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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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사건> - 마크 트웨인, 필립 스테드, 에린 스테드

 

"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남긴 단 한 편의 동화 그림책의 노벨상 칼데콧 수상 작가들이 완성하다"

책 띠지에 쓰인 이 문구 하나로 펼쳐들게 만듭니다.

 

책은 마크 트웨인의 남긴 미완의 이야기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을 훗날 필립 스테드와 에린 스테드에 의해서 동화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무려 100년이나 잠들었던 동화라는데. 저에게는 무려 140년 만에 읽게 되는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의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책으로 읽지 못했어도 이름만큼은 기억하고 있고, 또 어릴 때 동화나, 만화로 많이 접했을 거예요.

 

책이 별로 없었던 어린 날에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엄청 유명한 사람이 에를 들어 곰돌이 푸를 쓴 작가나 꺼벙이를 작가가 옆집에 사는 사람이어서

매일 밥을 먹고 나면 나만 몰래 다른 아이들 보다 더 빨리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혹시 만화에 빠진 부분을 나만 알려주는 그런 생각.

 

마크 트웨인과 함께 매일 밤을 보냈던 그의 딸 클라라는 제가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었을 거예요.

엄청 유명한 소설가가 자신만을 위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라니 설레지 않을 수 없죠.

아마 매일 밤을 기다렸을 것 같아요. 어떤 자료를 주어도 뚝딱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심지어는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처럼 시리즈까지 있으니까.

 

당시 이보다 훌륭했던 놀이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과 필립 스테드가 서로 주고받는 상황으로 쓰였습니다.

둘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죠. 마크 트웨인이 남긴 메모에 필립 스테드의 상상력이 더해졌죠.

기본 뼈대는 그대로 두고 완결되지 못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훼손하지 않고 진자 마크 트웨인이었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대화한다는 형식이 소설이라면 꼭 필요한 개연성을 부여했죠.

 

정말 놀라운 동화에요.

개연성 없는 그 자체를 개연성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생각할 것을 잔뜩 심어 두었죠.

그래서 동화지만 무척 난해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어요.

아니 저는 진짜 힘들게 읽었는데, 어린 조카와 함께 읽었더니 어려웠던 만은 부분들이 저절로 채워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은 정말 놀라운 경험을 하게 했어요

상상력이 나름 풍부하다 생각했는데, 어린아이가 보는 직관과 순수함에서 오는 상상력에는 비할 수 없었습니다.

왜?라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을 때는 정말 뭐라고 말로 설명해야 될지 모르는 그런 감정이 들었죠. 아!! 그렇구나 어린아이의 시선은 그렇구나 하는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필립 스테드의 힘은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에게 무언가 막 설명하려 하지 않고 함께 읽어가며 느끼게 만드는 것.

 

어쩌면 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했던 그 시간을 공유해준 것 같았습니다.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 이야기의 완성은 '독자'라는 말을 진심으로 체득할 수 있어요.

 

무더워지는 여름밤.

퇴근하고 맥주 한 잔의 힐링도 좋지만.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길 추천합니다.

 

#올레오마가린왕자도난사건 #마크트웨인 #동화 #이야기 #오래된 #딸과함께 #만드는

#아르테 #필립스테드 #에린스테드 #시간 #고전 #독서 #불타는금요일 #불금 #금요일밤 #책 #리뷰 #감상 #메모 #흔적 #감탄 #놀라움 #상상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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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모방 다이어트 - 몸을 착각하게 하는 건강한 식사법
발터 롱고 지음, 신유희 옮김, 정양수 감수 / 지식너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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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모방 다이어트> - 발터 롱고

"몸을 착각하게 하는 건강한 식사법"

 

발터 롱고 Valter Longo

발터 롱고 교수는 생화학자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장수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그의 연구소는 인간의 노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있어 독보적인 기관으로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그의 연구 업적을 높이 사 현재 인간 수명 연구의 가장 혁신적인 과학자로 꼽히고 있다.

2010년에는 국립노화연구소NIA/NIH에서 나단 쇼크 어워드Nathan Shock Lecture Award를, 2013년에는 미국노화연구연맹AFAR에서 수여하는 빈센트 크리스토팔로Vincent Cristofalo의 '라이징 스타' 어워드Rising Srar Award를 수항하였다. <타임>지에서 두 차례나 그의 연구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었고, <뉴욕 타임스>, <르 몽드>등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심층 취재하였다.

책을 읽기 전 발터 롱고 교수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그를 알지 못하고 책을 읽으면 의아하게 느껴지죠. 다이어트 책인데 뭔가 이상한 내용인데 하면서요. 그래서 저도 책을 읽다 말고 다시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읽었습니다.

교수의 연구는 다이어트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장수와 노화를 다루고 있죠. 그의 연구가 다루고 있는 것의 부산물쯤 되는 것이 '다이어트'입니다.

 

책의 목적은 '장수'와 '건강'이에요.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 부산물로 따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다이어트 효과입니다.

책은 다른 다이어트 책들처럼 어떤 운동을 어떤 방법으로 하라. 식단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말로 다이어트를 설득하지 않습니다.

 

시작은 저자가 어떻게 해서 장수와 노화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고,

어떤 연구를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담았어요. 식사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로부터 무엇을 연구했고,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 결과를 토대로 어떻게 하면 단식 모방을 하며, 다이어트를 할 수 있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지, 또 저자가 말하는 식단은 질병과 어떤 관계가 있고,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파트별로 나눠 연구 자료를 토대로 쓰였기에 책을 읽고 나면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죠.

 

 

책에서 노화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이 극복해야 되는 많은 것들이 '노화'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라면

'노화'그 자체에 집중해서 미룰 수 없을까? 사람마다 건강과 신체 나이가 다르고 장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식 모방 다이어트는 질문에 답을 찾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입니다.

 

저자가 단식에 집중하게 된 이유도 설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생활하는 습관은 물과 200년 정도 일 거예요.

아니 현대인처럼 식습관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00년도 안되는 더 짧은 시간일 수 있죠.

인류가 수 만년 동안 생존하면서 보편적으로 가졌던 식습관과는 무척 다릅니다.

생존하며 누적된 모든 것은 우리 유전자에 담겨 있죠.

그 옛날 지금처럼 매일 육식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었을 거예요.

인류는 오랜 시간 열매와 채소, 야채를 먹는 것에 익숙합니다.

또 때로는 굶기도 하죠.

'며칠 굶는다고 죽지 않다'라는 말도 있을 만큼

우리에게도 '단식'은 무척 익숙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단식을 모방'하죠.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지만 마치 단식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거예요.

 

또 하나 집중한 것은 질병 없이 오랫동안 사는 거예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죠.

어떤 습관을 가지고 어떤 음식을 먹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죠.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면서 말합니다.

8가지의 원칙이 중요하다고.

가만 보면 시중에서 다이어트에 필수라고 말하는 부분들과 겹치는 것도 있어요.

들어보면 전부다 맞는 말이고 원론적인 말처럼 느껴지죠.

 

저도 읽다 보니 남들 하는 말 또 하나 싶었는데.

차근히 책을 읽어가면서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자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장 친숙한 식단의 원칙을 세운 것이었어요.

누구나 쉽게 일상생활에서 따라 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죠.

 

먹는 것과 함께 중요한 한 가지.

바로 '운동'입니다. 운동이 빠질 수는 없죠.

그런데 다른 다이어트 책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요.

어떤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이런 말이 없습니다.

운동 프로그램도 없죠. 그냥 일상생활에서 걸어다는 것을 조금 더 많이 하고.

일주일에 겨우 2.5~5시간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는 것. 가끔 강도를 높여 운동하는 것.

그게 전부랍니다. 그 이상은 그냥 선택일 뿐이에요.

 

와우!! 운동에 부담 가질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냥 평소에 하던 것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된다니!!!

 

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단식을 하는 방법도 담겨 있는데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그냥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는 거예요.

주기적으로 단식을 하고 단식의 규칙만 지켜준다면, 단 식후에 폭식하지 않는다면.

그냥 먹고 싶은 음식 마음대로 먹는 것이죠. 건강해지고, 살이 빠진다는데. 한 달에 겨우 일주일.

아니 세 달에 겨우 일주일 못 참을 이유가 없잖아요.

 

몇 년 동안 정말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다이어트'

이 책을 읽고 나서 모든 부담이 사라졌습니다.

책에 실린 식단을 그대로 따라 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서양식으로 밥상을 차리는 것보다 우리 식 밥상이 더 좋거든요.

국이나 찌개, 쌀밥과 각종 찬류. 식단을 참조해서 저는 저에게 맞는 식단을 따로 연구해 봐야겠습니다. 진짜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면서요.

#다이어트 #단식 #단식모방 #단식모방다이어트 #발터롱고 #여름 #계절 #필수 #식단 #건강 #장수 #노화 #비밀 #습관 #원칙 #연구 #과학적방법 #과학 #설득 #책 #독서 #리뷰 #지식너머 #다독다독 #서평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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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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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섹스와 거짓말> - 레일라 슬리마니

 

"이제는 세상 모두가 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의 영원한 주제는 여성이다."

 

리뷰

이 책을 쓴 저자는 소설 '그녀 아델'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입니다.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고 소설로 착각했죠.

책은 레일라 슬리마니가 만난 여성들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소설적 상상력이 있는 가상의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죠.

 

우리에게 참 낯설고 단편적인 정보만 있는 국가 '모로코'에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죠.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요.

완독한지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여전히 이 책을 어떻게 기록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가.

답답하게만 느껴지지 않거든요. 어쩌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성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하는 사회문화로 만들어가는 일이요.

 

모로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사회적 시스템이 저지르는 폭력을 가늠해봤어요.

거대한 시스템 구조에서 '개인'이란 얼마나 초라한 객체가 되는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약한 먼지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에 비하면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요.

전통이라 고수하는 문화들의 폭력성과 억압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아지기 시작했죠.

 

우리나라에서는 '미투'운동이 일어났었지만, 한때의 이슈로 저물었습니다.

미투 운동이 '혐오'의 프레임에 성대결로 갈라서게 했거든요.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남녀를 바꾸자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동안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받은 부당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죠.

같은 사람이다. 사람으로 존중해달라는 이야기에요. 사람 대 사람으로 함께 살아가자는 이야기죠.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지 잘잘못을 따져가자는 것이 아니에요.

 

변화를 위해서는 지금 겪는 현실을 똑바로 직시할 필요가 있고,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고 괴로운 일입니다.

'난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가만 들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화적으로 배워왔던 습관에 의해

행동하는 경우들도 많거든요.

 

그렇기에 여성의 이야기는 남성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섹스와 거짓말"이 강렬한 제목에 남성과 여성이 받아들이는 생각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또한 한때는 모로코 보다 더 '보수'라는 이름으로 강제해왔기도 하니까요.

'인권'이라는 말 앞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해요. 그래야 모든 사람이 권리를 말할 수 있죠.

 

아무래도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책은 단순하게 '섹스'와 '욕망'을 담아낸 것이 아니어서, 머릿속에서는 여러 곳에 걸쳐 다양하고 많은 생각들이 충돌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서로 오해하는 부분들을 채워서 지워가다 보면 미래는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독서 #책 #섹스와거짓말 #레일라슬리마니 #욕망 #금기 #문화 #섹스 #거짓말 #아르테 #글 #리뷰 #서평 #여성 #성 #목소리 #인터뷰 #기록 #증언 #사회 #시스템 #모로코

 

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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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사는 비 갠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기도한다 - 하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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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의사는 비 갠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기도한다. 하> - 니노미야 아츠토

하 권에서는 어떤 여인의 죽음이 중심 이야기로 상권과 이어집니다.

말기 암과 싸우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죠.

그 의지 때문일까. 그녀의 죽음으로 각기 다른 세 명의 의사가 탄생합니다.

두 사람은 당연히 책의 주인공

후쿠하라 마사카즈와 키리코 슈지입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그 외 다른 것에서는 서로 양극단에 서있는 의사입니다.

하권에서는 두 주인공의 숨은 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두 의사가 서로 상반된 신념을 가지게 되었는지 충분히 설득합니다.

세상에서 거부당하는 병이라니, 어린 나이에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망적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알레르기반응, 심각하면 죽을 수 있다는 공포. 그 무엇도 함부로 할 수 없고, 알레르기가 없던 것에 갑작스럽게 반응이 올 수 있는 공포에 시달리죠. 끔찍함에 포기하려 했는데 '에리'라는 여인의 이해할 수 없는 투쟁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고민의 끝에 '희망'이라는 기대를 걸고 '내기'를 하죠.

완치가 아닌 '지지 않는다.'라는 내기. 그렇게 키리코 슈지는 '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의사가 됩니다.

후쿠하라 마사카즈 역시 '에리'의 죽음에 충격을 받습니다.

놀이공원에 가자는 약속은 지켰는데. 그 결말은 견딜 수 없는 충격이 되죠.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반응입니다.

'에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사람은 또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거대한 종합병원의 원장이죠. 후쿠하라 마사카즈의 아빠입니다.

'어떤 의사의 죽음'에서는 '에리'가 암에 걸리고 '후쿠하라 마사카즈'를 선택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와요.

가장 간단하고 재발 위험이 적은 방법 대신에, 어렵지만 미래를 '희망'할 수 있는 선택을 하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짐작은 되지만 충분히 이겨낼 거라 믿는 마음.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의사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차마 멋대로 하지 못하고, 선택을 존중하지만, 결국 찾아온 죽음이라는 이별에 그 마음도 편치 않을 텐데.

어린 아들은 찢어진 그 가슴을 후벼팝니다.

소설은 두 의사가 주인공이지만 일반적인 의학 드라마와는 다르게 '감정'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치열한 의사의 삶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의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의국에서 일어나는 사건고, 그 안에서도 권력을 위해 정치를 하는 모습도 없죠.

현대의학으로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질병.

에이즈, 암, 치매, 원인불명의 알레르기반응.

병에 걸린 환자. 가족, 담당 의사.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간호사.

각각의 위치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그 생각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 선택의 결과와 결과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들의 말에 독자의 감정을 이리저리 흔들리다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나'를 생각하게 되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저들처럼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도 결국에는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움이 찾아듭니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표지를 보는 순간 이 드라마는 이제서야 시작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에 찾아온 시작!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모르겠어요.

분명히 소설을 전부 읽고 나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될 거예요.

명확하게 딱 정리하고 싶지만 제 능력 부적으로 소설을 읽어보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책을 읽으면서 가족을 생각하게 되고,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지도 모르는 현실을 상상하게 됩니다.

어쩌면 저도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볼 수 있고, 어쩌면 제가 에이즈나 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가정과 상상 때문에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오면 '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진지하게 고민해보니 '건강'이라는 답을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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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사는 비 갠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기도한다 - 상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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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의사는 비 갠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기도한다> 상 - 니노미야 아츠토

꽃잎이 피고 지는 계절 봄.

일요일 늦은 오후 두 명의 의사를 만났습니다.

후쿠하라 마사카즈

어떤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는 한끝까지 함께 싸워가는 의사입니다.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죠.

키리코 슈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환자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 선택이 죽음일지라도. 그래서일까. '사신'이라는 별명이 있죠.

책의 전작 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를 읽지 못했습니다.

전작의 어떤 사건 때문에 두 의사는 갈라선 것 같아요.

후쿠하라 마사카즈는 대형병원의 부원장입니다. 아버지가 원장으로 있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부원장이면서 한직이 되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아무런 일도 못하죠.

아니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 당합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죠.

키리코 슈지

역시 어떤 사건이 이유가 되어 병원을 떠나 진료소를 열었습니다.

물론 허가도 못 받았죠. 그동안 모와 온 돈으로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싶죠.

다만 어디에서건 필요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의사로 있는 한, 환자가 있는 한 필요가 있을 거라 생각하죠.

책은 두 의사가 주인공이지만 환자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번 책에서 중심이 되어준 환자는 커플입니다. 어느 날 HIV 양성 판정을 받죠.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입니다.

HIV 양성 판정은 자연스럽게 AIDS, 즉 에이즈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선고받은 것이죠. 언제 어떻게 죽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그런 죽음을요.

현대 의학으로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

공포의 이름 '에이즈'를 두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한 사람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는 싸움을 시작합니다.

한 사람은 의심하고 부정하며 거부합니다. 아니 도망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환자가 서로 다른 의사를 만나게 됩니다.

극과 극의 신념을 가진 의사를 만나죠. HIV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두 사람.

그들의 선택에 따라 결과도 달라집니다. 한 명은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한 명은 죽음의 길을 선택했어요.

저는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죽음을 선택한 걸까 하는 의문이오.

어릴 때부터 살아온 환경이 죽음을 선택하도록 강요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죠.

그런 생각 때문일까 저에게는 키리코 슈지의 신념이 신념으로써 잘 못되었다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말.

'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의사라곤 믿기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의사란 이런 사람은 아닐까 생각 들기도 하죠.

 

 

 

장소는 욕실

발가벗은 몸으로 거울 앞에 서있는 모습을 상상해 봤어요.

샤워 후 거울을 보며 '역시 멋져'라는 자찬의 모습이 아닌...

거울에 반사되어 보이는 추한 모습에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그런 장면을 생각해 봤어요.

HIV 양성 결과가 나올까 봐 두려움에 아무것도 못합니다.

통보받은 이별은 애써 부정하죠. 도망가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초라하다 못해 추합니다.

얼굴을 보면서도 내일은 다를 것 거다. 현실을 부정하죠.

이별에도 참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이런 이별이라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제1장 '어떤 양아치의 죽음'에 등장하는 양아치의 모습입니다.

끝없이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도망가죠.

그 모든 원인은 외부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양아치가 너무 불상했을까요. 작가는 마지막 순간 양아치에게 구원을 내립니다.

의사 키리코 슈지와의 진료 중 대화를 통해서 마지막 남은 무언가를 찾게 될 길을 보죠.

결국은 죽음에 이르지만 그것은 분명 구원입니다.

1장은 치료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류와 의사, 병을 받아들이는 환자의 이야기로

인물들의 신념을 보여줍니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의사들의 과거를 이어줄 인물이 등장하죠.

본격적인 이야기는 하권으로 이어집니다.

불치병과 죽음에 이르는 병.

삶과 죽음, 살아간다는 것과 죽어간다는 것.

필연과 우연.

「마지막 의사는 비 갠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기도한다」 상권의 이야기를 읽어가며 생각해봅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존엄이란 것은 무엇일까.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끝없이 늘어만 가죠.

마지막 장에 머물러 있는다고 답을 찾을 순 없습니다.

어쩌면 평생 고민해야 할 질문을 찾았다는 것이 소설이 주는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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