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파묘 대소동 - 묫자리 사수 궐기 대회
가키야 미우 지음, 김양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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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지만 어찌 보면 몇 장 짜리로 끝날 간단한 주제를 인물을 여럿 설정해 입체적으로 구성해서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여운과 감동을 주는 소설도 좋지만 때로는 이런 비스트로 음식 같은 소설도 좋다는 점을 일깨워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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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나도 이런데!

나는 묘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조상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어디에 묻히든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무연묘6로 하든 산이나 강에 뿌리든 나에겐 과분할 정도다. 비난을 살 것을 알기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본심을 말하자면 내 유골 따위 쓰레기통에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후 세계 같은 것은 전혀 믿지 않으니까. 유골은 단지 칼슘 아닌가. 생선 뼈와 뭐가 다르지.


- 그르치 그르치

남자는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는데, 사실 말해줘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백인 남성보다 흑인 남성이 여성이 놓인 상황을 더 잘 이해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럴 것 같다. 서로 차별을 당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이 뭐냐면, 내 인생을 남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런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 긍게,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 뒤에 뭘 어케 하든 아무래도 상관이 없지 뭐

하지만...불의의 사고로 갈 경우에는 소셜미디어 계정은 누군가 처리를 해줘야 한다...그래야만 많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어...

그리고 장례를 하지 말라고 해 놔야 그나마 남은 사람이 홀가분하게 모두에게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한다고 할 수 있으리...

생각난 김에 아무래도 업데를 해야 하나;;

쉰 살이 되었을 때 둘이 엔딩노트28를 만든 적이 있다. 그 노트는 가끔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육십 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기력이 쇠약해져서 내가 죽고 난 다음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8 자신이 죽었을 때 사후 절차를 위해 재산, 장례, 유언 등 필요한 정보를 남기는 노트

- 여성잡지 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한 트럭임 (여성 중에서도)

왜 일하는 나에게 한가한 남편이 이것저것 명령하는 걸까. 누구의 손이 비었는지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모든 여성잡지에 나와있다. 남편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여자도 나쁘다고 말이다.

아, 그렇습니까? 가위 정도는 스스로 가져오면 좋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내가 나쁜 거군요. 그런 말을 남편에게 하는 순간 남편의 기분이 나빠져서 더 귀찮아질 텐데 말이죠.

어렸을 때는 솔직하던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비굴한 열등감이나 인색한 우월감이 방해해 더 이상 솔직해질 수 없게 된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통해 마음이 넓어진 사람만이 비로소 자신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몇억 명인지 몇조 명인지 모르지만, 태어나서 죽기를 반복하면서 일일이 무덤을 만들다 보면 온 세상이 무덤 천지가 되는데 귀중한 땅이 아깝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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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이래서 전자책이 내게는 여전히 부차적인 수단으로만 와닿았구먼 그래...읽다가 휘리릭 맨 뒤를 살펴보거나 재미없는 부분 건너뛰는 걸 좋아했었는데 최근 전자책만 보다 보니 그게 안됐어서 답답한 거였어! (각주도 마찬가지. 맨 뒤로 가서 보고 다시 돌아오는 게 너무 귀찮다구요)

오늘날의 모바일 스크롤 읽기에선 종이책 읽기의 특징인 건너뛰기·책등 읽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며, 스크롤 읽기는 오늘날의 종이책보다는 수천 년 전 두루마리 펼쳐 읽기에 가까운 경험이다. 

- 맞아, 때때로 작가에게 빚진 기분이 들 정도로 고맙다.

이 번거로움이 만들어 내는 가치는 특히 참고 도서나 입문서·논픽션의 경우 빛을 발하는데, 정보 가공 및 생산자의 입장에 국한해 보더라도 책만큼 ‘대단한 가성비’를 지닌 매체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부지런한 학자·기자 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조사와 연구를 거쳐 쓴 책을 보면 누가 나 대신 취재를 해서 ‘엑기스’만 추출해 담아 놓은, 분에 넘치는 선물꾸러미를 받아 안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그 책이 내가 오래도록 품었던 질문을 건드리고 있다면, 그 책의 가치는 감히 환산하기 어렵다. 

독자에게 말을 걸겠다는 마음으로 쓰인 글은 비록 어렵더라도, 왠지 모르게 어떻게 해서든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이런 글이야말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의 본질일 것이다. 즉 ‘중2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라’라는 것은 결국 ‘중2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써라’와 다름없다. 정말로 내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은 검색을 하고 사전을 찾아서라도 읽게 된다. 단순히 평이한 단어를 쓰고 존댓말을 쓴다고 해서 읽고 싶은 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상대방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의 글쓰기여야 한다. 

배우 이청아는 문예지 『릿터』와의 인터뷰에서 종이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광고 없이 글을 읽을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세스 고딘은 “어떤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음, 근데 중반까지만 읽기로 했다, 이 책은.

무슨무슨 독서법 같은 것은 내게 전혀 필요하지가 않은데...뒤로 갈 수록 그 이야기가 대부분인 듯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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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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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짐작도 못한 일이다, 내가 다 늦게 일본 추리물을 즐겨 읽게 되다니(작품 속 교고쿠도의 말대로 세상에 ‘이상한 일‘이란 없으니 뭐 이상할 건 없지만). 하지만 좋은 작가의 작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주는 울림이 있게 마련. 좀 장황하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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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장황한 게 진짜 매력적이죠!!

치니 2024-10-14 11:49   좋아요 0 | URL
그런 거 같아요!
내친 김에 이 시리즈 다른 책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
 













“인격이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한 개인 안에서도 어제와 오늘, 아침과 저녁으로 미묘하게, 아니 때로는 크게 달라지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떤 때에도 모순 없이 연속된 것처럼 느껴져서, 결국 하나의 인격이라고 인식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따라서 본래 인격은 한 개 두 개라고 감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이중인격이란 인격이 두 개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것들이 하나의 인격이라고 인식되지 않는, 또는 인식할 수 없을 만큼 괴리되어 버린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 인간에게는 인격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뇌의 속임수입니다. 즉, 연속된 의식과 질서였던 기억의 재생이야말로, 소위 말하는 인격을 형성하는 조건인 셈이지요. 따라서 뇌 없이는 인격을 말할 수 없어요. 그리고 뇌의 어느 부분이 현재 의식을 낳고 있는지가 중요한 열쇠가 되지요. 통상 우리는 뇌의 여러 부분과 접촉하며 사회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회로의 어딘가가 접촉 불량을 일으킬 때가 있지요. 평소에 사용하는 뇌보다 한 단계 낮은 뇌로 연결되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인격은 바뀌고 맙니다. 인간으로서의 섬세한 정서나 감정을 알 수 없게 되지요. 심할 때는 말조차 잃게 됩니다. 동물의 본능만으로 행동하기도 하고요.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짐승에 씐’ 상태입니다.” 

“일상과 비일상은 연속되어 있어. 분명히 일상에서 비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섭게 생각되고, 반대로 비일상에서 일상을 들여다보면 바보처럼 생각되기도 하지.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것이 아닐세. 같은 것이야. 세상은 늘, 무슨 일이 있든 변함없이 운행되고 있네. 개인의 뇌가 자신의 형편에 맞추어 일상이다, 비일상이다 하고 선을 긋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연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당연한 걸세. 되어야 하는 대로 되고 있을 뿐이야.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윈 아무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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