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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삼분의 일 정도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뭐 이런 소설이 전 일본 서점 주인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이 되었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내가 서점 주인이라면, 이런 책을 좋아하게 될까 공상도 해보고,
좋아하게 된다면, 그건 직업 탓일까 아니면 순전히 이 책의 공력 때문일까,
서점 주인이라면 그런 공력을 알아보는 눈이 일반인보다 깊은가,
등등…생각에 꼬리가 달렸었다.
중반에 이르자,
서점 주인이되, 일본의 서점 주인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정서를 아주 모르지는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인지,
이 책도 여타의 일본 소설 처럼 일본적 냄새가 짙다고 생각했던 거다.
특히나 현재 일본의 ‘청춘’에 속하는 사람들의 냄새.
그리고 후반에 이르자,
나는 항복했다.
이러쿵 저러쿵 의구심을 가진 거, 일본적 어쩌구 한 거, 다 취소하고 만 거다.
그런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모처럼.
처음에 아무런 특징도 없고 재미도 없고 뭐 하러 이 사람 만났을까 싶던 사람인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금씩 재미가 붙고
몇번 더 만나다보니 이사람 안 만났으면 내 인생 얼마나 별루였을까 라는 심정이 되게끔까지 일취월장하는 관계를 만드는 사람.
그렇다고, 처음과 달라진 것도 아니요, 이야깃 거리가 더 생긴 것도 아닌데도,
그저 담담히 죽 소소한 것을 공유하기만 하는데도,
그래도 이 사람 안 만났으면 후회했겠다 싶게 만드는 사람.
결국, 대단한 작가인 셈이다.
취향의 차이 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를,
오랜만에 발견한 기쁨.
하지만, 이 기쁨이 그가 주로 쓴다는 다른 SF소설이나 미스터리물 등에서도 그대로일지는 아직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