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서 오히려 미지근한 마음을 유지한다. 마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좋아하는 마음도 고갈된다. 언젠가 성급하게 서로를 알아갔던 연인과는 더 빨리 끝났고, 꼭 무리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나면 번아웃이 왔다.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것에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나는 계속해서 달리고싶어서 좋아하는 마음을 잘게 쪼개어 꺼내 쓴다.
읽으면서 내내 내가 당했던 온갖 폭력의 기억이 쓰나미처럼 밀고 들어와서 매우 힘겨웠지만 저자가 결국에는 이겨내고 있다는 결론을 알고 읽어서 그나마 완독. 저자가 겪은 일들이 워낙 믿기지 않을 만큼 다사다난해서 자칫 동정만 자아내거나 남의 불행한 서사에 대한 관음증만 자극하는 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으나 이분은 작가로서의 필력 또한 대단해서 결코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건넨 전통에 의해 만들어져 왔지만, 고의적으로 혹은 실수로 그것이 어떤 전통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오직 다른 사람들의 인간성을 빼앗고,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것을 목적으로 하는 담론에 목소리를 보태 왔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담론을 확대하고 그편에 서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이다. 힘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전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 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