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 Jeon Wooch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상상력이란 무엇일까. 단지 보이지 않는 와이어에 의존해 이리저리 순간 이동을 할 수 있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며 손을 그림 속에 쑥 넣으면 그 장소로 가고 부적을 뿌리면 먼 이국의 바닷가로 갈 수 있는 그런 것일까. 내가 아는 상상력이란 고작 그런 것에 불과하진 않을 것 같아서 최동훈 감독에게 실망했다.  

연기를 잘 한다는 건 또 무엇일까. 인물에의 몰입도가 뛰어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인물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한 나머지 원래 인물은 잊어버리고 그 배우만이 각인될 정도가 되면 좋은 걸까. 스파이더맨과 홍길동과 허경영을 섞은 듯한 캐릭터에 조각 같은 얼굴에 악동스러운 미소를 그려 넣었는데도 강동원이 멋지지 않다. 한마디로 그의 연기를 보다보면 연기하느라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 전우치라는 인물에 빠져들 수 없었기에, 강동원 아직 날지 못하는구나 한참 멀었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팔색조 연기가 필수였던 과부이자 스타일리스트이자 배우지망생이자 피리의 주인이었던 임수정은, 역시 이번에도 똑 소리 난다. 제 역할에 대하여 이해를 아주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분명히 연기구나 싶게 흘리는 눈물이 또로롱 구르는 모습이 사람 마음을 괜히 흔들어 놓는 묘한 매력이 그대로 발현되었다. 백윤식, 유해진, 아귀(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타짜에서 아귀 역이었던 이 사람), 신선으로 나왔던 3인 모두 한 연기 하는 조연들이었는데다가 임수정이 이런 판국이어서, 예의 강동원이 괜히 상대적으로 폄하 되었는 지도.  

보고나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굳이 기억하자 해도 몇 몇 장면만 불쑥불쑥 떠오르는 정도인 영화는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아마도 영화관에 가기 전에 거기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었냐에 따라 다르겠지. 하지만 온전히 영화 속 게임과 눈요기만 즐기겠다는 심뽀로 가도 100프로는 주지 못하는 전우치. 내게는 허허실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가 다 별로였지만 이번에는 괜찮으려나 하고 갔다가 결국 내 취향은 안 바뀐 것만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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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0-01-0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치니님, 아귀 이름을 모른다고 하면 네꼬씨가 여기 와서 행패 부릴지도 몰라요. 김윤석,이에요 ^^

치니 2010-01-05 16:32   좋아요 0 | URL
앗, ㅋㅋㅋ 네네, 김윤석 - 정말 인상적인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 사람 이름은 왜 이리 안 외워지는지 몰라요. 네꼬씨에게 비밀이야요 ~

네꼬 2010-01-1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딱이야 1. 오래간만에 서재 마실 다니다 치니님 집에 왔더니, 지금 보려고 벼르고 있는 <전우치> 평이라 깜딱 놀라 스크롤을 재빨리 내렸어요. 치니님 평을 읽으면 꼭 그대로 영화도 보게 된다능 ㅠㅠ

깜딱이야 2. 그랬더니 또치님, 네꼬씨 행패 발언이 정면에! 아니아니 아니아니 아니아니 대한민국 최고 섹시배우 김윤석을 왜 모르시는 거죠?????????? 비밀로 한다고 모를 네꼬씬가요????????????? (아으 생각해보세요. <타짜>에서 나쁜놈 장례식장에 들어올 때 김윤석 아저씨의 짐승같던 자태... 어머, 떠올리기만 했는데 얼굴이 빨개지네, 나는.)

치니 2010-01-12 10:10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깜딱이야, 고양이 몰래 사람들끼리 말한 내용 다 들켰네, ㅋㅋ
김윤석 섹시 동감 100%, 연기력 끝내줌 인정! 아흑 그런데도 이름 안 외워짐, 양해해주삼. 전 이래뵈도 옛날 옛적에 이 아저씨가 티비 일일드라마(이것도 역시 제목 기억 안나지만)에서 전혀 눈에 안 띄는 무능한 가장 역할 할 떄 이미 눈여겨 본 사람이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