 세계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할 우리의 정체성과 또 헌신해야 할 몫이랄까 이런 것들에 대한 반성, 비판, 혹은 세계와의 만남 등이 더 찾아져야만 국사의 틀을 넘어 생각하고 우리 눈으로 세계사를 읽는 것이 정말 가능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5부의 1장 깨어나는 제3세계 -1960년 아프리카의 해는 기억에 선명한 부분이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100원만 가지면 하루의 식량을 해결할 수 있는 가난하고 불쌍한 곳, 숱한 내전 속에서 어린 영혼들이 꿈도 희망도 없이 병들어 버린 버려진 곳 같은 고정관념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속에서 풀어지고 아프리카를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구미 제국주의의 자본과 침략이 판을 치는 곳, 자연스럽게 반제국주의 반미 운동이 싹트는 곳, 사회주의 실험을 하면서도 자원은 풍부하나 기술과 자본의 부족으로 신이 주신 축복을 깡그리 잃어버린 곳, 그럼에도 움트는 Black is beautiful,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자 한다. 이태석 신부의 친구들이 살고있는 그곳을...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     연표의 나열로 이루어진 책표지와 배경의 인물들을 본문속에서 찾아보고 되살려내는 일은 내 작은 즐거움의 하나였다. 마치 잠자고 있던 기억들이 되살리기를 통해 현재로 걸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 ㅎㅎ... 장마다 들어와 있는 삽화나 사진, 그리고 특별꼭지는 내맘에 쏙 들었다. 딱딱한 세계사를 상상력과 결합하도록 도왔다. 서문에서 저자들이 밝혔듯이 우리 현대사를 세계사의 맥락속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내가 현대 세계사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충분했는지 나침반의 역할이 이루어졌는지 좀더 후에 밝혀볼 일이고... 강대국 중심의 역사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참 열심히 준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문헌의 내용을 훑어보라, 얼마나 익숙하지 않은지... 이는 아마도 강대국 중심의 서술에 익숙한 우리들이 충분히 어리둥절할 만한 부분이고 주변사로 슬쩍 긁어만 주었던 나라와 지역에 대한 성의있는 서술에 감탄으로 보답한다. 이제서야 나는 세계사의 이런 흐름이 정당한 것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 같다. 부국강병과 양육강식의 논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잘 드러나있다. 약소국의 다른 시도, 다른 가능성 들을 최대한 발굴해 보여주려는 노력이 진지하였고, 비록 실패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태반이었지만, 노력과 시도는 축적되어 독특한 각국의 발전과 양태가 나타나리라 믿게 된다. 간명한 해설보다 구체적 사실 자체를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낸 많은 분량이 생태와 환경의 오염을 걱정하는 단순한 나무의 희생은 아닌 것이라 생각한다. 소말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기아와 테러라는 폭력적 수단을 택하여 자기주장을 하게 된 소수집단의 크로즈 업된 사진 밑으로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6.15공동선언과 임기 끝까지 국민의 사랑을 듬뿍받은 국민학교 중퇴의 룰라 브라질대통령의 환한 웃음이 희망을 품게 한다. 한세기를 움직인 책들, 신념을 가지고 지칠줄 모르게 살아온 많은 행동하는 양심들, 모두 모두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귀한 장면들이었다. 3년의 긴 작업에 늘 홀쭉한 얼굴로 잠과 휴식이 부족함에도 책을 놓지 않았던 열정적인 저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사족하나,      475쪽의 사진 설명에서 텐안먼의 현재와 사건설명 쪽수가 잘못 인쇄되어 있다. 558-9쪽의 멋진 사진은 여러번 눈독을 들이면서 본, 희망과 나눔의 이미지를 잘 받아들인 것인데, 자세히 보니 다섯명중 여학생은 한명, 안경을 낀 학생이 세명이나 된다. 갑자기 우리 젊은 이들이 불쌍하고 아직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남자같은 여학생이 있었나?(정말 사족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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