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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 Jeon Wooch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상상력이란 무엇일까. 단지 보이지 않는 와이어에 의존해 이리저리 순간 이동을 할 수 있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며 손을 그림 속에 쑥 넣으면 그 장소로 가고 부적을 뿌리면 먼 이국의 바닷가로 갈 수 있는 그런 것일까. 내가 아는 상상력이란 고작 그런 것에 불과하진 않을 것 같아서 최동훈 감독에게 실망했다.
연기를 잘 한다는 건 또 무엇일까. 인물에의 몰입도가 뛰어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인물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한 나머지 원래 인물은 잊어버리고 그 배우만이 각인될 정도가 되면 좋은 걸까. 스파이더맨과 홍길동과 허경영을 섞은 듯한 캐릭터에 조각 같은 얼굴에 악동스러운 미소를 그려 넣었는데도 강동원이 멋지지 않다. 한마디로 그의 연기를 보다보면 연기하느라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 전우치라는 인물에 빠져들 수 없었기에, 강동원 아직 날지 못하는구나 한참 멀었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팔색조 연기가 필수였던 과부이자 스타일리스트이자 배우지망생이자 피리의 주인이었던 임수정은, 역시 이번에도 똑 소리 난다. 제 역할에 대하여 이해를 아주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분명히 연기구나 싶게 흘리는 눈물이 또로롱 구르는 모습이 사람 마음을 괜히 흔들어 놓는 묘한 매력이 그대로 발현되었다. 백윤식, 유해진, 아귀(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타짜에서 아귀 역이었던 이 사람), 신선으로 나왔던 3인 모두 한 연기 하는 조연들이었는데다가 임수정이 이런 판국이어서, 예의 강동원이 괜히 상대적으로 폄하 되었는 지도.
보고나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굳이 기억하자 해도 몇 몇 장면만 불쑥불쑥 떠오르는 정도인 영화는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아마도 영화관에 가기 전에 거기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었냐에 따라 다르겠지. 하지만 온전히 영화 속 게임과 눈요기만 즐기겠다는 심뽀로 가도 100프로는 주지 못하는 전우치. 내게는 허허실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가 다 별로였지만 이번에는 괜찮으려나 하고 갔다가 결국 내 취향은 안 바뀐 것만 확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