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따지면 재미가 있었다기보다는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욕할 거리가 많았던 대본의 오락가락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박시후의 책 읽기 식 연기가 몹시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이하 완이만)은 수,목이 될 때마다 꾸준히 기다려지고, 한 회라도 못보면 감질맛이 나서 못참을 지경인 드라마였다.
이런 증세가 나에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제 종방을 보고나서 오늘 네이버 검색창에 쳐봤더니 현재 타방송에서 <태왕사신기>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15%이상 시청율 올리고 나름 선전해서 축제 분위기네.
배두나 더러 참 이상하게 생겼다거나 못생겼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인데,
나는 삐죽 말랐지만 코만 두툼한 이 소녀가 모델 시절부터 맘에 들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만의 개성이나 스타일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일진대 이 소녀가 당시 그래보였기 때문이고, 이후 영화를 고르는 안목도 나무랄데가 없었으며 - 처음 나온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를 필두로, <고양이를 부탁해>나 <괴물>... 우연히도 이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다 내가 깜짝 놀랄만큼 감탄해마지 않으며 좋아했던 영화였기도 하다 - 스타가 되려고 기를 쓰는 안간힘도 보이지 않고 설렁설렁 사진이나 찍고 노는 '혼자서도 잘 놀아'형의 이 배우가 내 그런 호감을 배신하는 일은 여태 없었다.
아무튼 <완이만>은 배두나 덕에 초반에 눈길을 주게 된 것.
김승우가 나오는 건 관심 밖이었고, 손현주가 굵직 조연으로 등장하는 회부터 재미는 급상승.
게다가 푼수 끼 있는 김성령이 합세하자 , 사실 박시후 & 배두나 커플은 지루하기까지 했다만....
<완이만>의 성공 비결은, 드라마 속 비중이 크던 작던,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건 못하건, 모두가 다정하게 오순도순 함께 하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참 좋았기 때문인 것 같다.
제목 따라 제작진이나 배우들도 완벽 이웃들이 되어가려 했는지...
드라마 속 배두나가 맡은 캐릭터의 어줍잖음을 통상 부모들이 하듯 무조건 감싸들지 않고 이 물건 저 물건 하면서 우락부락 하는 엄마 박원숙을 비롯하여 엄마가 세번이나 이혼했는데도 꿋꿋하게 여자 박해일 얼굴을 하고 대사를 하나도 안 틀리려고 애쓰는 예슬이의 귀여운 모습, 전라도 사투리 꼬박꼬박 써가며 열연하는 예슬이 친구 고니....이런 사람들이 복작복작 마을 어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내는게 , 자못 보기 드문 풍경으로 은근한 감동을 주곤 했던 거다.
정신 못차리게 푹 빠져서 자나깨나 그걸 못보면 노심초사였던 <네멋대로 해라>같은 드라마도 물론 좋지만, 그런 불후의 명작이 나오길 기대하느니, 요렇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드라마가 자주 나오길 기대하는게 현실적인 것 같아서, 암튼지간에 일주일에 2회 기쁨을 준 이 드라마에게 풍성한 칭찬을 해주고 싶어진다.
아우, 근데 다음 작품인 <로비스트>, 내가 무지 싫어하는 스케일만 거대 빵빵, 음모와 복수 스토리, 게다가 송일국이다. 흑.
이제 당분간 영화감상과 독서만 하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