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함에 대해서...

뭐랄까 늘상 할 말이 있기는 한데,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는 그렇고.

누가 본인에게 소심한 성격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할 것 같고, 소심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할 것 같고, 또 누가 본인에게 그럼 소심해지고 싶으냐 하면 그렇지는 않으나 본인의 경험상 소심한 사람이 대찬 사람보다 호감이 가더라는 말은 하게 될 것 같으며, 기어이 괜한 확대해석을 해서는 소심한 사람이 좀 더 많아야 이 세상은 평화로울 거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만은...

아무튼 지금 본인이 소심하다고 느끼고 있는 중이라서 이런 허접 글을 시작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본인 역시 정치/사회면의 불한당들이 뻔뻔하게 흘리는 구린내에 분노할 줄 알고, 본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기계처럼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씁쓸함과 패배감, 억울함 등에서 뿜어나오는 페이소스가 있으나,

그런 순간에 하는 본인의 저항이라는게, 대체로 이렇게 페이퍼에 끄적이거나 울적함이나 분노를 달래줄 음악이나 책을 찾아 나서고, 그래서 에라 카드 한장을 꺼내어 알라딘에서 적립해온 알뜰한 마일리지를 사용한 뒤 결제를 마치고 뭔가를 질렀다는 호기로움과 뭔가를 내 손에 얻게 된다는 기대감으로 다시 심기일전하는 소심함으로 일관된 삶이라는 거다.

쁑 하고 튀어나가더라도, 또르륵 제 자리로 어김없이 돌아오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복 되새김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시 오지 않을 현재를 그 미래에 저당 잡히는 행위 말고는 다른 무엇도 하지 않는 이 따위 소심함이, 2008년 5월15일에 유난히 못마땅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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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8-05-1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제가 오늘 오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찝찝했던 느낌이
바로 소심함이었어요!!!!저도 오늘 제가 한참이나 못마땅하거든요.
하지만 왜 님의 글이 위로가 될까요?ㅠㅠ

치니 2008-05-16 08:44   좋아요 0 | URL
nabi님, 이벤트도 막막 당첨 되시고, 온라인 오프라인 막막 질르시고, ㅋㅋ 님 서재에서는 활기가 느껴진다 생각했었는데, 어제 오후부턴 아니었군요...
용재 오닐, 아무래도 공연 가봐야겠어요. 모두가 한결같이 좋다고 하니, 점점 궁금해지네요.
아무튼 투덜거리는 글에 위로 받으셨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

2008-05-16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7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니 2008-05-2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노 마인드라고 들어보셨나요? 소심소심극소심. 제 친구 민이 별명이에요. 근데 소심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남에 대한 배려가 깔려있는 것 같아요.

제 문제는 소심과 대범을 수시로 엉뚱한 상황에서 오고간다는 거죠.
소심해야할 때 대범하고 대범해야할 때 소심하고.

지리산은 혼자는 짐과 장비 때문에 어렵고 정 안되면 인테넷 카페 사람들과라도 가려고요. 호젓하고 여유로움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함께 가자는 분이 있어서 좋았는데 의도가 불순해서 그냥 없던 걸로 했어요. (한마디로 나쁜 새끼(!)더라고요.)


치니 2008-05-17 16:08   좋아요 0 | URL
나노 마인드, ㅋㅋ 들어본 거 같아요.
맞아요 소심한 사람이 가끔은 답답해보이기도 하지만 남에 대한 배려도 더 잘하죠. 자기가 작은 걱정들을 수시로 해보았으니 상대방 마음도 더 잘 보인다고 할까, 그런게 있을 거 같아요.
저 역시 토니님처럼 소심과 대범을 좀 왔다갔다 하는데, 상황 판단이 잘 안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지리산, 나쁜새끼, 음, 결론적으로 좋은 여행이 되기만 한다믄야, 해프닝으로 남길 수 있게 되겠죠. 홧팅! ^-^

누에 2008-05-1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자벨 위뻬르 같은 배우는 소심함의 소중함을 보여주잖아요.^^ 조금씩 무언가 내부에서 익어가는 사람들, 그런 소심한 사람들..

치니 2008-05-20 09:11   좋아요 0 | URL
아 , 누에님 표현을 보니, 제가 알게 모르게 느낀 소심한 사람들에 대한 호감의 이유를 알겠어요.
무언가 내부에서 익어가는...그거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