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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어떤 두려움은 실존적인 두려움이라 일컬어지면서 평생을 가고, 어떤 두려움은 실제적인 두려움이라 일컬어지면서 평생 그 너머를 산다.
헤르타 뮐러가 겪은 것은 두 번째 두려움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런 두 번째 두려움을 외면하고 살아도 될 만큼은 (잠시)평화로운 나라, (잠시)평화로운 시대에 살면서 감히 그 두려움이 어떤 종류인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또...그럴 때 문학은 과연 구원인지 아닌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혀, 결코, 모른다.
이 책으로 뮐러는 문학이 그런 두려움에게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분명히 꼭꼭 눌러 썼을 문장들이 겉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꽃의 모습을 하고 숨겨진 가시를 뭉뚱그린다. 그렇게 밖에 못했을, 그래서 더욱 찢어지게 아팠을, 그 가시들이 뒤늦게 내 마음짐승도 일으켜 세울까봐 나는 읽는 내내 겁이 나 숨을 쉬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끝끝내 이 책을 놓지 못한다. 토씨 하나라도 놓치면 알 수 없는 죄의식이 사무치게 몰려오는 이 엄정한 책을 쉬이 놓을 수 없다. 단 한 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소화불량을 무시하고 끝끝내 읽어야만이, 그나마 약간 죄의식이 사라지는 것 같은 힘. 그것이 이 책이, 문학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 숨쉬는 독재자들의 세상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