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네이버)

김창완씨의 편지

창익아, 내동생 창익아 창익아

이제 저희 막내 김창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 무력감은 저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하지만 이 크나큰 상실은 그가 얼마나 사랑스런 사람이었나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장례를 치르러 가는 비행기안의 낯선 이들조차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평소에 늘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사랑 받기 원했던 고인의 향기가 크나큰 슬픔 속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주었습니다.

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웃는 드러머 김창익을 사랑한 모든 분들을 위로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사랑하겠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행복하도록 사랑하겠습니다.

천국에서 웃으며 드럼을 치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며, 이렇게 동생이 떠날 줄 몰랐던 형이…

2008년 1월 30일

유난히 개구져 보이고 귀여웠던 김창익, 형들에 비해 대단한 조명을 받은 건 아니지만 막내 특유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했던 기억.

가까운 누군가가 죽는다는 건 어떤 걸까 , 가끔 생각해보지만 슬픔의 수위는 결코 가늠 되지 않는다. 더구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면, 세상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건만, 김창완 형은 그런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떴다고 하고 김창익을 사랑한 모든 분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편지를 쓰고 있다.

사랑하기에만도 벅찬, 이 짧은 생에 미워하고 짓밟고 증오하고 분노하는 일을 많이 줄여야겠다.

사랑하겠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행복하도록 사랑하겠습니다. 저도요, 김창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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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8-02-0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김창익씨를 잘 모르지만... 그저 김창완씨 특유의 말투가 베어있는 편지는 찡하네요.. 사랑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미워하거나 분노하는 일들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줄여가고 있어요, 저는.

치니 2008-02-01 23:1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김창완씨의 이 편지가 곁에서 말을 하는 것처럼, 그래요.
삼형제가 유독 사이가 좋아보였었죠.
셋이다가 둘이 되었음을 느낄 때마다 앞으로 죽 많이 많이 그리워질테죠.
미움이나 분노가 없는 사람이, 어쩌면 가장 행복한 사람일거에요.

2008-02-01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1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8-02-0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는 영원한 막내죠. 영원히 장난꾸러기고 철부지고 귀여운. 형의 사랑이 담뿍 느껴지는 편지네요..

치니 2008-02-04 10:04   좋아요 0 | URL
저도 막내인데...철부지, 음, 공감합니다.
사실 김창익 개인을 잘 모르지만 산울림의 한 멤버가 이렇게 되었다는게, 무척 안타까워요.
이젠 셋을 결코 함께 볼 수 없다는 것, 산울림은 전설이 되어 버렸다는 것.

토니 2008-02-0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늘이 내린 이 컴맹이 치니님의 서재를 드디어 스스로의 힘으로 찾았습니다.
북마크 없이 전 늘 무기력한 사람인데... 갑자기 사는 게 만만하게 느껴지네요.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지 오늘로 사흘. 출퇴근 시간이 반으로 줄어 아침 밥도 먹고 머리도 말리고, 눈썹도 정교하게 그리고 나와요. (나오면서 현관 거울을 보며 스스로 흡족한 미소를 지은답니다. "짜식, 멋져!" 뭐 그런 표정... ㅋㅋ )

가까운 사람이 아니더라고 누군가의 사망 소식은 짧게나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요.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중요하죠. 근데 왠지 미움과 분노가 없는 사람은 삶에 대한 열정도 미지근할 것은 생각이 드네요.(정신세계 참 독특하죠?) 물론 늘 분노로 가득차 심장이 아프다면 그 또한 문제겠지만.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원문으로 읽는 것이 백배 나을 듯합니다.
번역하시는 분이 심히 열심히 번역을 해서 원문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치니 2008-02-04 11:40   좋아요 0 | URL
하늘이 내린 컴맹, ㅋㅋ 저도 뭐 IT랑 그닥 친하진 않아요.
어쩔 수 없는 것들만 하고 사는 중이죠.
도시 생활에서 출퇴근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 물리적인 소요시간 뿐 아니라 마음의 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죠.
최소한의 여유를 찾는다는 건 , 분명 아주 아주 중요하니까요.
축하해요!

저는 워낙에도 미지근한 사람인데, 미움과 분노 없애고 더 미지근해지려나, ㅎㅎ 근데 그렇게 자꾸 그렇게 살고 싶어지니 원.

네, 원본으로 읽어보겠습니다. 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