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회에 (아마 알라딘이었을 거다) 신청하지도 않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1년 치를 꼬박꼬박 매월 받아보게 되었다. 처음 받았을 때는 압도적으로 어려운 기사들에 매몰 되면서도 다 읽어야 착한 학생일 것 같은 마음에 몇 주에 걸쳐 다 읽기는 했다. (짐작하시는대로) 그 다음 달부터는 읽고 싶은 꼭지만 골라 읽고, 그 다음 달부터는 포장도 몇 주간 안 뜯은 채 처박아두기도 했다. 그런데 요상한 것은, 집에서는 생각도 나지 않는 이 신문이, 길에 나서면, 혹은 인터넷을 보다 보면 자꾸 생각나고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되더라는 것. 아니 요상하기는, 뭐, 방구석 탁상공론보다 길에서 배우는 게 많으니 당연히 궁금한 게 생기고, 그럼 남들은 어찌 생각할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 팩트가 있는가 생각하게 되는 거겠지.
오늘도 그러다가 아래 기사를 읽었다.
이십대는 왜 투표하지 않게 되었나
과연, 다 맞는 말이다. 엄기호 기자님, 분석력이 '탁월'하다. 그런데, 20대가, 분석을 탁월하게 해주길 바라는 건 아닐 게다. 기자님이 말씀하신 그 압도적인 탁월함은 어디서 나올까, 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게 분명하고 내 주변에도 잘 안 보인다. 바짓 가랑이 붙들면서 제발 한나라당은 안된다, 이명박은 안된다, 설득하고 조르고 그럴 필요 없이, 딱 한 방에 '압도적으로', '탁월하게' 제압하는 그런 영웅, 없고, 그런 분위기가 되기엔 이미 다들 너무 주눅 들어보인다. 좌파들 제대로 하라고 그러지만, 좌파(연 하는 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살리에르더러 모짜르트 되라고 하면 되어지겠나. 그럼 어쩌면 좋을까. 아유 답답하고 우울하기만 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야. 너를 열심히 읽으면 혹시 답이 살짝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