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 아마 당신도 그럴 것 같다. 당신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고, 가족에 대해 불가해한 죄책감이 어렴풋이 있고, 우정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특히나 좋아하고, 자신의 어두운 면과 과잉된 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걸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기까지 방기와 고투를 반복해왔다. 면, 가끔은 자신이 정말로 미친 것은 아닐까 흠칫 놀라고, 평범함을 지극히 사랑하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에 자기 경험을 겹쳐두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자신이 명랑한사람임을 잊지 않고 있다면, 이토록 명랑한 사람의 마지막 저서 속에서 나는 실컷 웃었다. 웃고 나서야 알았다. 캐럴라인에게 내가 강렬한우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인생은 그 자체로 우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김소연 시인
60세 이후 삶에 관한 에세이를 모은 《시간의 마지막 선물TheLast Git of Time》에서 작가 캐럴린 하일브런은 자신이 삶에서 달성하고자 평생 애써온 이상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사적인공간이 충분하되 지속적인 교유가 있는 상태다. 하일브런에게 사적인 공간은 시골의 작은 집이라는 형태로 실현되었고, 교유는 가족과 소규모의 친밀한 친구들로 충족되었다. 하지만 하일브런의글을 읽다 보면, 이 조합은 우정으로 조절된 프라이버시 -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넘어선 일이라는 느낌, 그 조합을 키워내는일은 오히려 주로 감정적인 작업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에게는 시골의 작은 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집을 찾아내는일, 또한 공감해주는 남편과 친밀한 친구들과 심장과 영혼을 모두사로잡는 일을 찾아내는 일, 이것은 가공할 만한 작업이고, 종종평생 추구해야만 하는 작업이며, 하일브런도 60세를 훌쩍 넘기고서야 비로소 적절한 균형을, 혼자 있는 시간과 남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적절한 혼합을 달성했던 것이다. - P23
수줍어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편안하니까 그들이 나를 봐줘야 해,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은 좀 헷갈린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보니 좀 까다로운 의문들이 떠올랐다. 수줍어하는사람들이 비록 부지불식간이기는 해도 특수한 형태의 힘을 휘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 어떤 사람의 수줍음을 본인만 경험하는게 아니라 그의 주변 사람들도(수줍음을 타는 안 타든) 경험하는 게아닌가 하는 의문.
고독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 - P48
깊은 사랑은 이토록 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어른이 된뒤 대부분의 기간에 이런 강렬한 감정에 따르는 위험을 피하려고만 꽁지 빠져라 애써왔다는 사실을. 나는 내 개를 사랑한다. 따라서 개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봐 두렵고, 개가 내게 주는 깊은 즐거움이 언젠가 그만큼 깊은 고통으로 바뀔까 봐 두렵다. 이게 무슨 새로운 통찰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오랫동안 스스로가 이 깨달음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막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개가 내게 일으키는 복잡하고 어둡고강박증적인 감정들을 나는 뭐든지 환영한다. 개는 사람에게 진정한 애착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기회를 준다. 비교적 안전하지만 진실된 방식으로,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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