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최승자 옮김 / 어진소리(민미디어)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마하연님이 친절하게 복사본을 보내주셔서 읽게 된 이 책은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책을 지은 이가 지은 책인가보다.

나는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그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훑어 본 기억이 있고 사람들의 감상이 제각각이었던 이유를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그려보게 되었다.

사실은, 이 책을 1시간만에 빨려들 듯 읽었고, 그럼에도 이 묘한 아름다움을 지닌 책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되게 어려우며, 번역을 한 최승자씨가 뒤에 해설을 붙여주어서 매우 고마와하고 있다. 즉, 해설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해할 수 없었던 대목이 많았고, 따라서 리뷰를 쓰기도 힘들었던 책이라고 고백한다.

이름이 없는 사람, 아니 이름을 어떻게 불러주어도 되는 존재인 '나'는 자신이 잔잔하고 평화롭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쓰고 있지만, 왠지 마음이 싸아한게 이 사람이 가엾게 느껴진다. 왜일까.

작가는 사십대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데, 아마도 그런 기운이 이미 이 소설에서 배어나왔던걸까.

(뜬굼없이) 오늘은 연휴 3일째.

금요일부터 내가 한 일은 자못 많다.

술도 마셨고, 친구랑 수다도 떨었고, 아주 오랜만인 옛사람도 만났고, 좋은 커피집도 갔고, 좋은 라이브공연 까페도 갔고, ....오늘은 무작정 잠도 참 많이 잤다.

나는 내 또래의 많은 여자들이 명절에 겪을만한 고통들 중 어느 하나도 나눠 갖지 않고, 배를 두드리며 잔잔하고 평화롭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를 객관화 시켜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싸아한 마음이 든다. 왜일까. 나는 권총이 없고 자살도 안 할건데.

이런 걸 보고 배가 불러서 까분다는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쯔읍.

내일은 조금 더 몸을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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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스탕스 2007-09-2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습니다..다시 그생활을 하라고한다면 정말 싫다고생각하고
이젠 명절이 연휴의 의미로만 남아있는게 더없이 만족스러우면서도
애써 명절특집방송을 외면하고 있는 저를 보면....
처음은 아닙니다만..기억하시진 못할테니..불쑥 또 한마디 하고싶어
인사말도없이 주절거립니다

치니 2007-09-25 00:38   좋아요 0 | URL
아, 콩스탕스님, 기억합니다. ^-^

가끔 , 명절의 의미가 정말 한 해의 수확을 축제로써 즐기는 의미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죠.
콩스탕스님이나 저처럼 연휴의 의미로만 즐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즐길 수 있기를...바라는 착한 ^-^;; 마음.
남은 날은 이제 이틀이네요. 푹 쉬시고 충전 만땅 되시길.

chaire 2007-09-2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아한 마음, 이었더라도 괜찮은 충전의 시간이었겠지요? 아, 출근해도 그리 열심히 일하는 꽈는 아니건만, 역시나 아침에 출근하려니 왜 이리 싫은지. 치니 님은 출근 잘 하셨나요? (근데 추석이면 늘 싸아해요. 왠지. 설날엔 안 그런데.)

치니 2007-09-28 08:30   좋아요 0 | URL
아 , 그럼요 ^-^ 느무 충전을 심하게 했는지, 어제 하루는 뻑뻑하니 잘 안 돌아가서 혼났어요.
추석이면 늘 싸아한건, 가을이라 그런걸까...잠시 생각. ^-^

네꼬 2007-09-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랑하는 어떤 분이 이 책을 무척 좋아했어요. (지금도 그러실 겁니다만.) 전 읽어보지 못했는데 책 제목이 좋게 들려서 기억해 두었더랬죠. 언젠가, 그때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가 이 책 얘길 꺼냈더니, 제가 사랑하는 그 어떤 분이 단지 이 책을 안다는 이유로 막 예뻐해주셨지요. 제 남자친구이지만 질투가 났습니다.

이상한 결론이지만,
그래서 치니님이 확 더 좋아졌어요. 제가 좀 그래요.

치니 2007-09-28 13:49   좋아요 0 | URL
아...
전혀 이상한 결론 같지 않아요, 제게는. ㅋㅋ 저도 좀 그렇거든요.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 그런데 사람들은 잘 모르는 무언가를 똑같이 알고 좋아하면, 확 좋아지거든요.
아무튼 네꼬님이 저를 확 좋아해준다는 말만 들어도 오늘 오후는 힘이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