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 무한한 창조의 샘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5
프란체스코 갈루치 지음, 김소라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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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서울에서 피카소 전시회가 있었다. 그때를 기준해서 그 이전에는 수입전시가 간혹 열리는 정도였고, 그것도 아주 잠깐동안 전시하던 것이었는데 그때부터 한국에서 전시회나 공연 문화가 일반 대중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장을 찾았고, 전시일정도 주로 아이들의 방학에 맞춰서 열리곤 했기에 주말이면 가족단위로 입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지금처럼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었기에 나는 공연이나 전시관람 전에는 관련 자료를 찾아서 미리 예습을 하고 외출하곤 했다. 뮤지컬을 볼 때에도 원어로 하는 대사를 알아듣기 어렵고, 장기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일생에 몇 번 볼지 모르는 공연은 공을 들여 봐야한다는 생각이었다. ost를 미리 구해서 몇 번이고 귀에 익도록 듣고 대본을 구해서 원어와 한글 번역본을 번갈아보며 보곤했다. 그렇게 하면 공연장에 가서도 자막을 보느라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아도 되었다. 미술전시도 마찬가지여서 [피카소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 최소한 피카소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가야할 듯했고, 구경하러 갈 날짜가 촉박했기에 얇은 책을 골라서 읽기로 했었다. 그것이 시공사에서 나온 [피카소-성스러운 어릿광대]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대로 시공사 디스커버리 총서는 작지만 충실한 내용이 담겨있어서 읽을만 하다. 그 책을 하룻밤에 읽기엔 무리여서 절반도 읽지 못하고 전시를 보았지만 앞부분의 '청색시대'에 대한 내용이 얼마나 알찼던지 전시된 그림을 즐기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잠시 식었던 그림 감상에 대한 열정이 요사이 다시 고개를 들던 참에 몇 권의 미술도서를 읽었는데,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오는 미술관련 시리즈 중 [피카소] 출간 소식을 듣고 반갑게 책을 읽기로 했다.
 

 마로니에북스의 책을 받아보니 정성스럽게 꾸민 표지와 속지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 [색연필화 쉽게하기]를 읽은 탓으로 이번에는 이 책을 앞에 두고 연습장에 표지를 그려보기로 했다. 표지 그림은 피카소의 [꿈]이다. 꿈을 꾸느라 몽롱해있는 여인의 표정과 노란 머릿결도 황홀하지만 벨벳을 씌운듯한 빨간 쇼파와 함께 여인의 뒤에 그려진 초록과 짙은 붉은 색의 벽지(?)가 눈에 띄었다. 종이 위해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열심히 칠을 해보니 비슷해 보이기는 했지만 배경의 벽지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었다. 유화나 수채화 물감이 있었다면... 하고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작품을 따라그려보면 눈으로 훑었을 때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까지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피카소 하면 살아 생전부터 유명화가가 된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그의 손녀인지 하는 사람이 쓴 책에는 피카소에 대한 가족으로서의 원망(?)도 담겨있다고 들었다. 화가로서는 성공했지만 분명 그에게도 어두웠던 삶의 이면이 있었을터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기이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평범한 그림은 그리지 않았던 것인지도 궁금했고 지난번 전시회 관람 때 미쳐 보지 못했던 작품에 대한 감상도 기대를 했다.

 

 초보 구경꾼에게는 그다운 길잡이가 필요하다. 초보에게 다짜고짜 어려운 미술이야기를 들이대면 약 먹은 토끼마냥 해롱거리고 말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나에게 독한 약이었다. 피카소와 그의 주변인들에 대한 미술학파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고, 펼쳐보면 수없이 나오는 그림들에 대한 설명은 많지 않다. 다만 어떤 시대에 그린 그림이고 어떤 이해관계가 얽힌 그림이라는 것만 짧게 나와있을 뿐이다. 책을 읽다가 나오는 그림들 중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어디가 어느 부분인지 감을 잡을수 없는 것들이 많았지만 지은이는 가혹하게도 하실 말씀만 쭉 하고 계시다. 지난번 전시회를 보러 가기 전 읽은 시공사의 책 내용과 전시회에서 들은 그림 설명 중에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이며, 초반부에 피카소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만이 익숙할 뿐이었다. 그만큼 이 책은 초보자가 읽기에 생소한 학문적인 이야기를 주로 써놓지 않았나 싶고, 그렇기에 지루함이 컸다. (피카소가 어머니의 성이었다는 것은 신선했다.) 게르니카는 왜 맨날 우는 여인으로 그려졌는지, 다른 여인은 왜 맨날 예쁜 얼굴로 그려졌는지에 대해서도 별로 언급이 없다. 화가는 작품으로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 독자가 읽을만한 피카소의 책이라면 좀 더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작품관련 내용이 많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품었던 의문들 중 절반도 풀지 못했다. 그래서 내심 시공사의 동명의 책과 비교할수밖에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시공사의 책을 꺼내 펼쳐보니 역시나 그림 옆에 단 몇 줄이나마 설명을 곁들여서 그림 감상을 쉽게 하고 있다.

 

 피카소가 정치인인지 화가인지 헷갈릴 정도로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그림은 그림대로, 글은 글대로 읽을수밖에 없었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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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달리기
니꼴라 레 지음, 이선영 옮김 / 지향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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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늘 주인공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하는 말과 행동, 그밖에 겨우 적절한 배경음악정도... 영화 속 내레이션에 귀를 기울여본적이 있는가. 다큐멘터리의 성우가 낮게 뱉어내는 건조한 내레이션과는 분명 다른 그것. [서른 살의 달리기]는 어느 인디영화의 내레이션 같은 소설이다. 프랑스 소설은 늘 그랬다. 활자로 읽는 영화랄까. 그래서 읽고 나면 아무리 유머러스한 소설일지라도 가슴 한 구석에 한 같은것을 꾹꾹 눌러담는 기분이 들곤 한다. 내가 유럽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분위기가 한국 소설과 닮았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일본소설이 가지는 지나친 밝음과 상반되는 어두움을 두 곳의 소설은 지니고 있다고 느꼈다. 유럽 소설의 어두움에 반해 한동안 유럽 소설만 읽은 때도 있었는데 그에 비해 한국 소설은 어둡다는 이유로 기피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소설 속 어두움은 젖은 건물벽에서 나는 곰팡내와 닮았다. 새 집에서 내뿜는 콘크리트 냄새를 좋아하던 나에게는 '물 말아 먹는 밥' 처럼 기막히게 영혼을 적시는 양식이 아니겠는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30대 여성의 파란만장한 모습을 다룬 것이라면 이 책은 30대 남성들의 이야기이다. 고난한 삶에 절어서 거지꼴로 애창곡을 열창하던 브리짓 존스가 주었던 코믹함에 비해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노총각의 발냄새 만큼 보기 딱하다. 단순 바람이 난 남자부터 자기 딸 또래와 사랑에 빠진 남자, 먼저 바람이 나서 가출해놓고 부인에게 남자가 생기자 돌아버린 남자, 11살의 소녀를 응큼한 눈으로 보는 베이비 시터 등등.. 브리짓 존스는 노처녀 딱지를 떼느라 바빴는데 여기 이 남자들은 욕구 충족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날씬해지고 싶은 여자들에게 의사가 되어주는 '단식원' 처럼 이들에게는 '신개념 정신병동'이 의사가 되어준다. 여기서 만난 다섯 남자들은 연애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금지, 휴대폰 받는 것도 금지, 연애 편지나 애정 소설 읽는 것도 금지다. 병원을 나온 프랑크의 아들(바람나서 낳은 아들)이 30대가 되어 다시 부인 외에 애인을 둔도 흥미롭다. 

 

 서른 살의 남자와 서른 살의 여자는 다른걸까? 서른 살의 어떤 여자는 살쪄서 매력을 잃었고, 서른 살의 어떤 남자는 바람을 피느라 여념이 없다. 서른 살이 되지도, 30대의 남자와 친하지도 않아서 잘 모르겠다. 20대 후반부터 결혼을 하기 시작해서 곧 부부에게는 위기가 닥친다고 한다. 모 포털 사이트에 가보면 메인 화면에 '불륜' 혹은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으로 고민하는 글이 걸려있다. 이미 다 자란 성인도 피해갈 수 없는 불치병이야말로 '애정결핍증'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

 

 내가 읽은 이 책의 주제는 이것이다.
 [30대 남자는 외로워서 미친다.]

 

 독특한 문체의 소설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분위기는 프랑스 소설들이 주었던 것과 다름 없었지만 작가가 가지는 문체를 적절히 번역하는데 무리가 있던 것인지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서 아쉽다. 그리고 '칙릿 소설' 의 변이종을 보는 듯한 가벼움에 실망했다. 프랑스산 포장지로 잘 싸여진 [부부클리닉]을 보는듯도 했다. 남자나 여자나 영원히 젊고자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것 같다.

 

 

 

 

이혼의 상처를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이 멀리 공원으로부터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실은 그들을 경멸하고 있다. 솔짓히 말해, 이혼한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겠는가? 사랑했던 여자에 대항해 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남자에게 말이다. 우리는 홀아비도 경멸한다. 솔직히, 자기 아내보다도 더 오래 살다니. - 163

 

"당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겠어요?"
"생강 과자를 먹곤 했어요. 어렸을 때, 모두가 그러듯이."
"모든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 생강 과자를 먹지는 않습니다. 프랑크."
"어렸을 때, 지겨웠어요, 의사 선생님. 모든 아이들처럼."
"모든 아이들이 지겨워하지는 않아요, 프랑크." -  167

 

"전에는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살겠다고 분명하게 계획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끝났어요. 지금은 일이 제대로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운 생각뿐이에요."
"나도 조금은 두렵다."
"......"
"하지만 그리 큰일은 아니란다." -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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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3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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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 1 - 알찬 이론에서 행복한 감상까지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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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크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읽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전주의와 바로크]를 읽고 두 시대에 대해 숲을 보듯 익힌 후에 그 책에서 마음을 빼았긴 화가를 좀더 알기 위해 [렘브란트]를 읽었다. 미술사조, 화가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해소되자마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숲에서 나무를 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그림을 어떻게 읽어야할까.'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까무러치게 감동했던 것, 바티칸 여행 때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지루하기 짝에 없던 종교화 보기에 눈을 뜬것 모두가 [어떻게 그림을 해석하는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뻗어나온 미술 호기심 꼬리를 '그림 읽기'에 걸었다.

 

 수많은 그림읽기 도서중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책이다.

이주헌의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는 시리즈 도서로 역사화, 초상화, 풍경화 등으로 나누어 그림 이야기를 해주고 있고 그림 읽기에 기초인 '미술사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도 함께 다루고 있어서 하나의 작품을 볼 때에 화가와 그의 생애, 당시의 사회적 상황, 미술 사조에 얽힌 이야기, 작품 자체를 해석하는 방법, 상징물, 모델 소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책의 맨 앞에 저자가 강조한대로 이 책에서는 '그림을 감상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즐겁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책의 마지막 쯤에 동양화와 서양화의 비교를 해 놓은 것이었다. 사람의 나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추면 좋은것'이었음에도 서양에서는 누드화가 일찍부터 발달한 이유가 무엇인지, 서양화에서는 '빛'을 이용한 작품이 많았지만 동양화에서는 빛 보다는 선을 중요시했던 배경은 무엇인지, 동서양의 초상화에서 구도가 다른 것은 왜 그런지 등을 상세히 밝혀주고 있었다. 또한 모델 소개 편에서는 서양의 모델은 주로 여성이 많았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주가되어 그려지는 모델이 종이 되는 구조로 화가는 주로 남자이고 모델은 주로 여성이었던 것이 특징적이다. 초창기에는 이것이 주종관계와 비슷했는데 점점 여성 모델은 화가의 뮤즈가 되기도 했다. 작품에서도 남성 모델은 위엄있고 완벽한 존재로 나체를 뽐내듯 그려지나 여성 모델은 거세된 남성으로서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완전 나체가 아닌 천으로 가린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여성 모델은 남성으로 하여금 소유하고 싶도록 만드는 요염하고 부드러운 자세를 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히 선과 색으로 인해 눈이 즐거운 것 뿐만 아니라 그림에 담긴 화가의 에피소드와 시대적 배경 등 여러가지를 알수 있는 매체가 된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왜 그림이 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매기고 있는지도 알수 있었다.

 

 특히 종교화에 담긴 '상징'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몇해전 바티칸에서 가이드 아저씨에게 들은 설명을 기억하게 해서 기뻤다. 이러한 단순한 상징도 종교화라면 기독교적인 배경, 또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시대 배경 등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수 없는 그림이 되어 감상은 커녕 재미없는 그림이 되기 일쑤일것이다.  

 

 그림은 실제로 보아야 제 맛이라고 여겼는데 몇 권의 미술관련 책을 읽고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책으로 인쇄된 그림을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으로 먼저 만나는 그림은 미팅에 나가기 전에 사진을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한 후에 약속장소로 나가서 이것 저것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달까. 이렇게 만난 그림은 후에 실제로 보게 될 때 감동이 몇배 더해질 것이 틀림없다.

 

 수험 준비를 하다보면 꼭 필요한 것이 참고서이다. 수많은 지식들을 단기간에 섭렵하는 것은 참고서의 도움이 크다. 미술작품을 보는 방법을 익히고자 이 책을 고른건 참 잘한 일이다. 이후에는 좀 더 세부적으로 그림 읽는 방법을 알기 위해 이 책의 제②편과 진중권, 조이한의 [천천히 그림 읽기]를 읽을 생각이다. 별다른 고생 없이 이렇게 차근히 혼자서 그림 공부를 할수 있다는 것이 신이나고 자신감도 생겼다. 더욱 즐거운 것은 내가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던 화가의 작품에 대해 애정이 생겨나곤 하는 것이다. 다비드(정치적으로 어쨌건간에 그림만으로)와 렘브란트가 바로 그들인데 렘브란트를 소개한 책을 읽었으니 다음엔 다비드에 관한 책도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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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화 쉽게 하기 - 일반 색연필 기법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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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원 선생님의 미술책을 만난것은 어릴적 만화책에 빠져있을 때였다. 지금은 사장되다시피 하는 월간만화잡지가 무수히도 생겨나던 그시절에 친구들이랑 우리도 만화를 그려보자 하면서 우리끼리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었다. 동네에 작은 서점에 가서 '그리기 시리즈'를 모두 사서 따라 그리곤 했다. 동물그리기, 캐릭터 그리기, 사물 그리기 등등.. 펜촉이랑 잉크까지 사서 연습할정도로 열심이었는데 결국 그리는 기술도 그렇지만 '스토리'가 중요한 만화는 역부족임을 깨닫고 그만두었었다. 어릴때 쓴 일기장부터 모두 보관해온 우리 아빠는 내가 읽었던 유치한 그림동화까지 버리지 않고 책장에 꽂아두신다. 오랜만에 김충원 선생님의 책을 마주하니 당시 읽었던 그리기 시리즈가 생각나서 팔락팔락 들춰보았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고, 미술학원을 다니지 않은 어린이가 그릴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그림그리기 책을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김충원'하면 귀엽고 단순한 그림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얼마전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가 나왔을 때 저자의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어, 이 사람이 이런 그림도 그리네'하고 놀랐던 것이다. 

 

 나는 학교 수업을 제외하고 그림을 배운적이 없다. 그래서 구도니 스케치니 하는 것은 아예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 그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아서 가끔 연필을 들고 우스꽝스러운 작품을 탄생시키곤 하는데 그나마도 연습장에 끄적거리다가 버리곤했다. 몇달전에 동생이 팜플릿을 만든다고 쓰다버려둔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발견하고 베란다 앞에서 베고니아를 그렸었다.



다시금 옛날의 열정이 되살아나면서 어린왕자의 '모자'같은 그림일지라도 꾸준히 그려보자, 버리지 말고 한번 모아보자 하고는 며칠뒤에 문구점에 가서 연습장 반만한 크기의 스케치북을 사왔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 혹은 지나가다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은 소망이 있기에 그날은 아빠를 앉혀두고 얼굴을 그렸는데 이건 초상화가 아니라 '몽타주' 수준이었다. (몽타주 그리는 걸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 너무나 어설픈 그림을 보고 나 스스로 '스케치'의 기본이 안되어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색을 입히는 것보다 연필만으로 그리는 것이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연필 드로잉부터 연습하는 것이 바른길이겠지만 마음이 급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색연필화 쉽게 하기가 나왔다. 마침 파버카스텔 색연필까지 같이 와서 연습하기도 좋았다. 책은 생각보다 얇은편이었고 뒤에 끼워있는 연습장 페이지를 빼면 80페이지가 안된다. 하지만 김충원 선생님 특유의 차분한 설명과 체계적인 강의를 보면 색연필화 연습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어느새 색연필은 문제집 밑줄긋는 용도로 머릿속에 박혀있었는데 색연필 몇자루로 이런 그림들을 그린다는 것이 멋지고 부러웠다. 나는 선 긋기, 명암 넣기, 형태잡기 등 기본적인 것이 부족한 초보자라서 한번에 김충원 선생님처럼 그림을 그릴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스케치 쉽게하기 시리즈라서 아쉽게도 이 책 안에는 기초 스케치 방법에 대한 내용은 없다. 윤곽 잡기, 곧은 선 긋기, 구도잡기, 명암 넣기 같은 것은 '기초 드로잉'편을 참고해야할 것 같다.

 

 어제 밤에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있는 아줌마 얼굴도 따라그려보았는데 어설프기 짝에없다. 초보자라서 색연필을 쓰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난번 사둔 스케치북을 꺼내서 귤 하나를 놓고 그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점찍기 기법으로 그리려고 노렸했는데 생각보다 손에 힘조절하는 것도 어렵고 점을 일정하게 그리거나 점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때는 앞에 보이는 것을 찾아내어 순차적으로 점점 뒤로 시선을 옮기면서 그려야하고, 빛이 드는 쪽이 어디인가 관찰하고 대상이 띄고 있는 색이 짙고 흐리고 밝고 빛나는 부분을 미리 눈으로 본 후에 그려야한다. 나는 여지껏 무턱대고 떡주무르듯 그림을 그렸던것 같다. 슥삭슥삭 그리고 나서 귤은 뱃속으로 들어갔지만 종이 위에는 여전히 귤 하나가 남아있었다.

 

 초상화와 풍경화를 그리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다. 지난번 여행에서 여행자들이 스케치북과 연필, 지우개만 들고 어디서든 풍경을 그려내는 것을 보고 굉장히 감동했다. 지금은 여건상 마음껏 그리기 연습을 할수 없지만 틈나는대로 연습해서 어느정도 실력이 늘면 스케치북을 카메라 삼아 항상 들고다니며 그려보고 싶다. 그렇게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종이 위에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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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력을 잘 갈고 닦아서 멋진 작품 많이 만드세요.^^ 스케치북에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다는 생각 정말 특별하네요. 여행에서의 멋진 추억과 멋진 사람들이 스케치북안에서 살아 숨쉰다는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설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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