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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 ㅣ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5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존 테니엘 그림, 최인자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주석달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처음 만난 것은 몇 해 전이다. 어른이 된 후에는 누구나 동심을 동경하며 산다. 웬만한 백과사전 두께의 양장본 앨리스를 본 순간 그 안에 주석이 달리고 오리지널 삽화가 들어있다는 것에 홀려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친절하게도 누군가 소장하고 있던 그 책을 1주일동안 빌려주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책을 들춰보지도 못하고 돌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미루는 것은 정말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그 때는 앨리스를 ‘읽고 싶은 마음’보다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동화에 속하는 앨리스를 구입해서 읽었을 때 과연 어른이 된 내 마음에 쏙 들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책을 구입하지는 못했었다. 그 후로 몇 해가 지난 지금 나는 이 책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어릴 적에 조끼를 입고 까칠하게 생긴 토끼가 바쁘게 나무사이로 달음질치는 만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 때 본 앨리스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것은 현대판으로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주인공만 앨리스로 한 것이었나 보다. 이 책 안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 앨리스, 가발을 쓴 말벌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 가발을 쓴 말벌은 조금 생소한 것이었다. 주석이 있다고 해서 동화를 조금 더 상세히 알게 될까 기대를 하는 한편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했다. 주석의 내용은 주로 작가인 루이스 캐롤이 앨리스를 쓰면서 염두에 둔 작은 이야기들과 패러디 한 동시, 노래, 앨리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에 대한 묘사 등이 있고 앨리스 삽화 하나씩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포인트를 찍어주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서프라이즈’를 통해 알고 있듯이 실제 인물이었던 작은 소녀 앨리스를 향한 루이스 캐롤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지곤 한다. 앨리스뿐만 아니라 모델이 된 실제 인물들과 그들의 가족 후손들이 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할 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렜다. 그리고 주석을 통해 앨리스의 골수팬들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리스주의자’들은 이 책에 주석을 단 마틴 가드너에게 편지를 보내서 각자의 방식으로 구절을 해석하고, 자료를 보내주기도 했다.
이렇게 예쁜 동화를 쓴 루이스 캐롤이 수학자였다는 것은 사실 좀 놀랍다. 그의 수학적 지식은 책 속 여러 곳에서 재미를 주는 요소로 빛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어린이들(특히 여자아이들)을 얼마나 아꼈는지도 알 수 있다.
루이스 캐롤이 리델(앨리스의 모델이 된 소녀의 성씨)가문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 생각나서 나도 혼자 읽기 서운해 집에 있는 강아지 인형을 옆에 앉혀두고 함께 읽었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영어 스펠링으로 만든 말장난이나 주석을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대신 아이들을 위한 앨리스 책이 많으니까^^) ‘어른이 읽는 동화‘라고 해서 따로 나오는 책들도 좋지만 이렇게 고전적인 동화를 주석을 통해 자세히 읽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50%의 할인 이벤트 중이어서 다가오는 어른이 된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도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한껏 들떠서 디즈니 1951년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준비해두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다시 어린이가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