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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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두려움은 실존적인 두려움이라 일컬어지면서 평생을 가고, 어떤 두려움은 실제적인 두려움이라 일컬어지면서 평생 그 너머를 산다. 

헤르타 뮐러가 겪은 것은 두 번째 두려움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런 두 번째 두려움을 외면하고 살아도 될 만큼은 (잠시)평화로운 나라, (잠시)평화로운 시대에 살면서 감히 그 두려움이 어떤 종류인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또...그럴 때 문학은 과연 구원인지 아닌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혀, 결코, 모른다. 

이 책으로 뮐러는 문학이 그런 두려움에게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분명히 꼭꼭 눌러 썼을 문장들이 겉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꽃의 모습을 하고 숨겨진 가시를 뭉뚱그린다. 그렇게 밖에 못했을, 그래서 더욱 찢어지게 아팠을, 그 가시들이 뒤늦게 내 마음짐승도 일으켜 세울까봐 나는 읽는 내내 겁이 나 숨을 쉬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끝끝내 이 책을 놓지 못한다. 토씨 하나라도 놓치면 알 수 없는 죄의식이 사무치게 몰려오는 이 엄정한 책을 쉬이 놓을 수 없다. 단 한 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소화불량을 무시하고 끝끝내 읽어야만이, 그나마 약간 죄의식이 사라지는 것 같은 힘. 그것이 이 책이, 문학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 숨쉬는 독재자들의 세상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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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yours 2010-10-2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 읽으셨군요 :)
평생 그 너머를 사는 두려움,에 공감-
하아. 스산한 날이에요.

치니 2010-10-27 14:14   좋아요 0 | URL
moon님도 읽으셨어요? 어디선가 뭘 읽고 이 책을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그럼 그게 moon님이 언급한 거였나...^-^;;

추워요, 건강하셔야 해요. :)

stillyours 2010-10-27 17:48   좋아요 0 | URL
큭. 읽어봐야겠군요! 하셨더랬죠.
헤르타 뮐러 다른 작품도 읽고 싶은데 뭔가 큰맘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치니 2010-10-27 19:59   좋아요 0 | URL
찾았어요, 어쩐지 첫 문장이 익숙하더라니, moon님의 40자 평에 나와 있었던 거였네요. 이런 식으로 기억은 저 혼자 뒤죽박죽 널을 뛰곤 하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책에 있어서는 한번 일별했더라도 그 감이 좀 오래 남는가봐요. 아무튼 결국, 감사드린다는 말씀. :)

라로 2010-10-2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리뷰 올려주는 책들은 정말 다 읽고 싶어진다는!!
지난 번에 그로칼랭도 리뷰 읽고 스타벅스 갔는데 있어서 몰입해서 읽었었는데
다 못 읽고 왔다는,,,살까 말까 고민중,,그런데 이책도 뽐뿌질 제대로 하셨어요,,치니님,,ㅠㅠ

치니 2010-10-29 12:02   좋아요 0 | URL
^-^;; 제 리뷰 때문이라기보다 나비 언니의 강렬한 독서욕구 때문인 거 같은데요.
그로칼랭은 마지막이 궁금해서 한번 읽고 나서 멈추기는 힘들텐뎅. ㅎ
(아참, 그런데 그 스타벅스, 독서리스트 괜찮네요!)

라로 2010-10-29 16:24   좋아요 0 | URL
스타벅스의 독서리스트는 괜찮은데 문제는 자주 바뀐다는 거...
아니야,,나의 독서 욕구는 그저,,,암튼,,ㅎㅎㅎ
그로칼랭은 아직 마지막이 궁금할 단계까지는 안 읽었다는, 80페이지 정도 읽었나?? 하지만 전개되는 이야기이나 문장들이 참 좋더구만,,그래서 살까,,고민..

2010-10-30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9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0 1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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