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함에 대해서...
뭐랄까 늘상 할 말이 있기는 한데,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는 그렇고.
누가 본인에게 소심한 성격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할 것 같고, 소심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할 것 같고, 또 누가 본인에게 그럼 소심해지고 싶으냐 하면 그렇지는 않으나 본인의 경험상 소심한 사람이 대찬 사람보다 호감이 가더라는 말은 하게 될 것 같으며, 기어이 괜한 확대해석을 해서는 소심한 사람이 좀 더 많아야 이 세상은 평화로울 거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만은...
아무튼 지금 본인이 소심하다고 느끼고 있는 중이라서 이런 허접 글을 시작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본인 역시 정치/사회면의 불한당들이 뻔뻔하게 흘리는 구린내에 분노할 줄 알고, 본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기계처럼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씁쓸함과 패배감, 억울함 등에서 뿜어나오는 페이소스가 있으나,
그런 순간에 하는 본인의 저항이라는게, 대체로 이렇게 페이퍼에 끄적이거나 울적함이나 분노를 달래줄 음악이나 책을 찾아 나서고, 그래서 에라 카드 한장을 꺼내어 알라딘에서 적립해온 알뜰한 마일리지를 사용한 뒤 결제를 마치고 뭔가를 질렀다는 호기로움과 뭔가를 내 손에 얻게 된다는 기대감으로 다시 심기일전하는 소심함으로 일관된 삶이라는 거다.
쁑 하고 튀어나가더라도, 또르륵 제 자리로 어김없이 돌아오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복 되새김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시 오지 않을 현재를 그 미래에 저당 잡히는 행위 말고는 다른 무엇도 하지 않는 이 따위 소심함이, 2008년 5월15일에 유난히 못마땅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