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래의 실천 - 켄 블랜차드 자기경영 실천편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영만 외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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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기계발서를 별로 즐겨읽지 않는 편이었고, 읽더라도 권 수 채우는 것 외에 별다른 실천은 하지 않았었는데 지난 가을에 스스로의 삶을 좀 더 정돈되도록 하자고 마음먹으면서 그 방법의 하나로 자계서 읽기와 실천하기를 계획했다. 다이어리에 읽어볼만한 자계서(주로 시간관리와 비전을 이루는 주제에 관한 책) 목록도 적어두었다. 꽤 많은 책이 눈에 띄었지만 다독을 할만한 상황도 아니고 일주일에 많아야 두 권 정도 읽을 수 있는 처지여서 우선은 읽는대로 주어진 시간(다음 자계서를 읽기 전까지) 만큼은 실천하는 기간으로 잡자고 다짐했는데 100점 만점으로 하면 약 10점 정도? 그래도 그 10점은 당당히 스스로에게 던져줄 수 있으니 예전의 자계서 읽을 때와 10점만큼 달라진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다. 하지만 어쩐지 용두사미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을 읽고 나서 읽은 것을 되새기고 거기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한번 쯤 실행으로 옮겨보는 것은 책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희망하는 것이 아닐까. 읽는 책마다 독후감을 남겨두고는 있지만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보지 않는 것 처럼 한 번 쓴 독후감도 왠만해서는 다시 읽을 기회가 없다. 나는 어떤 글을 쓸 때 레포트 등의 과제물을 제외하고는 글다듬기도 잘 안하는편이라서 더욱 기억에 남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큰 희망을 품고 시작한 '스케줄러 사용하기' 또한 빈 칸으로 남겨진 날이 더 많아지고 있었다. 하루에 해야할 일이 다시금 산더미처럼 쌓이고 그것을 스케줄러에 옮기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무엇인지 뭐가 가장 중요한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토요일이 되면 한숨 돌려야지, 하는 것도 그때 뿐이고 여러 크고 작은 일에 치이다보니 마음으로는 정돈된 삶을 바라면서 그 방향이 보이는데도 실행하는 것은 왜 그렇게 더딘지. 함께 해야 하는 일도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혼자서 해내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에 바쁨을 넘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곁에 있는 사람을 봐도 원망스럽고 그런 나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나에게는 인색하더라도 남에게는 너그러워야 하는데 그런 대인배가 못되는가, 하는 죄의식도 들었다. 그러던 중 책장에 꽂혀있는 '춤추는 고래의 실천'이 생각났다. 실천편 이전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이하 칭찬고래)'를 먼저 읽어봐야했지만 우선 실천편을 읽기로 했다.

 

 자계서를 아예 읽지 않는 사람도 꽤 많지만 읽는다고 해도 믿지 않는 사람, 믿는다고 해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따지면 자계서를 읽고 그것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의 숫자는 비관적이지 않을까. 실제로 '칭찬고래'를 읽은 사람 중 대부분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적었다고 한다. 일단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나머지 일은 내 알바 아니라는 작가가 더 많을 것 같은데 켄 블랜차드는 이런 틈새시장(?)을 노리고 윈윈 전략으로 실천하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실천의 방법을 전수하고, 스스로에게는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를 탄생토록 했다. '춤추는 고래의 실천'이 바로 그것이다. 약 250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성질 급한 사람은 중간에 있는 요약페이지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나머지는 켄 블랜차드의 분신격인 헨리가 필립에게 실천경영을 전수받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실천'에 초점을 둔 것이기에 초심을 잃지 않고 실천할만한 몇 가지를 고르면서 읽었다.(맨 아래 정리)

 

 책 맨 뒤에는 '실천노트'가 붙어있는데 여기에는 나 자신을 파악하고(성격, 직업, 보람되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좋은 습관, 고쳐야 할 습관)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적고 실천하기 위한 체크 카드가 들어있다. 책에 표시하는 것은 부담스러워서 '고래노트'를 하나 마련해보려고 한다. 어떤 종류라도 계획을 세우거나 다짐을 한 후 그것을 점검해주는 매니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비서나 매니저가 없으니까 어떤 방법이 좋을까 생각해보니 지인에게 매니저 역할을 맡기는 것은 어떨까 싶다. 가끔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로 표현하고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 해주면 일종의 공약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칭찬고래를 읽은 독자가 얻은 정보를 통해 이번에는 꼭 실천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이 태어났다. 켄 블랜차드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헉) 한가지라도 실천해서 습관화 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켄 블랜차드를 감동시키는 독자가 되어야지!

 

 

 

 1. 반복의 힘

초등학교 선생님 처럼 반복한다. 좀 더 적은 것을, 좀 더 자주!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반복하지 않으면 곧 새로운 정보가 그 것을 대신한다. 이런 단기적 정보는 순간의 감동 외에는 효용이 없다. 잊을만 하면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생각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한다. 즉, 하나를 배웠으면 그것이 습관이 될 때까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고 해도 보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적용

:실천기간을 정하기.

1주일에 한 권의 자계서를 읽는다면 1주일 동안 읽은 책 한권에서 뽑은 실천할 만한 것 한 두가지만 실천해본다.

 

 2. 필기하라

다음에 다시 기억해낼 수 있도록 노트 한 권을 정해서 정갈한 글씨로 정리해 둔다.

 

 3. 필립은 책 한 권을 네 번 읽는다고 나온다.

통독->주요개념에 밑줄 그으며 읽기->생각을 정리하며 메모하며 읽기->학습파트너나 동료들과 토론하기

현재 나는 책을 통독하면서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고, 그것을 서평에 옮기면서 정리해둔다. 하지만 한번 읽은 책을 다시 통독하거나 서평을 여러번 읽어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적용

:올해의 책 정하기.

한달에 한 권 또는 일년에 몇 권을 베스트 도서로 골라서 다음해가 되면 반드시 그 책을 먼저 복습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듯하다. 나는 독후감을 남겨두고 있으니까 전체 독후감을 한번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4. 오픈마인드

[경청하라.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듣고 새로운 정보에 대해 열의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듣고 필기하며 듣고 상상하며 듣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하며 들어라 -115쪽]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것. 매 순간 배울 점을 찾을 것.

 

 5. 역피해의식 (inverted paranoid) 의 소유자가 되라

[역피해의식의 소유자는 세상이 자신을 위해 항상 좋은 일을 꾸미고 있다고 믿는다. 불행속에서도 희망을 본다. 이 것을 위해서는 때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131쪽]

 

 6. 사후관리를 하라 (반복요법과 멘토의 일종)

사후관리를 통해서 정기적인 점검을 하는 방법.

[1:1 회의를 실시하여 모든 관리자가 2주에 한 번씩 부하직원을 만나 15분 정도 대화를 나눈다. 대화 주제는 부하직원이 정하며 현재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도움이 있는지 등을 이야기 한다.-215쪽]

-적용

:나의 멘토를 만들자. 누군가의 멘토가 되자. 그리고 멘토와 멘티를 정기적으로 만나자.

 

 7. 작년에는 없었지만 내년에는 채울 수 있는 이력서 한 줄을 만들어라.

여러가지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하나의 목표를 세워서 달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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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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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를 먹을 수록 소망하던 것을 잃는다는 것은 맞는 말 같다. 20살이 되고 나서는 19살일 때와 별다른것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왜 그렇게 20대가 되면 특별하지는 않더라도 사소한 변화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더라. 21살이 되어서도 난 여전히 19살 그대로였다. 23살엔 정말 어른이 되는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24살이 되어서는 어른이 되길 포기하고 싶었다. 동화 속에만 있을거라 생각했던 피터팬이 바로 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더 이상 19살이 아니란걸 알고 있고, 그게 참 아쉽다. 늙은이처럼 하루하루가 아쉽고 지나간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영원히 19살일것만 같아 어리둥절했던 그 시간 동안 내가 꿈꾸었던 무수한 목록들이 있었다면 점점 검정줄을 쭉쭉 그으며 잊어버리고 포기해버리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다가 문득 그 무형의 목록의 단편이 기억나고 거기에 그어있는 무형의 검정줄이 보이면 별로다, 기분이.

 


 더 안살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미지수이지만 예전보다 지금의 나는 참 겁쟁이가 되었다. 내 안에 수많은 열정이라는 불꽃이 이런 저런 핑계와 장애물과 두려움 때문에 꺼져가는 것이 뻔히 보이면서도 나는 또 다시 무섭고 지금 쥐고있는 것들이 아쉬워서 놓지 못하면서도 남은 무형의 목록들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하고 있다.

 


 누구나 꿈꾸는 여행자라는 이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TV에서 자주 보는 ‘여행생활자’라는 이름의 정성용 씨. TV에서 볼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용기에 박수를 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의 여행자가 있다.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여행, 그리고 남극에서 북극까지 수십 개의 나라를 방랑자처럼 여행한 사람. 게다가 그는 여행 내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였다. 이 정도면 부러움을 넘어서 무한 질투의 경지랄까. 책 속 사진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사야카라는 여인이 정말 부러웠다. 아프리카나 북극까지 뻗어있던 나의 여행로망은 점점 인도라거나 시베리아 횡단 쪽으로 소심하게 좁혀지고 있지만 (여자혼자 아프리카나 북극이라니 좀 무섭잖아) 인도나 시베리아 횡단 만큼은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이왕이면 2년간 지겹도록 같이 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워본다. (불끈)


사야카가 다카하시 아유무(작가)의 LOVE였다면 다카하시 아유무 그 자체로 FREE라 할 수 있겠다. 무려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생계라거나 2년 후의 미래라거나 하는 것은 뒷전으로 하고 수십국을 여행한 것도 그렇지만 여행기록에서 보이는 그의 마음가짐이라던지 여행하는 스타일 같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인스럽다고 느껴지는 점도 있었지만 그 중에서는 나도 한번 쯤 따라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포스트잇으로 소심하게 표시해두기도 했다. 딱 이틀 배우고 퐁당퐁당을 겨우 연주한 후 집으로 줄행랑쳤던 그 ‘기타’를 다시 배워야겠다거나 여행중의 두려움을 붙임성으로 극복한다거나(건달이라고 보여지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등등->하지만 알고보니 착한 사람이었다...) 나의 라이프워크는 무엇일까 하고 고민해보고, 나도 오랜만에 종이학을 접어봐야지, 그럼 색종이부터 사야겠다...(이 때 색종이 살 생각에 벌써 들떠버린 나를 발견.) 또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던 몽골의 초원에서 나도 한번 별을 보며 똥을 눠 보자던가 (어릴 때 포도밭에서 놀다가 급히 응가를 누고 원두막에서 그야말로 어린이답게 쿨쿨 자다가 굴러떨어져서 그 똥이 묻었던 기억도 나더군... 이거...괜찮을까.) 다음 여행은 꼭 ‘현지인처럼 지내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유무가 던져준 화두인 ‘만일 내가 이곳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았을까’도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예전에 노란색 표지로 나왔던 것을 '뉴욕 에디션'이라고 개정해서 나온 것이다. 이전 책을 서점에서 구경했을 때는 난해한 편집과 적은 여행기(글) 때문에 특이하다고만 여기고 그 후로는 관심 밖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읽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여행할 때 꼭 작은 수첩을 일기장으로 준비한다. 현지에 가서는 문구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첫 일기장은 집에서 준비해가고 두 번째 부터는 일부러 현지에서 구입해서 사용했다. 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 방문 때에는 거의 극기훈련 수준이어서 일기를 쓸 짬도 없고 그러다보니 집에 와서도 뭘 봤는지 기억이 안났었는데 두 번째 유럽 배낭여행 때 이렇게 일기를 쓴 것이 참 좋은 경험이었다. 하루 일정 중간중간에도 급하게 메모를 하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피곤해도 꼭 일기를 쓰고 잤다. 쓰는 동안 머리와 가슴에 남아있는 순간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부산하게 손을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난 지금 미처 정리하지 못한 그 때의 일기를 읽으면 이게 무슨 얘기를 써둔건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다음 여행에서도 나는 꼭 그렇게 일기를 쓸 것이다. 그 때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붙이려고 짬 나는대로 그림 연습도 하고 있다.

 


 며칠 전 누군가의 블로그 여행기를 보면서 어쩌면 여행에 있어서는 일기도, 사진도, 티켓 따위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기억. 너무 오래 되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명 콧구멍이라거나 고막, 혀, 눈, 마음 같은 것이 기억하고 있는 냄새, 소리, 맛, 풍경, 색, 느낌 같은 것이 다른 유형(有形)의 것보다도 더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벽공기 같은 겨울 냄새를 맡으면 그것과 꼭 닮아있던 지난 여행을 떠올리고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그곳으로 다시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라고. 내년 봄이 지나면 꼭! 그 때까지 부디 무형의 꿈 목록을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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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 - 구겐하임 문학상 작가 앤 라모트의 행복론
앤 라모트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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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에 그려진 여인의 따뜻한 미소가 보기 좋았다. 그 즈음 나는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하루하루가 모여 이룬 나의 몇 해를 잊고 싶었고 그 긴 시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내가 몹시 미웠다. 그러던 중 몇 가지 사소한 계기를 통해서 나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좀 풀어주자고 다짐했다. 의지가 박약한 나는 그 다짐을 견고하게 해 줄 도구가 필요했고, 관련 책을 읽고 간단한 일기를 쓰는 것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자기계발서가 싫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가끔은 손에 쥐고 읽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에 표지 그림을 보고 느낀 차분함 때문이었는지 책을 보자마자 자계서 일거라고 생각했다. 마음 가는 대로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에세이 쪽에 속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점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글쓴이 ‘앤 라모트’는 젊었을 때 종교를 부정하기도 하고 여러 종교에 마음을 두기도 했으며 지금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마약을 했으며 폭식증을 앓기도 했다. 곱슬머리이며 미혼모이기도 하다. 이런 크고 작은 사건들을 특유의 글 솜씨로 담아내고 있는데 그것이 참 뭉클하기도 하고 따뜻하고, 웃기기도 한 내용들이었다. 책의 초반에는 주로 젊은 시절 그녀가 경험한 자유분방하지만 불안했던 삶이 담겨 있다. 이때에는 유대교에 마음을 주기도 하고 유대교 세례(?)를 받기도 한다. 이렇게 종교적, 사상적으로 자유분방했던 그녀에게 동감하며 읽다가 중반에 교회에 다니게 된 후 부터의 이야기는 무교인 내가 읽기에 조금 거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독교적인 생각이 깔려있되 전체적으로는 누구나 읽어도 좋을 글이라고 생각된다. 힘이 들 때마다 예수에게 기대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모습은 누구나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앤 라모트에게는 예수였고 나에게는 종교 이외의 것이라는 차이라고 생각하니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때로는 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마약, 알코올중독 등 나라면 결코 이야기하기 힘들었을 것들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없이 약해지는 자신을 드러내어 때론 도움을 간절히 구하고, 감사히 도움을 받고, 소중한 사람들의 곁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는 모습에서 나도 사는 순간순간 이렇게 애틋한 정을 나누며 살고 있는지 되묻게 되었다. 그녀가 지인들과 사랑과 정을 나누는 모습이 부럽고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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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5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존 테니엘 그림, 최인자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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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달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처음 만난 것은 몇 해 전이다. 어른이 된 후에는 누구나 동심을 동경하며 산다. 웬만한 백과사전 두께의 양장본 앨리스를 본 순간 그 안에 주석이 달리고 오리지널 삽화가 들어있다는 것에 홀려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친절하게도 누군가 소장하고 있던 그 책을 1주일동안 빌려주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책을 들춰보지도 못하고 돌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미루는 것은 정말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그 때는 앨리스를 ‘읽고 싶은 마음’보다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동화에 속하는 앨리스를 구입해서 읽었을 때 과연 어른이 된 내 마음에 쏙 들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책을 구입하지는 못했었다. 그 후로 몇 해가 지난 지금 나는 이 책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어릴 적에 조끼를 입고 까칠하게 생긴 토끼가 바쁘게 나무사이로 달음질치는 만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 때 본 앨리스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것은 현대판으로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주인공만 앨리스로 한 것이었나 보다. 이 책 안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 앨리스, 가발을 쓴 말벌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 가발을 쓴 말벌은 조금 생소한 것이었다. 주석이 있다고 해서 동화를 조금 더 상세히 알게 될까 기대를 하는 한편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했다. 주석의 내용은 주로 작가인 루이스 캐롤이 앨리스를 쓰면서 염두에 둔 작은 이야기들과 패러디 한 동시, 노래, 앨리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에 대한 묘사 등이 있고 앨리스 삽화 하나씩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포인트를 찍어주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서프라이즈’를 통해 알고 있듯이 실제 인물이었던 작은 소녀 앨리스를 향한 루이스 캐롤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지곤 한다. 앨리스뿐만 아니라 모델이 된 실제 인물들과 그들의 가족 후손들이 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할 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렜다. 그리고 주석을 통해 앨리스의 골수팬들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리스주의자’들은 이 책에 주석을 단 마틴 가드너에게 편지를 보내서 각자의 방식으로 구절을 해석하고, 자료를 보내주기도 했다.

 


 이렇게 예쁜 동화를 쓴 루이스 캐롤이 수학자였다는 것은 사실 좀 놀랍다. 그의 수학적 지식은 책 속 여러 곳에서 재미를 주는 요소로 빛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어린이들(특히 여자아이들)을 얼마나 아꼈는지도 알 수 있다.


루이스 캐롤이 리델(앨리스의 모델이 된 소녀의 성씨)가문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 생각나서 나도 혼자 읽기 서운해 집에 있는 강아지 인형을 옆에 앉혀두고 함께 읽었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영어 스펠링으로 만든 말장난이나 주석을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대신 아이들을 위한 앨리스 책이 많으니까^^) ‘어른이 읽는 동화‘라고 해서 따로 나오는 책들도 좋지만 이렇게 고전적인 동화를 주석을 통해 자세히 읽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50%의 할인 이벤트 중이어서 다가오는 어른이 된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도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한껏 들떠서 디즈니 1951년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준비해두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다시 어린이가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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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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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파밖에 안 나오는 우리집 TV... 늦은 시각 ‘위기의 주부들‘이라는 드라마를 TV에서 종종 보여주곤 했는데 매 에피소드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시즌별로 대충 처음부터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어서 즐겨보지는 못했다. 주변에서 다들 재미있다고 하고, 몇 에피소드 안 되지만 가끔 TV 앞에서 앉아서 보고 있으면 모르는 내용은 추측도 하면서 보는 순간만큼은 꽤 스릴(?)있게 봤던 것도 같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우선 온라인 서점 나들이 때마다 예쁜 표지 때문에 궁금했던 책이다. 나는 주로 인터넷으로 신간구경을 하는데, 오프라인 서점보다는 못하지만 몇 장 정도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해서 꼭 읽어본다. 책의 뒤표지를 보니 대상 독자가 주로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기의 주부’에 빗대어 놓았다던가 ‘마놀로블라닉(Sex and the city 의 여주인공이 홀랑 빠진 명품 구두 브랜드)도 스타벅스(된장녀...라고 하면 너무 부정적이고 칙릿이라고 하면 조금 긍정적이려나?)’를 들먹인 소개글이 그랬다. 둘 다 소설로 읽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야라서 망설이긴 했지만 미리보기로 읽어본 결과 그렇게 가벼운 내용이 아닌 것 같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영국의 런던 근교에 자리잡은 알링턴파크라는 가상의 마을에 사는 주부들이 주인공이다. 하루 동안 그녀들에게 일어나는 일상과 그녀들이 느끼는 감정, 그녀들 주변과의 조화, 관계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 소개에 나와 있듯이 그 묘사가 아주 탁월했다. 

 더 이상 젊다고 할 수 없을 30대 후반의 여자로서의 변해가는 자신과 아직도 젊은이 같고 ‘자기의 삶’을 온전히 사는 것처럼 보이는 남편, 정말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나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아이들... 주부 우울증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이미 우리 주변에서 주부들이 호소하는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쉬웠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여자가 더 피곤한 점은 여자에겐 아내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더라. 그 말을 듣고 아직 결혼도 안 한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매일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윗연배의 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는데, 그 때마다 예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여자로서의 애로사항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고민이 여자로 하여금 온전히 나 자신과 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가사일과 가족 뒷바라지, 집안대소사 챙기기, 아이 돌보기 등등 아줌마로서의 삶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이중, 삼중고를 겪게 되는 것도 같다. 지혜로운(?) 여자들은 집과 일, 가족과 나 사이에서 어느 정도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자신에게 오는 일부 비난도 쿨하게 받아들이지만 대부분은 ‘슈퍼맘’이나 ‘원더우먼’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남자들의 하루 또한 무척 고되다.)

 어쩌다보니 사회생활하는 기혼 여성의 예만 들었는데, 이 책 안에는 그냥 누구나 ‘주부’라면, 혹은 여자라면 겪었음직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다. 남자든 여자든 일단 결혼을 하면 자기만의 가정을 꾸리게 되고, 희로애락을 털어놓고 슬픔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가 아닐까 싶다. 믿고 사랑하는 만큼 실망도 크고... 원래 가까운 사람일수록 작은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쉬우니까...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도 ‘바깥일만 알고 집안일은 모르는 남편’과 ‘집안일만 알고 바깥일은 모르는 나’ 이렇게 두 사람 사이의 골이 벌어졌을 때 삐걱거림이 드러나곤 한다.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그냥 무시해버리기도 하고, 서로를 탓하기도 하고, 서로의 가족(남편의 부모형제와 아내의 부모형제)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마지막에는 굳이 왜 다투었는지, 뭐가 불만인지 조목조목 말하지 않아도 손을 꼭 잡거나 다정한 한마디, 눈빛에 서로 마음을 풀게 되는 것도 부부인 듯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외국사람들은 부부관계도 쿨할것 같고 이혼은 밥 먹듯이 하고 매일 섹시한 표정을 짓고 살 것도 같았는데 어느 나라나 TV에는 개그 빼곤 대체로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어디에서나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들이 느꼈을 헛헛함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이입을 해서인지 내 마음도 허해지곤 해서 결말에서는 시원하게 뻥! 뚫어줬으면 했었다. 사람 사는 게 영화처럼 극적인 해피앤딩일수는 없을 터. 오히려 이 책에서처럼 일상은 일상으로 남되 소소하게 느껴지는 작은 행복들을 누리면서, 서로를 보듬어주며 위로 아래로 곡선을 그리듯이 사는 것이 진짜 해피엔딩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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