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와도 되는 걸 보면, 시대가 나아지긴 한 건가 싶어서 우선 마음이 기쁘다. 비록 극장에서 빅 히트를 치지는 못한 걸로 알고 있지만, 김해숙씨의 (수백번의 박수로도 모자랄)연기가 길이 길이 남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다행이다.
어찌 보면, 4-50대 여자들의 한을 풀어주려는 영화일 뿐인가 싶다가도, 능청스럽게 풀어 보여주는 서민들의 생활상에서 은근히 치밀하고 세심하게 장치를 해놓은 장면들이 보이면서, 보기보다는 훨씬 많은 생각 끝에 나온 영화일 거 같기도 하다.
이러나 저러나, 사랑 앞에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고언이 엄연히 존재해도, 실상 눈 앞에서 보면 '아이구 주책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사람들에게, 21살의 나이 차와 상관 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그걸 주변인들이 이해 못하면 그 주변인이 오히려 따가 되는 (영화 속에서 끝끝내 엄마를 이해 못한 딸만 한밤중에 동네를 도망치듯 떠나고, 이해한 나머지들은 모두 해피하다) 상황으로 엔딩을 만든 건, 그런 엔딩의 비현실성을 알면서도 아마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 때문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