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위한 입사지원서를 집에 두고 온 서류 접수 마지막 날. 나는 다시 마음을 봐꿔 아내에게 원서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행이도 휴가중인 아내가 집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 어쩌면 다행이 아닐지도 모르는 결정이다. 각설하고,
아내는 서류를 챙기고 주민센터에서 초본을 떼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찾아 점심때 쯤 회사로 왔다.  
내가 일하는 거대한 건물 앞에서 나는 우리 가족을 만났다. 아내와 아이들. 방학중인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산이 다야도 왔네~"
아이들은 어딘가 신나보였고 나는 부끄러워 주변을 살폈다. 
"여기가 아빠 회사야?"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아내가 무릎을 굽혀 다야를 바라보며 응 여기가 아빠 일하는 곳이야~, 라고 대답을 한다.
아이는 눈을 들어 가만히 그 큰 건물을 바라보고는 나를 바라보고 다시 건물을 올려다 보았다. 아이가 그 건물을 보는게 싫었고 아이의 얼굴도 볼 수가 없어 아이를 번쩍 안아들고 목마를 태웠다.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자신없는 표정과 눈빛을 아이에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사진관에 간 다야는 여기가 아빠 회사야?,라고 물었단다.
동사무소에 간 다야는 여기가 아빠 회사야라고 물었단다.
매일 매일 어디론가 일하러 가는 아빠가 일하는 곳이 왜 안 궁금하겠는가.

어색함은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 다야는 아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빠가 번쩍 들어 목마를 태웠으니 그것으로 대답이 됬을 수도... 다야가 내 어께 위에서 신이나서 들석이고 있을 때 다산이가 내 손을 잡았다.
다산이가 손만 잡지 않았으면 눈물이 나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조심스레 다산이를 내려 봤지만 다산이는 앞을 보고 툴레툴레 걷고 있었다.
아내는 한 걸음 뒤에서 조용히 걸었다. 

헤헤 부실한 놈. 
산이는 아무래도 아는 것 같다. 아빠가 좀 부실한 걸.
나는 아이들에게 의지하는 부실한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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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0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1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우 2011-08-23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들 앞에 선 아버지라는 건, 향편님.
언제나 스스로 부실한 느낌이랍니다.

차좋아 2011-08-23 11:50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동우님 이해가 큰 위로가 됩니다. 매번ㅎㅎ.
감사합니다.