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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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모든 예술작품이 그러하듯,

작가가 어떠한 마음으로 썼는가와 전혀 무관한 방향으로 읽힐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가능성보다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생각때문인지, 나는 이야기에 집중하기 보다 주로 문장에 집중하고, 내용 속에 작가의 의도가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보이는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만 이 책은 어느 정도 좋다.

아마도 그 의도 -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 통념을 벗어나 생각해보기라고 나는 느꼈는데 - 를 심는 과정이 대단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껏 성의있고 조심스럽게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시즈토로 분한 '애도하는 사람' 자체의 그 끈질긴 구도자 같은 행위에의 시도가 바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권하는(혹은 권한다고 느껴지는)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산다는 건 뭐고 죽는다는 건 또 무엇이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 과연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가. 아니, 당신은 그 모든 것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끝까지 치열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기리라. 이런 식의 말들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음,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책을 읽고나서 착한 학생처럼 생각해봤다.

우선 죽음을 생각해봤다.

나는 특정한 신을 믿지 않으면서 전생이나 내세 따위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 이 세상에는 인간의 논리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그 반대의 일들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 책의 사람들처럼 죽고나서 내가 어떻게 평가 받는가 (그래, 평가라고 썼다. 누가 사랑했고 누가 감사했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것은 결국 평가이지 않곘는가)에 대해서는 무감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윤회가 사실이라서 내가 다음 생에 또 태어난다 해도, 그래서 현세의 어떤 일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대도, 지금의 생은 그저 지금의 생으로서만 만끽하고 싶다.

그래서 유한한 생에 대한 미련도 없다. (현재로서는 그렇단 얘기다)

아아, 아니다. 이게 아니다.

작가가 생각해보고자 한 것은 이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죽고나서의 평가, 그런 바보같은 얘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문제를 말한 것 같다.

그러니까 나라는 한 개인은 숱한 대중 속의 개별체 정도가 아니라 정말 특별한 하나의 우주, 그러므로 그 우주 안에서 반드시 사랑도 존재한다, 사랑이란 그렇게 누구에게나 태초부터 존재하는 것, 그것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색깔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것 같다.


흠,

리뷰가 산으로 간다. 사유가 부족한 탓이다. 나는 아직 멀었다. 제목은 잘못 지었다. 나만의 고유 의견도 없는데 무슨 동의가 어쩌고. 건방지게 굴었다. 새발의 피 만큼이나마 덕분에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 작가에게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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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2-06-1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를 심는 과정까지 눈여겨보는 치니님이 작가보다 더 멋져요!!!!

아참, "너를 보내는 숲"이라는 일본영화 보셨나요? 저 책은 읽지 않았지만 치니님 리뷰를 읽으니 그 영화가 떠올랐어요. 삶과 죽음이 참 바람같이 보이던 영화였는데 말이죠.

치니 2012-06-19 14:28   좋아요 0 | URL
아아, 말씀 읽고 포스터를 보니 제가 보고 싶어하다가 놓친 영화였네요. 기회가 되면 다운로드 받아서 봐야겠어요.
그나저나 굿바이 님, 잘 지내세요? 아흑.

당고 2012-06-2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텐도 아라타의 책들을 대체로 좋아하는 편!
착한 학생 같은 치니 님, 귀여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치니 2012-06-21 13:31   좋아요 0 | URL
귀,귀엽지는 않고...ㅠㅠ 저도 이런 제가 시려요. 왜 나는 이렇게 모범생처럼 굴까. 흑.
텐도 아라타는 영원의 아이도 썼죠? 후, 그건 아이 이야기가 나와서 무서워서 못 읽겠어요. 한 권 정도 더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