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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 1 - 알찬 이론에서 행복한 감상까지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3년 3월
평점 :
합본절판
바로크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읽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전주의와 바로크]를 읽고 두 시대에 대해 숲을 보듯 익힌 후에 그 책에서 마음을 빼았긴 화가를 좀더 알기 위해 [렘브란트]를 읽었다. 미술사조, 화가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해소되자마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숲에서 나무를 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그림을 어떻게 읽어야할까.'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까무러치게 감동했던 것, 바티칸 여행 때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지루하기 짝에 없던 종교화 보기에 눈을 뜬것 모두가 [어떻게 그림을 해석하는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뻗어나온 미술 호기심 꼬리를 '그림 읽기'에 걸었다.
수많은 그림읽기 도서중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책이다.
이주헌의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는 시리즈 도서로 역사화, 초상화, 풍경화 등으로 나누어 그림 이야기를 해주고 있고 그림 읽기에 기초인 '미술사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도 함께 다루고 있어서 하나의 작품을 볼 때에 화가와 그의 생애, 당시의 사회적 상황, 미술 사조에 얽힌 이야기, 작품 자체를 해석하는 방법, 상징물, 모델 소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책의 맨 앞에 저자가 강조한대로 이 책에서는 '그림을 감상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즐겁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책의 마지막 쯤에 동양화와 서양화의 비교를 해 놓은 것이었다. 사람의 나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추면 좋은것'이었음에도 서양에서는 누드화가 일찍부터 발달한 이유가 무엇인지, 서양화에서는 '빛'을 이용한 작품이 많았지만 동양화에서는 빛 보다는 선을 중요시했던 배경은 무엇인지, 동서양의 초상화에서 구도가 다른 것은 왜 그런지 등을 상세히 밝혀주고 있었다. 또한 모델 소개 편에서는 서양의 모델은 주로 여성이 많았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주가되어 그려지는 모델이 종이 되는 구조로 화가는 주로 남자이고 모델은 주로 여성이었던 것이 특징적이다. 초창기에는 이것이 주종관계와 비슷했는데 점점 여성 모델은 화가의 뮤즈가 되기도 했다. 작품에서도 남성 모델은 위엄있고 완벽한 존재로 나체를 뽐내듯 그려지나 여성 모델은 거세된 남성으로서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완전 나체가 아닌 천으로 가린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여성 모델은 남성으로 하여금 소유하고 싶도록 만드는 요염하고 부드러운 자세를 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히 선과 색으로 인해 눈이 즐거운 것 뿐만 아니라 그림에 담긴 화가의 에피소드와 시대적 배경 등 여러가지를 알수 있는 매체가 된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왜 그림이 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매기고 있는지도 알수 있었다.
특히 종교화에 담긴 '상징'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몇해전 바티칸에서 가이드 아저씨에게 들은 설명을 기억하게 해서 기뻤다. 이러한 단순한 상징도 종교화라면 기독교적인 배경, 또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시대 배경 등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수 없는 그림이 되어 감상은 커녕 재미없는 그림이 되기 일쑤일것이다.
그림은 실제로 보아야 제 맛이라고 여겼는데 몇 권의 미술관련 책을 읽고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책으로 인쇄된 그림을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으로 먼저 만나는 그림은 미팅에 나가기 전에 사진을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한 후에 약속장소로 나가서 이것 저것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달까. 이렇게 만난 그림은 후에 실제로 보게 될 때 감동이 몇배 더해질 것이 틀림없다.
수험 준비를 하다보면 꼭 필요한 것이 참고서이다. 수많은 지식들을 단기간에 섭렵하는 것은 참고서의 도움이 크다. 미술작품을 보는 방법을 익히고자 이 책을 고른건 참 잘한 일이다. 이후에는 좀 더 세부적으로 그림 읽는 방법을 알기 위해 이 책의 제②편과 진중권, 조이한의 [천천히 그림 읽기]를 읽을 생각이다. 별다른 고생 없이 이렇게 차근히 혼자서 그림 공부를 할수 있다는 것이 신이나고 자신감도 생겼다. 더욱 즐거운 것은 내가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던 화가의 작품에 대해 애정이 생겨나곤 하는 것이다. 다비드(정치적으로 어쨌건간에 그림만으로)와 렘브란트가 바로 그들인데 렘브란트를 소개한 책을 읽었으니 다음엔 다비드에 관한 책도 골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