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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부인 ㅣ 김승옥 소설전집 4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전집 시리즈의 후반부인 제 4권. 3권 이후부터는, 이 사람의 변절 - 이런 단어가 부적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느낌대로 쓰련다 - 이 슬슬 입질을 해왔다. 그리고 왠지, 그 변절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던 것은, 모르겠다, 작가로서의 재주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믿고 있어서인지, 그냥 그 시대에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이 쓰고 싶은 글만 써서는 살 수가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3,4,5권이 그런 내용들로 점철되었다 해도 그 안에 반짝이는 기지가 여전히 있었기에 큰 불만이 안 생기는 것이겠다.
5권은 꽁트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짧은 단편들의 나열인데, 개중에는 그야말로 모티브를 떠올리기만 하고 글 자체는 휙휙 써버린 것 같은 - 독자로서는 그렇게 느낀다. 김승옥씨야 나중에 어디서 인터뷰를 보니 어떤 글도 쉽게 쓴 것은 없다고 하더라만 -,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의 글들이 많았다.
4권은 그야말로 작심하고 통속 소설을 쓰기로 한 이후의 글들이 아닌가 싶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자극한다. 그 자극이라 함은, 다름 아니라 자꾸만 주인공 흉내를 내고 싶어진다는 거다. 내가 배우도 아니고 영화에 나올 일도 (죽었다 깨난다 해도) 없을 것인데, 이 70년대 초 연애질 하는 수정이 역할이 왜 이렇게 탐나는 것이냐. 코 싸매쥐고 말하는 것 같은 예의 성우 목소리가 귀에서 왱왱 울리면서, 어서 너도 한번 해보라고 하는 것만 같은 것이다.(알라딘의 모 님도 김승옥의 책을 읽고 혼자서 일인다역을 해보았다고 했었으니, 이건 기실 나만의 똘짓은 아닌거다. 훗)
그리하여,
우리는 했다. 하하. 같은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은 친구와 나는, 책을 들고 나란히 읽었던 것이다. 나는 수정이, 친구는 명훈이.
읽다보니 힘이 들었다. 연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그리고 읽다보니 그의 섬세한 문장력에 다시 감탄하게 되었다. 통속소설도 아무나 쓰는게 아니구나.
아이고, 역할놀이, 아무튼 재미있었다, 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