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랑 독서 기록 수준인 리뷰를 알라딘에 올리려고 해도 가끔은 며칠씩 머릿 속에서 이 궁리 저 궁리 할 때가 있는데, 시인이 11년 동안 문단에서 잠적하며 지낸 세월의 궁리들은 (혹은 모색들은, 혹은 좌절들은, 혹은 희망들은) 과연 어느 정도였을 지 그 침잠의 깊이나 다시 떠오를 수 있었던 용기(라고 말해도 될 런지 모르겠지만)에 대해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녀가 이제 어둡고 긴 죽음의 터널 안에서 웅크리는 치열함 대신 조금은 채플린처럼, 삶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낄낄 댈 수 있는 여유를 갖추어 가고 있는가, 시를 한 편씩 읽으면서 문득 그런 느낌을 받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쓸쓸하고 머나먼 여정을 홀로 걷는 시인에게 모쪼록 건강이라는 선물이 함께 하였으면.
세상에 장담할 것은 하나 없다는 말이야 말로 장담해도 될 만큼 옳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려서도 젊어서도 아이를 갖고나서도, 한 시도 살림살이에 재미를 붙인 적 없이 빨빨거리며 쾌락의 잔 가지들을 좇던 내가 이제는 뭉근하게 오래 끓여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소위, 살림 사는 재미에 속하는 것들에 자꾸 시선이 간다. 비록 시선만 갔지 몸이 안 따라갔지만 우선 책으로 그것들을 섭렵하는 재미야 당연히 쏠쏠하다.
요리책이라고 생각하면 시시하고 음식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역시 조금 모자란 느낌이고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중 유독 카페를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하면 얼추 맞지만, 이 세 가지를 두루두루 엮은 설기가 엉성하지도 요란하지도 않게, 차분하게 잘 짜여 있어서 읽기에 좋았다.
아마 이런 걸 두고 허세라고 하는 걸텐데, 허세임에도 불구하고 심정적으로는 솔직히 (고등학교 시절에 우리 학교에서 문예반을 하고 문예지를 냈던 경험 때문인지) 이런 청소년 잡지의 수준에 대해서 무조건 엄지를 주기 힘들다. <고래가 그랬어>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어쩌면 거기는 창비 성격, 이 잡지는 문학동네 자체의 성격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구성이 산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만, 아무려나 우리 때 보다는 훨씬 더 책과 관련된 것을 고루하게 생각할 요즘의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만한 잡지임에는 틀림없으니 응원은 기본이다. 문학 잡지라고는 하지만 다른 문화에 대한 소개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뮤지컬, 연극 등의 소개가 안 하느니만 못하게 옹색했다. 차라리 인디밴드들이나 투웨니원을 소개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