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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클로버 세트 1~10(완결)
우미노 치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를 잘 안 보는 편인데, 그 이유는 뭐, 전적으로 그다지 큰 재미를 못 느껴서 그렇다.
(라고 써놓고 보니, 중학교 때 읽었던 ‘캔디’는 엄청 재미나게 읽었었네)
아무튼, 심심하니까 만화방 가서 만화나 보자 라거나 비 오는 날 만화책 쌓아놓고 읽는 맛 같은 거는 나랑은 좀 동떨어진 취미였다.
그래도 알라딘에서 좋아하는 알라디너 분들이 극찬 하는 만화책을 보면, 냉큼 읽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호기심. 에라 하고 아예 한 질을 구매한 것이 있었으니, 영화로도 나름 인기를 끌었던 <허니와 클로버> 시리즈가 그것이다.
내가 샀던 한 질은 1~8권이었는데, 지금 보니 10권까지 완결판이 나왔던 모양.
8권까지 읽고 영화를 보고 한참 잊었던 이 만화의 9권을 어제 아들에게서 빌려 읽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이 만화의 성공비결이 눈에 팍팍 들어온다.
8권이나 읽고도 그냥 그랬었는데, 왜 9권을 읽고서야 이런 감동이 뒤늦게 오는 지야 모를 일이다.
청춘의 군상을 그리며 그 중에서도 예술을 하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그들의 고뇌와 사랑과 열망과 허무를 제법 짜임새 있게 펼쳐 나갔다고 느낀 정도에서 그쳤었는데,
이제는 ‘청춘’이라는 제한적인 단어를 빼고 나머지를, ‘인생’이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 넣고 담담히 바라보게 하는 힘을 주는 작가의 내공을 절절히 느껴버렸다.
게다가 아주 잘 그렸다고 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은데, 간혹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기도 하는 표정 묘사는, 심각한 내용을 픽 하는 웃음으로 비껴 가며 긴장을 풀기에는 완전 제 격이다.
잘 된 작품은 – 그것이 소설이건 만화건 아니면 그림이건 – 공통점이 있다.
이제껏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전혀 공감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에 갑작스러운 동일시 현상을 느끼게 되는 게, 그 공통점인 것 같다. 이 만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캐릭터에서, ‘아 나도 이런 마음이 된 적이 있었는데…’ 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괜히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는 나를 보면.
이제 10권이 남았는데, 왠지 ‘완결’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