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스트리스 - Restl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유치하다? - 응, 유치해. 근데, 이 세상 어떤 사랑이 안 유치하디? 그런 사랑 해봤어? 해봤다면, 거짓말일 걸.
진부하다? - 응, 시한부 인생이 주제라는 건 진부하지. 하지만 우린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살잖아, 그러니 특별할 건 없어. 대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기만의 이야기로 만드는 건 진부하지 않아.
지루하다? - 응, 실제로 관객 중 세 명의 남자가 초반 10분을 보고 자리를 떴어. 찐한 러브 신도 없고 애들 장난이나 계속 하는데 죽음조차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꼬락서니가, 영 아니었던 모양이야. 그런데 말야, 지루하니까 음악이 너무 잘 들려.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영화였다면 이 아름다운 음악들은 빛을 잃었을 거야.
게다가 영화의 시작은 무려,
비틀즈의 Two of Us 야. 나는 그 순간부터 기분좋게 부르르 떨다가 결국 무장해제 되었어.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고 팔짱 끼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 거야. '아 이제부터 나는 내가 아니야, 나는 에녹이고 애나벨이고 히로시야' 라고 생각하며 온 팔을 펼치고 영화를 품 안에 안았다고. 이런 경험은 소중해. 분석과 비판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이런 촌스러운 경험이 정말 소중해. 눈이 오면 그 눈에 이제는 좋지 않은 핵 물질이 있어서 맞으면 안 된다고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순백의 찬란함에 마음을 빼앗겨 기어코 손에 쥐어보는 것처럼, 우리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래지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리고 그렇게 해보았을 때의 짜릿한 행복감 - 이게 영화나 예술이 주는 최대의 선물 아닐까.
Two of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