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원래 어디(잡지나 신문)에 기고되었던 글들을 죽 모아놓은 모음집 형식의 책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나름대로 한 꼭지 한 꼭지 심혈을 기울여서 쓴 글들을 그냥 버리기에도 아까울 마음이 이해되고, 잡지나 신문의 일회적인 성격 때문에 좋은 글인데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을 배려하여 세심하게 기록을 모으고 선별 작업을 해서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난 고마운 책들도 간혹 본 적이 있기에, 이 시대 최고의 입담꾼이라 칭송 받는 진중권씨의 이 책도 그런 부류에 끼었으면 하고 읽기 시작했다만, 다 읽고 난 지금의 느낌은 씁쓸하다. 

서른 편이 넘는 영화 중에 내가 본 영화가 꼴랑 여섯 편이더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소화불량성 어려운 문장들이 곳곳에 보였는데 철학과 미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중권씨의 글도 읽을 생각을 말라는 오만한 태도 같아서 - 그 흔한 주석도 하나 달려 있지 않았으니 - 비위가 살짝 상하는데다가, 어차피 그렇게 현학적으로 나갈 요량이라면 벤야민(이것도 굳이 베냐민이라고 쓰더라만)과 데리다 정도 자신이 편애하는, 혹은 잘 아는 철학가들 말고도 좀 두루두루 공평하게 언급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서 - 심지어 벤야민을 인용한 어떤 글귀는 각각 다른 영화에서 서너번 반복 언급되는데, 이건 명백히 중권씨가 예전에 자기가 인용한 걸 까먹고 또 인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 - , 또 심기가 불편해진다. 

테크놀로지의 영상화를 가지고 상상력을 논한다는 식의 담론은 중권씨만 댄 소재도 아니니, 그에게 기대치가 높아져 있는 만큼 그의 입담에서 연상되는 깔쌈함과 촌철살인 같은 문장들을 기대했더니 영 그 반대더라는 소감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위에 적은 까칠한 소감을 갖고도 별 세 개를 클릭한 이유는, 워낙 글 쓰는 기본이 없지는 않으신 분이라 그런지, 간혹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민한 투사가 보였고 거기에 성찰이 더해져서 한계를 긋지 않고 이어졌더라면 좋은 글이 되었을텐데 싶은 꼭지도 (다행히) 있었기 때문이에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어이쿠, 벤야민의 책 중 단 한 권이라도 읽고 이 책을 읽어야 하지 싶네요. 독일어로 읽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이 책에서는 영어,독일어,불어 등 원어를 그대로 한글로 옮기고 주석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해서)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죄송하지만 제 주변엔 없네요. 누군가 진중권씨에 대해 알고 싶어서 책을 고르는 중이라면 차라리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지만) 미학 오딧세이 등 예전 책들을 권하게 될 것 같아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수면의 과학>에 대한 글이었는데, 정확한 구절은 아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꿈이 굳이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에 이어, 꿈을 도리어 만들어 나가는 <수면의 제작학>이 바로 이 영화이고 그것이 예술과 창작이 가진 힘이라는 맥락의 글에 공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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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2 14: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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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2 1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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